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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재생] 農心 곁들인 한 끼의 '힐링'…'소녀방앗간' 신화


성장 원동력은 트렌드 강요가 아닌 현장 상황 맞춤 운영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2014년 10월, 뚝섬역 인근에 '소녀방앗간 1호점(서울섬시작점)'이 문을 열었다.

경북 청송군 농민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만든 소녀방앗간의 산나물밥 등의 메뉴는 다소 밋밋하지만 각종 조미료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한 끼의 '힐링'이 됐다. 이후 '건강식단', '편안한 집밥'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소녀방앗간은 5년 만에 6개 직영점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지난 22일 찾은 소녀방앗간 서울섬시작점은 외관에서 그렇게 특별한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 한 끼의 '힐링'을 찾는 사람들이 방문해 있었고, 아르바이트생들이 바삐 음식을 서빙하는 등 보통 식당과 크게 다를 것 없는 모습이었다.

소녀방앗간의 외관은 다른 음식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진=이현석기자]
소녀방앗간의 외관은 다른 음식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진=이현석기자]

소녀방앗간의 성공이 특별한 것은 외관이 아닌 운영되는 방식에 있다. 소녀방앗간은 경북 청송군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농촌과 직접 계약을 통해 운영된다. 계약은 생산량에 따라 가격이 변동되지 않는 방식으로 체결한다. 때문에 농민들은 양질의 농산물을 소신껏 재배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소녀방앗간은 고품질 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마련했다. 더욱이 다른 맛집들과 달리 화려한 '맛'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원재료 그대로의 맛을 최대한 살려 요리한다. 매일 달라지는 메인 메뉴와 반찬들도 소녀방앗간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이라기 보다는 흔히 집에서 먹어볼 수 있는 반찬들로 구성돼 있다.

이런 특이한 경영 방식에는 소녀방앗간의 공동 창립자이자 재료를 공급하는 생생농업유통의 대표인 김가영(33)씨의 6차산업에 대한 철학이 깊게 배어 있다.

김 대표는 "메뉴를 구성할 때 트렌드에 맞춰 회사에서 정해주지 않고 배송된 원재료에 따라 그때 그때 다르게 만든다"며 "수십 년 동안 살아온 지역 어르신들의 생활 방식을 존중하는 것이 6차산업의 첫 번째 단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소녀방앗간의 음식은 기획된 음식이 아닌 원자재에 맞춰진 음식이다. [사진=소녀방앗간SNS]
소녀방앗간의 음식은 기획된 음식이 아닌 원자재에 맞춰진 음식이다. [사진=소녀방앗간SNS]

소녀방앗간은 수입을 배분하는 데 있어서도 여타 프랜차이즈들과 다른 방식으로 운영된다. 많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유통 마진을 높게 가져가 이윤을 내는 것과 달리, 소녀방앗간은 생산자·유통업자·본사가 최대한 같은 비중으로 이윤을 가져간다. 때문에 생산자들도 비교적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이런 소녀방앗간의 특성은 여러 생산자·유통업자들의 관심을 샀고, 수많은 동업 제의로 이어졌다. 하지만 김 대표는 지역 향토 단체들과의 협업을 가장 우선으로 꼽고, 전문 사업자들과의 비즈니스 제의를 거절했다.

김 대표는 "전문 사업자들과 일을 하다 보면 누군가가 더 많이 가져가려고 나설 것이고, 이는 소녀방앗간이 추구해 온 6차산업 모델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며 "단기간 많은 이윤을 추구하기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오랜 시간 동안 행복하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소녀방앗간을 만들고 싶다"고 제의 거절 이유를 설명했다.

젊은이들의 귀농이 이어지는 등 6차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녀방앗간의 '순수함'도 많은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소녀방앗간을 식당을 넘어 '청송 스토리'를 담고 있는 한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는 뿌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성수동에 살고 있는 B씨(29·여)는 "소녀방앗간 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집밥'같아서 맛있다는 느낌이었다"며 "소녀방앗간의 스토리를 들은 후에는 내가 단순히 밥을 사 먹는 게 아닌 한 지역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이 들어 더 자주 찾게 됐다"고 밝혔다.

김 대표도 B씨와 같은 고객들의 인정과 이해가 사업자의 욕심을 버리고 지역 공동체와 함께 살아가는데 큰 버팀목이 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소녀방앗간을 찾아오는 분들이 한 끼 힐링과 함께 청송 지역 공동체를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며 "소녀방앗간의 푸근한 한 끼가 청송 지역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지고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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