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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1987'→'리틀 포레스트', 김태리의 소신(인터뷰)


"이야기 자체가 호감이라 선택, 소위 '전략'은 없다"

[조이뉴스24 유지희 기자] 지난 2016년 영화 '아가씨'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배우 김태리. 다음 작품으로 비교적 작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 제작 ㈜영화사 수박)를 선택해 관심을 받았다. 많은 라이징 스타들이 전략적으로 흥행 요소를 모두 갖춘 작품을 선택하는 것과는 다른 행보이기 때문.

최근 '리틀 포레스트'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김태리는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 자체가 호감이라 선택했다. '다음에 이런 영화는 절대 안 할 거야'라는 건 없다. 소위 '전략' 같은 건 없다"고 소신을 밝히며 구체적으로 작품을 선택한 계기, 배우로서 했던 고민, 영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리틀 포레스트'는 시험, 연애, 취업까지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혜원이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고향으로 돌아와 오랜 친구들과 특별한 사계절을 보내며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이야기. 김태리는 버거운 도시 일상을 벗어나 시골로 내려온 혜원을 연기한다.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 만화책이 원작. 김태리는 원작의 '여백'이 좋았다고 했다.

"여백이 많은 그런 만화책을 정말 좋아해요. 자연과 시간이 극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사람은 곁에 놓여 있는 여백이 있었죠. 인간의 삶보다는 자연의 순리가 부드럽게 그려 있었어요. 당시엔 시나리오가 바뀔 가능성도 있었지만 첫번째 시나리오 자체도 마음에 들었어요. 나중에 우리나라 정서에 맞춰 각색된 것도 굉장히 만족스러웠고요."

김태리의 말처럼 자연과 음식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영화의 서사와 그 안의 메시지는 잔잔하지만 묵직한 힘이 있다.

"누군가는 혜원이가 사계절을 버린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혜원이는 그 시간 동안 자신이 매여있던 것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관객이 영화로 마음놓고 사계절을 보내는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혜원이를 보면서 '내가 이렇게 갇혀 있었나'라고 한번쯤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요."

원작을 어떻게 재해석해 영화로 보여줄지 깊은 고민도 했다. 고민의 결과가 영화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작품에 접근하는 그의 진지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에서 혜원이가 고생하는 부분이 너무 보편적으로, 쉽게 표현되지 않았나 싶었어요. 혜원이가 시골로 내려올 수밖에 없는 이유, 그 답답한 상황을 한 순간만이라도 정확히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죠. 이런 고민이 영화엔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상영시간도 짧고 사계절을 모두 보여줘야 하니 여기에 더 집중한 게 맞는 것 같더라고요. 영화 분위기 흐름에도요."

'리틀 포레스트'는 사계절을 담기에 4번의 크랭크인과 4번의 크랭크업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촬영됐다. 촬영은 경북의 한 시골 마을에서 진행됐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잠시 살았다는 김태리는 촬영 환경이 낯설지는 않았다. 시골을 막연히 동경하기도 했었다고. 하지만 외로움은 참기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현장 분위기, 스태프들 모두 좋았어요. 그런데 감정적으로 외로웠던 게 컸죠. 하루에 촬영하는 분량이 끝나고 다음 날 다시 촬영이 시작될 때까지 아무래도 고립된 느낌이 컸어요. 나중엔 이런 감정을 잘 해결했지만요. 덧붙여 그때 '1987' 촬영과 살짝 겹쳐서 디졸브(밤새 이어 촬영하는 것)하는 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아 이렇게 사계절을 찍는 것도 너무 좋지만 한번에 붙여 촬영하는 게 참 좋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죠.(웃음)"

영화는 혜원이 사계절 속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어 소위 '김태리의 먹방'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요리는 마음만 먹으면 잘할 수 있는데 그런 마음이 잘 안 생기는 것 같아요.(웃음) 먹는 건 진짜 어려웠어요. 과장해서 먹으면 안 되지만 맛있게 보여야 했죠. '음식을 먹을 때 난 어떻게 먹고 있지' 생각해봤는데 막상 많은 표정을 지으면서 먹진 않는 것 같더라고요. 일상적인 느낌 그대로를 연기로 표현하려 했어요. 그래도 제일 부담스러웠던 음식은 처음 등장하는 배추된장국이었죠. 이걸 잘 먹어야 관객이 따라올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아가씨'와 '1987'에서 대부분 선배 연기자들과 호흡을 맞췄던 김태리는 '리틀 포레스트'에서 또래 배우 류준열(재하 역), 진기주(은숙 역)와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선배들과 촬영할 때도 되게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더 편한 건 따로 있더라"라고 웃으며 말한 그는 "선뜻 피드백을 서로 주고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극 중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강아지 오구와 관련된 비하인드도 덧붙여 전했다.

"오구가 낯을 많이 가려서 힘들었어요. 처음에 만났을 땐 저를 보면 비명을 지르면서 피하더라고요. '아 망했다' 싶었죠.(웃음) 그 후부터 '혜원이만 오구를 만지고 간식을 줄 수 있다'는 감독님 명령이 떨어지면서 본격 친해지기 대작전이 시작됐어요. 그랬더니 오구를 입양한 PD님, 감독님 다음으로 저를 잘 따르더라고요.(웃음)"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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