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이를 안 낳는 이유가 정말 궁금해?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생후 8개월 딸아이를 둔 아빠의 일상이다. 새벽 3시 갑자기 아이가 울어 부리나케 기상한다. 아이를 달래고 겨우 재운다. 무슨 꿈을 꾸는지 아이는 자주 깬다. 매일 밤 적어도 2번은 반복된다. 잠 투정이 심해서 재우기도 힘들다. 어르고 달래고, 겨우 재우고 또 깨는 게 일상이라 아빠는 잠이 항상 부족하다.

요즘은 해가 짧아서 출근할 때마다 별이 보인다. 출퇴근 시간은 보통 3시간 반 정도. 서울에 직장을 두고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는 불평도 안 나온다. 퇴근길에도 별이 보인다. 아침에 보던 그 별이다.

집으로 돌아오면 서두른다. 젖병과 이유식 그릇, 설거지 거리가 한가득이다. 꼭 끓여서 소독해야 한다. 빨래도 쌓였다. 아기 손수건, 속저고리. 손빨래는 힘든 작업이다. 아기 목욕도 귀찮다고 거르면 안 된다. 씻기고 기저귀 갈고 젖병을 물리면 아이는 슬슬 졸기 시작한다. 엄마 아빠는 그제야 저녁을 먹는다. 어느덧 밤 10시다.

일상은 반복된다. 아이는 새벽에 또 깨고 아빠는 달래고, 다음날 새벽 별을 보며 출근한다. 아이 엄마는 프리랜서로 일한다. 주로 집에서 일한다. 아직 아이가 어려서 어린이집에 보내긴 이르다. 결국 엄마는 일하면서 아이를 돌본다.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곁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다 안다.

특단의 저출산 대책이 필요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올해는 가임기 여성 1인당 합계출산률이 1명 미만이라고 한다. 세계 최저 출산률로 본격적인 인구 감소의 시작이라고 한다. 왜 그렇게 아이를 안 낳느냐는 질문은 아이 엄마들이 훨씬 더 진솔한 대답을 들려줄 것이다. 이유는 너무도 간단하다. 회사를 다니고 싶고, 하던 일을 계속 하고 싶어서. 원 없이 일해서 원 없이 인정받고 싶은, 너무도 소박한 이유다.

아이 엄마는 '경단녀'가 되기 싫어서, 온종일 아이를 돌보면서도 일한다. 때로는 밤을 새기도 한다. 피로에 절어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면, 아빠는 힘들다는 불평도 차마 못한다. 엄마들은 다 똑같다. 그렇게 악착같이 벌어서 한 푼이라도 모은 돈으로 아기 옷과 장난감을 산다. 본인은 늘 화장기 없는 얼굴과 퍼진 몸매 그대로다. 아빠들은 늘 딴 생각이다. 돈 생기면 일단 한 잔 하고 주말에 어디로 튈지 고민한다. 그래서 '아재'들이 나이 들면 구박 받는가보다.

여의도 정치권 '아재'들도 저출산 대책을 논의 중이다. 요즘 들어 그 선봉장으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9월 별안간 '출산주도 성장'을 주장하더니 급기야 아동 1인당 출산 시 2천만원, 200만원 토털케어를 지급하자고 정부더러 예산을 내놓으라고 엄포를 놓았다. 만 5세까지 지급되는 아동수당도 청소년까지 확대 적용하고 금액도 기존 10만원에서 30만원까지 대폭 늘리자고 한다.

그것도 모두 수혜자 가구의 소득과 무관하게 지급하자는 것이다. 이른바 '보편복지'다. 한국당은 줄곧 보편복지에 반대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아이들의 무상급식을 반대하며 결국 시장직까지 사퇴했다. 지금 생각하면 엄청난 사건이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과 박원순 현 서울시장의 정계 입문 계기였다. 보수 야권의 몰락은 그때부터 시작됐다는 게 정가의 일치된 견해다.

당시 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표는 지금도 "무상복지는 베네수엘라로 가는 길"이라며 적극적인 반대 입장이다. 이들은 한국당 차기 전당대회의 당권주자로 거론된다. 그 유력 주자 중 한 명인 김무성 전 대표도 취약계층 일자리와 보편복지 확대를 주축으로 하는 현 정부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괴물"이라는 입장이다.

물론 김성태 원내대표도 차기 당권주자 중 한 명이다. 당 차원의 저출산 대책이 지속되도록 이들 사이에서 일치된 주장이 나올 수 있을까. 누가 한국당을 이끌어가든 적어도 국가적 재난이라는 저출산 상황에 대한 일관된 정책적 대안이 유지되도록 말이다.

지금 한국당의 지지율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줄곧 20%다. 아주 단단한 박스권이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아무리 집중 겨냥해도 반사이익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대다수 유권자들이 한국당을 대안정당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시 건네는 질문이다. 저출산 대책과 관련해 최근 한국당이 쏟아낸 과감한 정책들을 비록 포퓰리즘이라는 자기 지지층으로부터의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밀어붙일 수 있을까. 한국당의 변화된 입장을 토대로 여야의 저출산TF가 장기적으로 직장인 엄마, 아빠들을 위한 체계적인 정책들을 뒷받침할 수 있을까. 그 실천이 이뤄진다면 유권자들은 조금은 다른 눈으로 한국당을 대할 것이다. 적어도 직장을 둔 엄마, 아빠들은 말이다.

조석근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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