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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웅 "'재발견 배우' 좋아…이 정도면 뜬 것 아닌가요? "(인터뷰)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축구에서 모든 선수들이 메시일 수는 없잖아요. 박지성처럼 헌신적인 역할을 해야 할 때도 있어요."

'신입사관 구해령'에서 박기웅의 역할이 그랬다. 드라마는 여성 사관 구해령의 성장담, 그리고 신세경과 차은우의 궁궐 로맨스를 전면에 부각 시켰지만 그 뒤에는 박기웅이 있었다. 여성 사관들에 힘을 실어주는 왕세자 이진이 있었던 것처럼, 박기웅은 묵직한 존재감으로 극을 단단하게 잡았다.

[사진=젤리피쉬]
[사진=젤리피쉬]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을 마치고 만난 박기웅은 밝은 표정이었다. 그는 "드라마할 때도 잠을 푹 잤다. 안 지쳤다. 스태프 근무 시간 등으로 환경이 많이 바뀌었고, 저희 드라마도 잘 지켜졌다. 체력이 많이 소진되지 않아 좋은 작품 있으면 바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추노'에서 노비패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는 드문드문 사극을 연기했지만, '신입사관 구해령'의 이진은 지금껏 연기해왔던 인물과 또 달랐다. 박기웅은 "사극은 장치라면, 캐릭터성이 강하고 악역도 아니다. 내 목소리를 내는 인물이다"고 말했다.

"저는 대본이 들어왔을 때 가장 중요한 첫 번째가 극의 재미이고, 두 번째가 제 캐릭터의 매력이에요. 극에서 캐릭터들이 제 소리를 낼 때 유기체처럼 간다고 생각해요."

극중 박기웅은 조선왕조 역사상 가장 투지 넘치는 세자이자 내면에 슬픔을 가진 인물 이진 역을 맡았다. 이진은 진심으로 백성을 아끼고, 누구보다 깨어 있는 인물로 조선 최초 여사 제도를 도입하는 등 편견 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권력에 굴하지 않고, 정의를 따르며 모두 앞에서 기꺼이 무릎 꿇는 파격적인 캐릭터였다.

"극의 중심이 되는 예문관에 힘을 실어주는 세자였어요. 대신들이 반대할 때 제 목소리를 내야 했기에 당위성 있게 연기를 하려고 했어요. 대신들이 반대할 때 제가 말도 안되게 연기하면 '떼쓴다'고 하잖아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선배들과의 대립 과정에 있어서 같이 상승하는 에너지를 줬어야 했기 때문에 신뢰감 있는 목소리와 힘있는 소리를 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박기웅은 지인의 녹음실에 가서 자신의 소리를 녹음해가며 연구하기도 했다고. 흠잡을 곳 없는 발성, 탁월한 대사 전달력 뒤에는 그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물이었다. 그는 "어떤 분들은 목소리가 바뀌어서 다른 사람인줄 알았다고 하는 분들도 있더라"라고 웃었다.

[사진=젤리피쉬]
[사진=젤리피쉬]

왕세자 이진을 연기하며 외로웠다고도 털어놨다. 그는 "예문관은 제 또래 배우들이 재미있게 촬영을 하는데, 저는 선배들과 윽박 지르며 연기를 한다. 대전신을 찍으면 사관들이 항상 입실을 하는데 사관들이 오면 너무 좋았다. 차은우와 함께 하는 신들은 고마웠다. 약간 스트레스가 풀렸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왕 연기를 하면 왜 외롭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 시대에 왕이나 지금 대통령을 시켜줘도 외로워서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기웅은 차은우와 신세경을 든든하게 받쳐주고,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소화했다. 그랬기에 그의 연기는 더 돋보였다.

"분량이 지금보다 많은 작품도 해봤고 조연일 때도 있었어요. 그 때는 저에게 주어진 모든 신을 다 임팩트 있게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게 극에 좋은 건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전 무조건 돋보이려고 개인기 하는 배우를 싫어한다. 드라마 메시지가 온전히 잘 전달되는 것이 첫번째고, 내가 보이는 건 두번째죠. 내가 팍팍 튀면 극이 삐딱해져요. 조절을 하는게 기특한 것 같아요."

2005년 영화 '괴담'과 드라마 '추리다큐 별순검'으로 데뷔한 그는 어느덧 데뷔 15년 차가 됐다. 현장에서 '막내 연기자'였던 그는 이제 중간급 고참이 됐다.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제가 스무살에 이 일을 시작했어요. 그 때는 어딜 가도 대부분 막내였는데 어느 순간 저에게 다 오빠, 형이라고 부르다가 이제는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스태프 포함해서도 고참급이더라구요(웃음). 외롭기도 하고 책임감이 많이 생겼어요. 어느 순간 현장에서 디렉션을 주는 감독님이 줄어들어요. 제가 딱 그 기로에 있는 것 같아요. 성장하고 연차가 쌓이면서 더 잘하는 노련한 배우가 될 수 있겠지만 더 책임감이 느껴지기도 해요."

[사진=젤리피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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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웅은 지금의 차은우 나이에 '동갑내기 과외하기2' 주인공을 했었다며, 지난 연기 인생을 곱씹기도 했다.

"20대 때는 다작 배우였어요. 1년에 미니드라마 4편을 한 적도 있어요. 그 때는 서울에 혼자 올라와서 돈이 필요해서 그랬어요. 그런데 경제력이 생긴 뒤에는 습관이 되서 그러고 있더라구요. 군대를 늦게 가면서 일을 쉬게 됐고 저를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됐어요. 다작을하면서 얻은 건 경험이죠. 연기에 대해 이야기 하는게 부끄럽지만, 저는 근육으로 치면 생활 근육인 것 같아요. 전공자도 아니고, 현장에서 배우고 익히고 고민했어요. 시트콤 빼고는 모든 장르를 해본 것 같아요. 그러면서 쌓인 경험들이 차츰차츰 발전해가는 것들이 그런 것 같다.

박기웅은 "그 때보다 지금이 연기를 더 잘하는 것 같다"고 웃으며 "그 때는 막연한 무언가를 잡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잘되고 싶다. 부와 명예가 아닌, 시청자와 관객들에게 배우로서 믿음을 주고, 작품 선택을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이 크다"고 했다.

박기웅은 "이 정도면 뜬 것 아닌가요"라며 "지금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산다. 배우만 해서 오롯이 먹고 살 수 있는 것이 꿈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재발견'이나 '안뜬다'라고 하는 것도 저의 가능성을 믿고 하는 이야기라, 그것도 기분 좋다"고 활짝 웃었다.

인터뷰 내내 "컨디션이 몹시 좋다"고 강조한 박기웅은 "지금 당장도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벌써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그의 표정에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다.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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