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법' 시행령 제정 막바지…반도체업계 '전전긍긍'

디스플레이·화학업계 등 장치산업, 사업장 셧다운·도급 제한 등 '골치'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일명 김용균법)을 두고 재계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사망사건을 계기로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해 범국민 관심 아래 마련된 법이지만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대규모 장치산업일수록 민감한 분위기다. 김용균법이 중대재해 시 사업장 가동중단, 위험작업의 하도급 금지 등 조항을 담고 있지만 모법과 시행령의 모호한 규정 탓에 지나치게 적용범위가 넓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대재해 발생 시 사고수습과 별개로 수조원에 달하는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김용균법의 경우 지난해 12월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용균법 시행령과 시행세칙에 대한 입법예고가 오는 6월 3일까지다. 그 사이 각 계 의견수렴이 끝나면 규제 심사 및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대통령 재가를 거쳐 내년 1월부터 발효된다.

◆중대재해 시 사업장 전체 '셧다운' 삼성도 예외 아냐

김용균법 제정의 기본 취지는 사업장 중대재해(사망사고) 및 각종 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규제 강화다. 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한 제재와 위험 분야 하도급 금지가 핵심이다. 재계는 법 제정 기본취지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이지만 반발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시설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삼성전자]

먼저 재계의 반발이 집중되는 대목은 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한 작업중지 관련 규정이다. 김용균법은 사망사고 이상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이 "중대재해가 발생한 해당 작업"은 물론 "동일한 작업"도 중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모법은 물론 입법 예고 중인 시행령과 시행규칙에도 업종과 공정, 시한 등 세부 규정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 때문에 재계는 이 조항을 업종과 사업장 규모를 불문, 재해가 일어난 사업장 전체를 중단시킬 수 있다는 내용으로 받아들인다. 고용부가 재량으로 사업장 규모와 기간에 관계 없이 장기간 생산을 중단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9월 기흥공장의 소화설비 이산화탄소 누출로 현장 노동자 2명이 사망하면서 큰 논란을 불렀다. 새로 개정된 김용균법을 있는 그대로 적용할 경우 이산화탄소가 누출된 생산라인은 물론 반도체 공장 전체를 멈춰 세우는 일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반도체 한 공정만 멈추더라도 연속적인 생산차질이 빚어져 하루만 중단해도 수조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전자, 자동차 등 연속된 공정으로 이뤄진 대규모 사업장일수록 손실이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도 "현재 기업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이 작업중지 명령"이라며 "사고가 난 공장의 경우 사고수습을 위해 일시 중단할 순 있지만 바로 옆 공장까지 함께 중단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라고 말했다.

고용부의 작업중지 결정은 사업자의 요청에 따라 해제될 수 있다. 다만 전문가가 참여하는 별도 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라야 하고 최장 4일이 걸린다. 그 기간이 너무 길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사고 수습과 별개로 사업장 중단에 따른 손실은 가급적 막아야 할 것"이라며 "중단에 따른 비용이 큰 만큼 가급적 하루 이내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위험물질 도급 승인도 '골치'…기존 법과도 '충돌'

위험물질 취급작업에 대한 도급 제한 규정도 재계 특히 반도체, 또는 화학업계의 골칫거리다. 황산, 불산, 질산, 염산 등 강산성 물질의 경우 반도체의 회로 식각(에칭), 디스플레이 세정 등 작업에 필수적인 소재다.

김용균법 시행령에선 이들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설비를 개조·해체할 경우 그 도급은 고용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존 신고제에서 보다 훨씬 엄격한 규제가 적용된 것이다.

한 반도체 소재업체 임원은 "설비를 교체하거나 수리하는 작업은 통상 외부 업체들에게 맡기는데 이것이 안 되면 상당한 비용과 인력을 낭비하게 된다"며 "여러 협력업체 단위에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를 담은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과의 중복 규제도 문제가 된다. 화평법에선 황산, 질산, 염산 등 물질에 대해 중량비율 10% 이상을 도급 신고 대상으로 삼지만, 김용균법의 경우 이 중량비율을 1% 이상으로 더 낮췄다.

화학물질의 규제기준인 농도를 더 낮춘 만큼 더 포괄적인 범위로 규제가 적용된다. 정작 화평법의 소관 부처는 환경부다. 동일한 작업에 대한 승인, 신고를 서로 다른 부처들이 똑같이 맡는다는 것이다.

경총 관계자는 "실무자들 입장에선 똑같은 내용의 행정 서류를 양쪽에 다 보내야 해 행정비용만 낭비되는 셈"이라며 "보다 현실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석근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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