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배우 故전미선"..'나랏말싸미' 송강호x박해일 전한 진심·온기(종합)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아름다운 배우, 故전미선 님을 잊지 않겠습니다."

15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 언론 배급 시사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조철현 감독, 배우 송강호, 박해일이 참석했다.

'나랏말싸미'는 모든 것을 걸고 한글을 만든 세종과 불굴의 신념으로 함께한 사람들,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송강호가 세종대왕을, 박해일이 신미스님을, 지난 달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 전미선이 소헌왕후를 연기했다.

고 전미선의 유작이 된 '나랏말싸미'의 제작사 오승헌 대표는 기자간담회 전 무대에 올라 "전미선 님의 비보를 접하고 충격에 빠졌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오 대표는 "영화가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고인을 진심으로 애도하는 마음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영화 개봉을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서 유족들과 얘기를 나눴다"며 "그런데 고인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이 영화를 많은 분들이 보시고, 최고 배우로 기억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개봉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다만 일정을 최소화했다. 진심이 왜곡될까봐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나 여러분께서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또 상영금지가처분 소송과 관련해서는 "영화 개봉하면 금방 모든 분들이 아시겠지만, 순수 창작물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말씀드린다. 그 쪽과 합의를 하지 않고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영화 속에서는 공교롭게도 고 전미선이 연기한 소헌왕후의 천도제 장면이 등장한다. 이에 대해 송강호는 "모두가 슬픔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며 "(촬영 당시는) 아버님이 돌아가신 때다. 그 촬영을 끝내고 서울로 올라왔던 기억이 있는데, 이런 결과가 되니까 이루 말할 수 없는 착잡함이 있었다"며 "의도치는 않았지만 이 영화의 슬픈 운명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송강호는 "이 영화가 관객분들에게 슬픈 영화가 아니라, 그 슬픔을 딛고 아름다운 얘기로 남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해일 역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촬영 때 각자 치열하게 준비를 해왔고, 끝나면 촬영과 작품에 대한 설렘을 나누던 추억이 얼마 되지 않았다. 선배님이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해서 안타깝다"며 "개인적으로 선배님의 마지막 작품을 함께 하게 되어 영광이다. 보시는 분들도 저희 작품을 따뜻한 온기로 품어주시리라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연출자인 조철현 감독은 "천도제 장면을 찍을 때 전미선 님은 그 자리에 없었다. 여러 연기자들이 우시더라. 그래서 연출자로서 울지 말고, 참아달라고 부탁했었다"고 당시를 회상하더니 "힘들다"며 끝내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극 중에 전미선 배우님이 만든 대사가 있다. 세종에게 처음으로 일침을 놓는다. 신미스님과 헤어졌을 때 '백성들은 더이상 당신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전미선 배우님이 직접 만든 대사다"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또 그는 극중 강렬한 인상을 남긴 소헌왕후 캐릭터에 대해 "저는 여자들 사이에서 자랐기 때문에, 여자들을 존중하고 심지어 무서워한다. 여자들이야 말로 대장부라 생각한다. 가장 많이 상처 받고 가장 많이 퍼주고, 홍익인간의 정신을 일상에서 구현해왔다고 생각한다"며 "권력이 21세기에 여성으로 넘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명의 대장부, 두 명의 졸장부'로 캐릭터를 잡았다. 한 명의 대장부가 바로 소헌왕후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종에 대해서는 "상처가 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왕위에 오르기까지 피비린내 나는 권력 투쟁이 있었고 형님 둘을 제치고 왕이 됐다. 처가가 역적으로 몰려 몰락하는 과정 속에서 기본적으로 상처 받은 인간이 아닌가 싶고, 인간적인 빚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군주로서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지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해석을 더했다. 또 과음, 육식을 많이 해서 병자였고, 한글 창제 당시 일명 상태에 있었다는 기록을 보고 그 열악한 상황을 영화 속에 녹여냈다고. 그는 "그런 상황에서도 한글 창제라는 업적을 이뤘기에 위대한 성군이라 부르지 않는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송강호 역시 "한글을 만드는 과정이나 과정 속에서 세종대왕의 고뇌, 군주로서의 외로움에 초점을 맟춘 것은 처음이지 않나 싶다. 그런 점이 특별하다고 생각했고, 배우로서도 이를 중점에 두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극중 신미스님은 세종과 끊임없이 대립하고 화합하면서 한글을 만들어나간다. 그렇기에 왕을 대하는 태도, 말투에 대한 지적이 극 속에서도 등장한다. 박해일은 "신미가 워낙 자존심이 세고, 타협을 할 때는 타협을 하지만 독자적인 문자를 만들어내는 일에 대해서는 확고한 의지가 있다. 세종이 총 감독이라면, 신미는 디자이너나 편집을 담당하며 오랫동안 남겨질 문자를 만들려 했기에 그런 태도를 취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박해일은 "들이마시는 공기처럼, 우리가 흔히 쓰는 우리 말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었다. 남녀노소 많은 관객들이 쉽게 담백하게 이 영화를 받아들이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송강호는 "너무 안타깝고 슬픈 일을 겪었다. 그렇지만 세종대왕의 고난의 역사, 외로움의 고통들을 영화관에서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영화로 기억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나랏말싸미'는 오는 24일 개봉된다.

박진영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이다희, '퀸덤' MC 나선다…걸그룹 6팀 이끌 걸크러시 리더

• '나랏말싸미' 송강호 "故전미선 천도제 촬영 날 父 별세, 슬픈 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