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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재생] 황진호 관장 "행복한 노후 위해 '청송 시니어클럽' 시작"


"2020년 50%가 시니어…고령화, 누구도 피할 수 없어"

[아이뉴스24 권준영 기자] 지역재생이 고령화·저성장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재생은 최근 대두되는 6차 산업의 핵심 키워드다. 6차 산업은 1차 산업인 농·수산업, 2차 산업인 제조업,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의 융복합 산업을 말한다. 도시와 농촌, 청년과 어른이 만나 상생하면서 지역재생을 꾀하는 것이다. 아이뉴스24는 지역재생의 의의와 현주소, 앞으로의 과제를 알아본다. [편집자주]

"제가 시니어클럽을 만들게 된 것은 농촌지역 어르신들 삶의 경험과 노하우를 사회적으로 잘 활용하여 '행복한 노후'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됐습니다."

황진호 청송 시니어클럽 관장은 27일 아이뉴스24와 인터뷰를 통해 농촌지역 재생을 목표로 경북 청송군 시니어클럽을 운영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황진호 청송 시니어클럽 관장.
황진호 청송 시니어클럽 관장.

고향이 청송인 황 관장은 최근 청송에 학교가 설립된 지 얼마안돼 문을 닫은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청송 지역에) 댐이 만들어지면서 이전부터 있던 학교 부지를 옮겨야먄 했다"며 "이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면소재지 학교와 통합할 것 인지 아니면 학교를 새로 지을 것인지 의견을 물었고, 결국 '학교를 짓자'라는 결론이 났다"고 했다.

이어 황 관장은 "하지만 학교가 지어진 지 3년 만에 폐교가 됐다. 학생들이 외부로 전학을 갔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은 그런 상황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아 했다. 이것이 농촌지역이 가진 서글픈 현실"이라고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폐교가 그저 학교 하나가 없어지는 문제가 아니라, 해당 지역 출신이 짊어지고 가야할 고향의 소중한 공간 중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고향 청송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드러냈다.

황 관장은 청송이 고향이지만, 시니어클럽을 만들게 된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어렸을 때인 1974년도 상주인구가 8만4천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인구가 2만6천335명, 세대수는 1만3천383로 세대당 인구는 1.97명"이라며 "이 중 남성이 1만3천35명, 여성이 1만3천300명이며 65세 이상의 시니어분들이 약 33% 정도다. 2020년에는 전체 인구의 50%가 시니어"라고 설명했다.

◆ 시니어클럽 위해 처음 진행한 것은 고령화사회 교육

황 관장은 "지역 주민들의 안목을 넓혀주기 위해 고령화 사회와 관련된 교육을 시작했다"며 "교육을 통해 시대가 어떻게 변화되어 가고 있는지, 어떤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을 좀더 살기 좋은 공간으로 변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그는 "지역주민에게 (시니어클럽) 일을 왜 해야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심어져 있지 않으면 실패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초기 주민교육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했다"고 전했다.

◆ '교육' 이후 추진한 일은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것.

황 관장은 "초지(조사료), 장류(된장, 고추장, 간장) 등을 생산하는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며 "2008년 한국은 미국과 FTA체결로 한우 농가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는 뉴스가 많이 보도됐다. 당시 뉴스 자료를 보고 한우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우가격에 가장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사료(소먹이) 가격이었고, 사료의 주재료인 곡물은 미국 중국 인도 등에서 수입해 들어오는 상황이었다"며 "당시 극심한 가뭄으로 곡물생산량이 떨어져 곡물가격이 상승했고, 사료가격 역시 급격하게 올랐다"고 한우가격 상승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생각하게 된 것이 저희(청송) 지역의 특성인 '물'이었다. 청송은 댐이 3개(임하댐, 안동댐, 성덕댐), 양수발전소가 1곳 있는 지역이다 보니 유류지가 많다. 그때 마침 이명박 정부시절 녹색성장이 정부정책에 포함되어 있을 때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댐 유휴지에 농약을 쓰지 않는 초지(조사료)를 조성하고, 어르신들이 손맛으로 만든 재래식 장류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게 됐다"고 전했다.

황 관장은 "거기에 한 발 앞서, 생산 후 판매를 연계시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 한우의 브랜드화까지 고민하게 됐다. 그리고 농민들이 소한마리를 키울 때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인식 부족으로 댐 유휴지를 활용하지 못하게 됐다. 그 결과 지역 한우 브랜드 사업이 실패로 돌아가게 됐다는 게 황 관장의 설명이다. 지금은 청송슬로푸드(장류)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 학생 위한 '훈장님 사업단' 조성…혼자 사는 어르신 위한 요리교실도 운영

황 관장은 청송에서 자라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성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훈장님 사업단'도 만들었다. 초등학생에게 예절과 한자 교육을 하는 캠프로 지역문화의 중요성을 교육했다.

2013년에는 요리교실을 만들었다. 황 관장은 "청송군은 혼자 사는 어르신이 점점 늘어가는 추세"라며 "인구가 줄면서 대중교통인 버스 운행 횟수도 줄고, 그로 인해 어르신들이 면소재지로 나올 수 있는 기회도 줄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어르신들이 연세가 있다보니 건강에 대한 문제점이 눈에 보였다"며 "자녀는 대부분 도시지역에 있어 자주 오지 못하고, 밥은 밥솥으로 하면 되지만 반찬을 만들기가 쉽지 않아 균형잡힌 식사를 하시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리수업의 강사는 청송 지역 여성 시니어분들이 맡는다. 제철마다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며 "예상 외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80세가 넘는 혼자 사시는 남자 어르신들이 이렇게 좋은 사업을 왜 이제 하느냐고 얘기하신다"고 기뻐했다.

◆ 최근에는 '창조지역사업' 추진…청소년들이 청송에서 꿈을 키울 수 있게 '지식 멘토링 연계' 등 다양한 사업 실시.

황 관장은 2014년부터 '창조지역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새로운 발상으로 지역에 실험적인 것들을 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예를 들면, 대학생들을 청송으로 초청해 지역자원(풀, 산나물, 요리강좌)에 대한 교육을 하고, 그 학생들이 다시 지역에서 역할을 할 수 있게 지식멘토링연계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또 미술대학 출신 학생들의 벽화작업, 빈집에 해비타트를 통한 공유공간 만들기, 외국인 대상의 청송 체험 프로그램 만들기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황 관장은 "세계 어느 나라도 고령화사회를 피할 수 없다. 특히 농촌지역의 고령화 문제는 더욱 피할 수 없다"며 "청송을 청소년들이 꿈을 꾸고 이룰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또한 시니어가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 삶의 지혜와 경험이 후손에게 전달되어 존경받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권준영 기자 kjykj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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