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기자수첩] 실적 부진에도 행사는 성대하게?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BAT코리아는 한국 기업이며, 앞으로도 BAT그룹의 선도적인 생산 기지 역할을 수행해 지역 경제에 기여하겠습니다."

지난달 27일 사천공장에서 진행된 3천억 개비 생산 돌파 '그랜드 슬램(Grand Slam)' 행사에서 매튜 쥬에리 BAT코리아 사장의 말이다.

실제 BAT코리아 사천공장(BAT코리아제조)은 BAT그룹이 전 세계 48개국에서 운영 중인 55개 생산 시설 중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핵심 사업장이다.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3억 달러 수출탑' 등을 수상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BAT코리아 사천공장이 누적 3천억 개비를 달성했다. [사진=BAT코리아]
BAT코리아 사천공장이 누적 3천억 개비를 달성했다. [사진=BAT코리아]

하지만 BAT코리아는 이런 사천공장의 성장세가 무색하게 하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한 때 20%를 넘나들던 시장 점유율은 이제 10% 초반대로 떨어졌고, 차세대 제품인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는 5% 수준의 점유율을 보이며 반등의 여지 또한 만들지 못하고 있다. 영업이익 역시 하락해 지난해 7억6천만 원 손실을 봤다.

실적 부진은 BAT코리아가 지금까지 이어 온 고배당 정책에도 제동을 걸었다. BAT코리아는 지난해까지 영업손실이 발생해도 당기순이익 대부분을 영국 본사에 꾸준히 배당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사업 부진으로 유통 계열사 로스만스파이스트비브이에서 미수금을 정산받지 못했고, 이것이 현금유동성 문제로 이어져 결국 배당을 진행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BAT코리아는 '그랜드 슬램' 달성 기념식을 매우 성대하게 거행했다. 행사장에는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컵 '빅 이어'를 연상시키는 거대 트로피가 등장했고, 지역구 국회의원에 부시장까지 모셔오는 등 지역 유지들과 수십명의 기자가 가득 자리잡았다.

또 핸드 프린팅 행사까지 진행하는 등, 언뜻 역대 최대 실적 달성을 자축하는 것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화려했다.

BAT코리아 사천공장 '그랜드 슬램' 달성 기념식 참석자들이 핸드 프린팅을 진행했다. [사진=BAT코리아]
BAT코리아 사천공장 '그랜드 슬램' 달성 기념식 참석자들이 핸드 프린팅을 진행했다. [사진=BAT코리아]

BAT코리아는 이런 성대한 기념식과 대조적으로 취재에는 매우 소극적으로 대했다. BAT코리아의 현 상황과 관련된 질문에는 "이번 기념식은 사천공장의 성과를 알리는 자리인 만큼 긍정적으로 바라봐 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또 궐련형 전자담배를 비롯한 신제품 출시 질문에는 "글로벌 시장에 '글로'의 신제품 '글로 나노'가 출시될 것이며, 시장 상황을 보고 한국 출시를 결정하겠다"는 동문서답이 이어졌다.

이런 BAT코리아의 모습이 "한국 기업이며, 지역 경제에 기여하겠다"라는 쥬에리 사장의 일성을 공허하게 만들었다. 나아가 사업 부진에도 '생산량 3천억 개비’ 기념식을 지나치게 성대하게 열고, 생산량만 강조하는 행태가 BAT코리아가 한국을 단순 생산기지로만 치부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마저 들게 했다.

매튜 쥬에리 BAT코리아 대표. [사진=BAT코리아]
매튜 쥬에리 BAT코리아 대표. [사진=BAT코리아]

업계도 BAT코리아의 이런 모습을 이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통상 실적이 좋지 않을 때 기념식을 BAT코리아처럼 성대하게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실적이 좋지 않을 때 생산량 등 관련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부진 타개에 대한 내부적 자신감인지, 아니면 생산 기지 기능에 무게 중심을 옮겨주는 일종의 '출구 전략'인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기자수첩] 실적 부진에도 행사는 성대하게?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