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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통신재난 사태, 국회의 역할은?


국회 과방위원들 28일 '보여주기식' 현장방문 눈살

[아이뉴스24 도민선 기자] 지난 28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KT아현지사 내 통신재난 복구현장을 찾았다.

건물 5층 장비실 바닥에는 수많은 광케이블이 임시로 설치돼 서비스 복구에 활용되고 있었다. 현장 작업자들이 화재 진압 후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연결한 것이다. 이 때문에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장소가 협소했다.

장비실은 방진마스크를 쓰지 않고서는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광케이블에서 나온 매연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 곳에서 과방위 소속 의원 4명은 현장 책임자에게 "자영업자에 대한 피해복구는 언제 되는가"라는 질문만 되풀이했다. 화재현장에는 취재카메라 외에 휴대전화를 이용한 촬영이 금지됐지만 일부는 이를 어겨 직원과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더구나 30분 뒤 나타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과방위장이 갑자기 방문 시간을 앞당기겠다고 통보해 제 시간에 오지 못했다며 이를 '독단'이라 비난했다. 주요 방송사의 카메라는 선발대를 따라 건물에 들어갔다 온 뒤였다. 이 다툼은 다음날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까지 이어져 법안처리가 1시간가량 지연됐다.

사실 지하통신구에서 화재가 일어나고, 이로 인해 서울에서 통신재난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해당 기업도 정부도 의원들도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고 문제에 대한 인식도 다를 수 있다.

하지만 2000년 여의도 전기통신공동구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례도 있었고, 과기정통부가 만든 관련 매뉴얼도 존재해 아무도 준비하지 못했다고 하면 안된다. 설비를 운영하는 사업자는 물론 관리감독을 해야 할 정부가 책임질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는 행정부의 정책과 활동을 견제해야 할 위치에 있는 국회, 소위 입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도 된다. 주무 부처에 대한 관리 감독 소홀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와중에 국회는 관련된 설비에 대한 관리감독이나 투자 등을 소홀히 한 책임을 부처는 물론 스스로에게도 되물어야 한다.

통신망은 국가 기간망이고 해당 산업은 규제산업이라 관리감독의 역할은 주무부처 뿐 아니라 국회 소관 상임위에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국정감사에서도 과방위가 통신사들의 통신망 투자를 제대로 하는지 따져 묻는 장면은 없었다. 5G 투자를 위해 정부 차원의 투자 유인책 마련 등 목소리가 나왔지만 주요 사안으로 다뤄지지 못했다. 화웨이 5G 장비에 대한 보안 논란이 거론되기는 했어도 5G로 구현될 초연결사회 안정적 망운용을 위한 설비 투자 등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인 의원은 찾기 어려웠다.

매년 그랬듯 요금이나 단말기가 비싸 가계통신비 부담이 크다며 이를 낮추라는 요구에만 목소리를 키웠다. 그나마 열띤 논쟁을 벌였던 단말기 판매와 통신서비스 가입을 분리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역시 국감 이후 법안심사소위에서는 다루지도 않았다.

또 여당 측 한 의원은 통신 관련 대리점이 많아 이의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가 또 다른 소상공인인 유통인들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랬던 의원들이 이번 화재 현장 방문에서 소상공인 보상에 목소리를 높인 것은 언뜻 생경해 보일 정도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소상공인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보니 이른바 코드를 맞추느라 그런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만도 하다.

그런데 전체회의에서 조차 현장을 몇시에 찾았느냐를 두고 여야가 입씨름을 벌이는 웃지 못 할 촌극을 봐야하는 국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여야 의원들이 정신없는 화재현장을 달려가 누가 먼저 왔니, 보상은 언제 할 것이니 등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에 '일 잘한다' 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국민, 특히 많은 소상공인이 정말 원하는 것은 빠른 복구나 재발방지책 마련을 통해 이번과 같은 사태가 다시 반복되지 않는 것이다.

그나마 과기정통부가 주무 부처로서 이번 사태에 책임 있는 역할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통신사, 관계부처와 TF를 꾸리고 빠른 복구 및 재발방지 등 대책 마련에도 골몰하고 있다. 내달 말까지 대책을 내놓겠다고도 했다.

여야 의원들 역할은 이참에 철저한 재난 대응체계가 마련되도록 감시하는 일이다. 근본적인 대책을 위해 법제도 정비 등이 필요할 지부터 고민했으면 한다.

도민선기자 doming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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