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재생][르포] 김광석이 숨 쉬는 거리… 대구 '김광석 거리'

김광석 테마로 관광객 발길 이어져… 임대료 상승에 공실도 늘어


[아이뉴스24 장효원 기자] 가수 故김광석이 어린 시절 살았던 대구 방천시장 근처에는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김광석 거리)'이 있다. 김광석의 노래와 감성, 그의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길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도시재생 사례다.

김광석 거리는 2011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했다. 350미터 남짓의 이 길에는 예술가들이 모였고 각종 행사와 공연이 열리면서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는 명소가 됐다. 지난해에도 약 100만명이 이 거리를 찾았다.

하지만 그 모습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상권이 발달하자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예술가들이 떠나기 시작했고 빈 공간이 늘고 있는 것. 상인들의 입에선 김광석 거리의 지속을 위해 또 다른 재생사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쓴소리도 나온다.

대구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김광석 거리)' 입구에 있는 김광석 벽화. [사진=장효원 기자]
◆길도, 벽도, 카페도… '김광석 세상'에 들어왔다

의자에 걸터앉아 통기타를 들고 투박한 노래를 부르는 김광석. 대구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김광석 거리)' 입구에는 그런 김광석 동상이 사람들을 반겨주고 있다. 실제 크기로 제작된 동상은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어주느라 분주했다.

어디선가 노래가 들려왔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노랫소리를 따라가 보니 넓지도, 좁지도 않은 길이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대로변 옆 한층 낮은 골목길 정도. 김광석이 이 길에 오기 전까지는 분명 그런 길이었을 듯싶다. 한쪽 벽을 가득채운 김광석의 얼굴과 시처럼 써내려간 김광석의 주옥같은 노랫말들이 이 길에 새생명을 불어넣은 것이다.

초입에는 문화게시판이 있다. 공연이나 전시회를 홍보하는 알림판이다. 지금은 5~6개의 공연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벽화를 따라 쭉 걷다보니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보였다. 깃발을 든 가이드가 인솔해서 이것저것 설명하는 모습이었다. 관광객들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김광석 벽화와 사진을 찍고 아름답게 꾸민 포토존에서 자세를 취했다.

한 상인은 "중국인들이 단체 관광으로 이 거리를 자주 찾는다"며 "김광석을 아는 것 같진 않지만 거리에 조성된 여러 구조물이나 벽화 등이 예뻐서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김광석 거리)'에는 벽화부터 카페, 상점까지 모두 김광석의 향기가 묻어있다. [사진=장효원 기자]
중국인 뿐 아니라 한국인들, 지역 주민들로 보이는 사람들도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보였다. 어딘가를 급히 가는 모습이 아닌, 노래를 듣고, 벽화를 보고, 분위기를 느끼는 사람들이었다. 김광석 거리에는 기타 모양으로 만들어진 쉼터가 많아 사람들이 편안하게 거리를 즐길 수 있다.

길가의 카페들에도 김광석이 묻어있었다. 카페 이름이 김광석 노래 제목이거나 입구에 대형 기타 조형물이 설치돼 있기도 했다. 이곳의 상업시설들은 대부분 원래 있던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한 곳이다. 그래서 인지 깔끔한 외관과 인테리어에서도 왠지 모를 고즈넉함이 느껴졌다.

한 카페 주인은 "요즘에는 아예 신축건물을 올리는 곳도 있지만 거의 대다수는 예전에 있던 건물들을 리모델링해서 사용하고 있다"며 "그렇게 기존의 모습을 유지하는 게 더 김광석 거리와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곳곳에 빈 건물… "거리 유지위한 변화 필요"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을 잃지 않고 있는 김광석 거리지만 '임대문의'라는 글귀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김광석 거리 한 가운데에 있는 소극장도 임대를 내놨다. 시장 쪽으로 가는 큰 사거리에 위치한 식당은 한 블록 뒤 인적이 뜸한 곳으로 가게를 옮기고 원래 자리는 세를 내놨다.

대구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김광석 거리)' 중간쯤에 있는 소극장. 임대 문구가 선명하다. [사진=장효원 기자]
김광석 거리 주변에 위치한 A부동산 사장은 "예전보다 김광석 거리 임대료가 거의 두배가량 높아졌다"며 "지금도 주말에는 인산인해를 이루지만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하기는 버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건물주라고 밝힌 한 상인은 "요즘 김광석 거리에서 자기 소유 건물이 아니면 장사하기 힘들 것"이라며 "거리가 유지되려면 다른 방향의 계획을 세우든가 정부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장효원기자 specialjh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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