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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이주광 “뮤지컬 ‘루드윅’, 아버지 알게 해준 소중한 작품”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더 디테일한 모습과 전체적으로 루드윅이 이끌어가는 에너지를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좀 더 입체적으로, 누가 봐도 베토벤으로 보이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차곡차곡 준비를 잘 했습니다.”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초연에 이어 재연에도 참여하며 작품과 캐릭터에 남다른 애정을 보인 이주광의 소신과 자신감은 단단했다.

지난 1월 27일 초연 막을 내린 뒤 2개월여 만에 장소를 옮겨 재연을 올린 ‘루드윅’은 천재 음악가 베토벤이 아닌 우리와 같은 한 사람으로 존재의 의미와 사랑에 대해 치열하게 고뇌했던 인간 베토벤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이주광은 서범석·김주호·테이와 함께 음악을 넘어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거장, 어린시절 트라우마 속에 갇혀 가슴 아픈 청년 시절을 보낸 루드윅 역을 맡았다.

이어 “손짓·움직임·시선 하나하나가 다 베토벤처럼 보이길 원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초연이었다”며 “재연 때는 거기에서 여유로움과 열정을 좀 더 표현하고 싶었다”고 각오를 밝혔다.

신중하게 작품을 고르고 신중하게 인물을 만들어가는 이주광이 선택한 뮤지컬 ‘루드윅’이다. 재관람을 부르는 그의 디테일과 작품 관련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 작품 선택 계기는 무엇인가.

“‘루드윅’도 운명이라고 느꼈다. 베토벤이라는 인물을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 음악을 워낙 좋아했고 클래식을 하신 아버지의 영향도 받았다. 베토벤으로 처음 만들어지는 뮤지컬이기도 해서 제안을 받고 바로 승낙했다. 나는 작품을 한번 하면 텀을 두는 편이라 팬들의 원성을 샀는데 전 작품에 바로 이어서 할 수 있는 것과 다른 작품과 겹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운명이라고 본다.”

- 초연은 창작진·배우·스태프가 같이 만들어가야 한다. 본인의 의견이 반영된 장면이나 포인트가 있나.

“재능 있는 사람이 실력을 발휘해야 되는데 난청과 이명이 있는 베토벤의 상황에 내가 다리를 잃을 수도 있었던 고통을 투영하게 됐다. 귀가 안 들리면 불편하고 괴롭겠다고 막연히 생각하지만 실감은 못하지 않나. 나는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귀가 안 들리는 연기를 했을 때 관객들이 공포심을 느꼈으면 했다. 그래서 조명·무대장치·음향으로 이명을 느끼는 듯한 효과를 줬으면 좋겠다고 개인적으로 아이디어를 드렸다. 그게 반영이 됐고 중간중간 대사들도 아이디어를 많이 내려고 했다.”

- 재연에 오면서 달라진 본인만의 디테일이 있다면 대표적인 것 하나만 짚어 달라.

“처음 카를이 루드윅을 찾아왔을 때 ‘빵빵빵’ 하며 군인놀이를 장면이 있다. 이번에 노래까지 만들어졌는데 카를이 군인에 관심이 많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도 되지만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신이다. 거기에 나만 쓰는 대사가 있다. 객석을 향해서 ‘저기 세상과 홀로 싸우고 있는 적의 우두머리를 쏴라’고 하는 것이다. 그때 카를은 객석을 향해 쏘지만 내가 쓰러진다. 세상과 홀로 싸우고 있는 적의 우두머리는 나 자신을 뜻한다. 결국 복선일 수도 있다. 적의 우두머리를 쏘면 전쟁이 끝난다. ‘이전에 세상과 홀로 싸웠던 괴로웠던 나를 없애줬으면 좋겠다’ ‘그걸 니가 해줬으면 좋겠다’는 의미도 있고 그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나를 뜻하기도 한다. 나는 죽은 척하다가 카를이 ‘삼촌’ 하면 일어나고 카를이 ‘살렸다’고 할 때 ‘니가 날 살렸다’ 하는 것도 내가 만든 대사다. 퇴장이 없기 때문에 내가 하고 있는 모든 행동과 대사들은 극의 개연성을 높이기 위해 이해를 돕는 연결고리로 넣어둔 부분이 많다.”

“차성제는 센스가 있고 배우로서도 초연보다 더 깊어져서 왔더라.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해 피아노 실력이 볼 때마다 일취월장한다. 지금 변성기를 걱정하고 있지만 앞으로가 기대되는 친구다. 이미 세월이 지났고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살았지만 내가 아르바이트를 했던 나이에 성제는 실전경험을 하고 있다. 그 경험을 부모가 떠밀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다. 아이가 좋아하니까 부모님이 같이 다니신다. 성제에게는 ‘이 친구는 이 나이 때 잘 해냈으면 좋겠다’ 그런 느낌이다. 이시목 같은 경우는 본인 스스로가 귀여움을 알고 있다. 서 있을 때도 움직일 때도 누가 봐도 귀엽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생명체다.”

- 이시목처럼 귀여운 아이들을 보면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나는 독신주의자로 살았다. 결혼을 하면 내 자유가 사라진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이 없지 않아 있는데 내가 하고 싶은 걸 많이 포기해야 되는 게 결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루고 싶은 게 많았으니까 결혼을 못할 것 같았다. 2014년 ‘프리실라’를 할 때 처음 아들이 있는 역할을 해봤다. 아들 역할 하는 애들이 7세 전후의 어린 친구들이었는데 아빠 투표에서 같은 역할의 마이클리·이지훈을 제치고 내가 1위를 했다. 나는 그때 애들 눈높이에 맞춰서 같이 놀았다. 출근하면 3명이 ‘아빠’하고 달려오는데 기분이 되게 좋았다. ‘아이를 낳으면 이런 기분이 들까’ 싶었다. 주변사람들이 하나둘 결혼을 하고 애를 키우다보니 그들과 똑닮은 2세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이 너무 예쁘더라. ‘아역배우들이나 지인의 2세를 봐도 예쁜데 내 아이는 얼마나 예쁠까’ 그런 생각을 요즘 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와 같이 있어줘야 하는 위치인데 예술활동을 끊임없이 왕성하게 하고 싶은 나로선 아이에게 얼마만큼 해줄 수 있을지 장담이 안된다. 아내가 혼자 떠안아야될 짐을 생각해서도 무작정 결혼을 하고 싶진 않다.”

- 작품 속 베토벤을 연기하면서 새로 만난 아버지를 추억한다면.

“내가 누군가의 아버지가 될 수 있는 나이가 되고 아버지가 나를 낳았을 때 나이보다 많으니까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아버지가 나한테 가르쳐주신 게 3가지 정도 되는 것 같다. 식사예절과 사람에 대한 예의, 당당함 등이다. 특히 어디 가서 나한테 시선이 오면 피하지 말고 받아들여서 당당하게 행동하라고 하신 게 살다 보니 중요한 것이더라. 그건 아버지가 주신 선물이었다. ‘루드윅’은 아버지를 알게 해준 소중한 작품이다. 아버지는 내가 배우를 하는 걸 싫어하셔서 내 공연을 많이 안 보셨지만 왠지 이 공연을 하늘에서 보실 것 같다. 그래서 설렁설렁 하는 날 없이 아버지를 대변한다는 느낌으로, 나만의 예배를 드린다는 느낌으로 접근해서 한회한회 에너지를 충분히 쏟고 있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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