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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文 대통령 사과 1년 됐지만 바뀐 것 없어"


CMIT/MIT 성분 유해성 입증 못 해…피해인증 어렵고 지원범위 협소해

[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작년에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했을 때만 해도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1년간 아무것도 바뀐 게 없어 아픈 애기를 데리고 다시 국회까지 왔습니다. SK케미칼이 제조하고 애경이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메이트'를 쓴 피해자들은 여전히 피해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가습기 살균제 피해아동 학부모 박영철 씨)

6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정미 정의당 의원,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가습기살균제피해자단체협의회가 공동 주최한 '대통령 사과 후 1년, 무엇이 달라졌나?'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은 성토를 쏟아냈다. 여전히 피해 판정을 받기 어렵고 정부 지원은 협소하다는 설명이다.

오는 8일이면 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만나 직접 사과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을 약속한 지도 1년이 된다. 그 사이 환경부는 피해구제 대상 질환을 천식, 폐질환, 아동간질성 폐질환으로 확대하고 사업자 분담금 1천250억원으로 구성된 특별 구제계정을 만들어 피해지원 금액을 42억원에서 168억원으로 늘렸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정부가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제일 큰 문제는 여전히 많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수면 아래 감춰져 있다는 점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환경부가 한국환경독성보건학회에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는 350만~400만 명이고, 이 중 14%인 49만~56만명이 제품 사용 후 병원치료를 받았다. 이를 전체 피해자로 간주할 경우, 피해를 신고한 사람(6천40명·8월 3일 기준)은 전체의 1.1~1.2%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는 607명에 그쳤다.

최예용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정부는 진상규명의 출발인 피해자 수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전체 피해자의 99%는 아직도 자신들이 피해자인 줄 모르는 상태인데, 이 사람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며 "피해 인정 비율도 10%에 그치는 데다, 구제계정도 지난 1년간 7%, 92억원 쓰는데 그쳤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현재 '피해자 입증책임' 방식을 '가해자 입증책임' 혼합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피해자는 위해제품 사용, 건강피해 발생여부만 입증하면 제조판매사가 피해자의 주장에 대한 의학적 반증을 제기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이렇게 되면 신고자의 90% 이상은 긴급구제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들은 CMIT/MIT 유해성 재조사도 촉구했다. 앞서 안전성평가연구소는 환경부의 의뢰로 2016년 8월~2017년 12월 CMIT/MIT에 대한 흡입실험을 진행했지만, 폐섬유화 등 가습기 살균제 피해증상과의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은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과 애경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도 어려워졌다.

이에 대해 박영철 씨는 "옥시 제품을 쓴 사람들은 가습기 살균제 성분과 피해증상 간 인과관계가 확인돼 피해보상을 받았는데 가습기 메이트를 쓴 사람들은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아 피해보상도, 사과도 못해준다고 한다"며 "특히 가습기 메이트를 쓴 피해자들은 10명 내외로 규모가 작다보니까 어려움이 크다. 환경부가 재조사해줬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피해 지원 범위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3단계 중증질환을 앓고 있는 한 피해자의 남편은 "집사람의 몸이 쇄약하다 보니 응급실에 가면 꼭 영양주사를 맞는데 이는 지원 대상이 아니다"라며 "지난 5월엔 변형된 폐가 심장을 눌러 심장 초음파를 받았는데 이것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병원비가 100% 지원이 안되는 게 제일 힘들다"고 토로했다.

피해 판정 재심 과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접수 후 판정까지 통상 1~2년이 걸리는데 재심 신청기간은 90일에 불과해 너무 짧다는 설명이다. 또 1심과 같은 심사위원와 동일한 심사기준으로 재심을 한다는 건 공정하지 못한 데다, 보류 판정에 대한 설명도 없이 추가 자료만 요구하는 것도 부당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환경부,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내년 2월부터 본격 시행

환경부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오는 14일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을 개정해 내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피해자 범위에 구제계정위원회 인정자를 추가하고, 가습기 살균제 노출이 확인됐으나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신청자도 관련 단체를 구성해 가해기업에 정보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도 20년에서 30년으로 확대한다.

아울러 아토피피부염과 알레르기비염, 결막염, 중이염, 피부염 등 동반 질환도 특별구제계정의 피해 지원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또 성인간질성 폐질환과 기관지확장증, 폐렴, 독성간염은 구제계정으로 우선 지원하고 아동간질성 폐질환과 독성간염은 임상·독성 연구를 보완해 구제급여로 상향을 추진한다.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해 구제계정 신청·심사도 개선하고, 진료 영수증 등 증빙자료가 없을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협업해 치료금액을 추산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안세창 환경부 환경산업과장은 "특별법이 시행되면 구제급여, 구제계정 둘 중 어느 하나를 받든 지원금액도 똑같고 피해자라는 범주도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3,4단계 피해자들도 피해자 지위를 확보해 가해기업과 소송할 수 있을 것"이라며 "CMIT/MIT 성분에 관해서는 독성시험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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