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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유가 오르면 정유사 이득 늘어날까?


마진효과와 재고효과 모두 고려해야…비정유분야도 변수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유가가 계속해서 오르네…. 정유회사들 돈 많이 벌겠는데?"

국제유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가입국의 원유감산 합의 연장 등으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유가가 상승할 경우 정유업계는 이득을 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과연 유가 상승이 정유사 실적개선으로 이어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21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각)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WTI 3월물은 전일보다 0.22달러 상승한 배럴당 61.90달러에 장을 마쳤다. WTI 4월물도 전일보다 0.24달러 상승한 배럴당 61.79달러에 거래되면서 고유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정유사의 수익구조는 ▲수입한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와 경유 등을 판매하는 정유부문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나프타를 분해해 파라자일렌(PX)과 벤젠·톨루엔·혼합자일렌 등 방향족 제품을 만드는 석유화학 부문 ▲찌꺼기인 잔사유를 재처리해 만드는 윤활유 부문 등으로 나뉜다.

정유부문에서는 원유를 수입한 후 이를 정제해 휘발유와 경유 등 정유제품으로 판매하는 구조다. 즉, 제품 판매가격에서 유가인 원료비와 운영비를 제외한 정제마진이 중요하다. 유가 상승 폭 대비 제품 판매가격 상승 폭이 얼마나 확대 또는 축소됐느냐가 정유사의 실적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유가가 상승하면 기본적으로 원료비가 비싸지기 때문에 정유사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더욱이 유가 상승은 제품가격 상승을 견인하면서 제품 수요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결국 원료비 및 운영비 증가와 제품 수요 감소 등으로 이어져 기업의 수익성 하락을 견인할 수 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제품가격 상승은 오히려 기업에 이득일 수도 있다. 휘발유와 경유 등 정유 제품은 일상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품이라는 점에서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다른 제품보다 낮다. 이 때문에 제품가격 상승분이 정유사의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

아울러 유가 변동에 따른 '재고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정유사는 원유를 수입해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데까지 약 30~45일 가량 걸린다. 이 때문에 정유사는 일정 수준의 원유를 비축하고 있는데 이 기간에 유가가 오르면 원유의 재고가치가 올라가면서 관련 평가이익이 생긴다.

대표적으로 SK이노베이션 석유분야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5천93억원을 기록했다. 유가 상승으로 정제마진은 지난해 3분기 배럴당 8.3달러에서 7.2달러로 하락하면서 마진효과에서 1천37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유가 상승으로 재고가치가 상승, 1천488억원의 평가이익이 발생했다.

◆정유사 석유화학분야 진출, 변동성 더욱 증가

국내 정유회사들은 석유화학 분야로 사업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 비정유부문 영업이익 비중은 64%다. 결국 유가변동에 따른 정유사 수익구조를 살피기 위해선 비정유부문의 변수도 함께 살펴야 한다.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원유를 정제해 생성된 나프타를 NCC(나프타분해설비)에 투입, 에틸렌과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올레핀과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 BTX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한다. 이러한 기초유분을 추출해 합성고무와 화학섬유, 합성수지 등을 만들어 판매한다.

석유화학 분야 역시도 투입원가인 유가 대비 시장가격을 비교해야 한다. 나프타에서 만들어지는 에틸렌은 플라스틱과 화학섬유, 파이프, 필름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프로필렌은 건자재 원료, 부타디엔은 타이어와 신발 등 합성고무를 만드는데 쓰인다. BTX는 화학섬유와 합성수지를 만들 수 있다.

정유 및 석유화학 기업들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상품은 제각각이다. 만일 건설업이 활황으로 건자재 가격이 오를 경우 프로필렌 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프로필렌을 주로 생산하는 기업에 한해 수익성은 개선될 것이다.

결국 유가 상승이 원재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해도 기업의 주력제품이 무엇이고 그 제품시장이 활황기인지 등에 따라 기업의 수익성이 천차만별 달라질 수 있다. 국제유가에 따라 정유사 수익성을 단순히 계산하려 할 경우 잘못된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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