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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포커스]박항서 감독, 베트남 내 한국 이미지 뒤바꿔놨다 "감사합니다 박항써어"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어휴, '감사합니다' 소리 절로 나오죠."

베트남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은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리 좋지는 않았다. 베트남 전쟁 당시 파병된 한국 군인과 베트남인 사이에 태어난 혼혈인을 일컫는 '라이따이한' 문제가 상존했다.

게다가 국내 기업 공장들이 이전해오면서 소위 '저비용 고효율'로 인력을 다루면서 생긴 '먹튀' 문제로 한국인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다. 젊은 층 사이에서는 '한류'가 있어 그나마 나았지만,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경계와 비판의 목소리가 공존했다.

교민 사회 역시 조심스러웠다. 한국인과 관련한 사기, 살인 사건 등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 이미지 유지가 어려웠다. 베트남에서 21년을 거주했다는 교민 윤창성(57) 씨는 "일부 몰지각한 한국인 때문에 전체가 욕을 먹는다. 베트남인들에게 한국인은 돈 많고 호기 부리는 사람으로 인식됐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축구가 모든 것을 뒤바꿔놓았다. 박항서(59) 감독과 이영진(55) 수석코치, 배명호(55) 피지컬 코치가 베트남 코치, 선수들과 함께 지난 1년 3개월 사이 베트남 축구를 완전히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15일 아세안 축구연맹(AFF) 챔피언십 스즈키컵 우승은 그야말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호감으로 만들어 놓았다. 윤 씨는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어를 어디서 배워왔는지 몰라도 '감사합니다. 박항써어'라고 하더라. 지금은 베트남과 무슨 일을 하더라도 이해가 될 분위기다"고 전했다.

실제 경기가 끝난 뒤 기자가 숙소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무심결에 한국어를 뱉었다가 두 팔을 잡혀 만세 동작을 취하는 등 베트남인과 동화되는 장면이 있었다. 차량공유서비스 그랩(Grab) 호출 후 이동한 뒤 반값만 받겠다고 하는 기사도 있었다.

박 감독이 최고의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한 셈이다. 박 감독은 자신에게 주어진 '민간 외교관' 역할에 대해 경기 후 "내가 축구 지도자라는 작은 역할이 조국 대한민국과 베트남의 우호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감동을 표현했다.

박 감독이 베트남 최고의 한국인으로 떠오르면서 베트남 기업들의 후원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 1년 사이 광고 모델 등을 제의받은 기업만 30곳이 넘는다고 한다. 이를 거르느라 애를 먹었다고, 평소에는 부지런하고 푸근한 이미지이면서도 경기만 시작되면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베트남인들이 호감을 느꼈다고 한다.

경기장 근처에서 박 감독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팔았던 츄엔 딩안 람 씨는 "박항서 싸랑합니다. 한국 사람 최고"를 외쳤다. 베트남 교민들이 박 감독에게 "감사합니다"는 말을 계속하고도 남을 이유가 더 분명해졌다.

조이뉴스24 하노이(베트남)=이성필 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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