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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 떠난 삼성물산 패션부문…"매각 쉽지 않아"


"당분간 매각도, 성장도 어려워"…갈 길 잃은 국내 패션 1위

[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이서현 전 사장의 공백을 메우며 '조직 추스르기'에 나섰지만, 매각설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매각도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상품 총괄을 맡았던 박철규 부사장을 패션부문장으로 선임했다. 1989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제일모직 패션부문 해외상품사업부장(상무) ▲에잇세컨즈 사업부장(전무) ▲해외상품사업부장 겸 여성복 사업부장(전무) ▲패션부문 상품총괄 부사장 등을 거친 박 부사장은 내년 정기 인사 때까지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이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경영 효율화를 위한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남성복 시장이 위축된 만큼 남성복 1·2사업부를 하나로 통합했으며, 임원 수도 줄였다. 박 부사장이 맡았던 상품총괄 후임을 임명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앞서 삼성물산 임원 인사에서도 패션부문 승진자는 단 1명에 그쳤다. 올 초 이뤄진 2018년 정기 임원 인사(5명 승진) 때보다 대폭 줄어든 수치다.

이같은 '조직 슬림화'에 시장에선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매각 수순에 접어드는 것이 아니냐고 관측한다. 통상 매각 전엔 몸집을 줄여 조직 효율화에 나서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이 실적 기여도가 낮은 패션·리조트 사업 대신 건설·바이오·엔지니어링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예상에 힘을 싣는다.

실제 삼성물산 패션부문 매출은 수년 째 2조원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2015년 1조7천383억원이었던 패션부문 매출은 이서현 전 사장이 원톱에 오른 첫 해인 2016년 1조8천430억원으로 성장했지만, 이듬해 1조7천495억원으로 고꾸라졌다.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은 1조2천649억원이다. 2015년부터 올 3분기까지 누적적자도 40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삼성물산 매출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2015년 13조3천447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29조2천790억원으로 약 120% 늘었다. 패션부문의 매출 비중이 15분의 1인 상황에서, 영업 적자까지 수년간 거듭되다보니 그룹에서 패션사업을 유지할 동기를 잃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서현 전 사장이 갑작스레 자리를 떠난 것도 이런 배경에서라는 설명이다.

◆패션 업황 부진 속 큰 덩치·적자 부담…업계 '절래절래'

시장의 관측과 달리, 업계에선 삼성물산이 단기간 내 패션부문을 매각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내다본다. 국내 패션산업이 침체된 가운데, 패션부문의 규모 등을 감안했을 때 적절한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2019년 한국 패션시장은 전년 대비 2.6% 성장하는데 그칠 전망이다.

특히 패션부문 적자의 주 원인으로 지목되는 '에잇세컨즈'를 안고 있는 상황에선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서현 전 사장의 야심작인 '에잇세컨즈'는 지난해 국내에서 1천800억원의 매출을 거두는데 그쳤다. 이는 업계 1위인 유니클로(1조2천300억원)는 물론 같은 토종 SPA 브랜드인 이랜드 '스파오(3천억원)'와 신성통상 '탑텐(2천억원)'보다도 적은 수치다. 중국 시장 진출도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다. 지난 3년간 '에잇세컨즈' 중국법인의 누적 손실액은 261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패션부문을 팔고 싶어도 워낙 금액이 크다보니 국내 패션기업 중에선 살 만한 곳이 없다"며 "일부 브랜드만 떼 내 매각하는 방안 등이 있지만 삼성물산이 패션사업을 정리하려고 마음먹었다면 알짜 브랜드만 팔려고 하진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일각에선 롯데그룹의 삼성물산 패션사업부 인수 가능성을 제기한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각각 그룹의 패션법인인 신세계인터내셔날, 한섬과 시너지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백화점만 이렇다 할 패션사업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롯데쇼핑의 자회사인 롯데GFR이 출범했지만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인수할 곳이 롯데그룹밖에 없긴 하다"며 "다만 롯데가 패션사업에 수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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