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스푸트니크와 같다"…韓 3년내 잡을 역량有

그레고어 리보디 IDQ CEO "물리학 넘어 엔지니어링 단계 진입"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첫번째 위성인 스푸트니크도 하는 일 없이 지구 궤도를 따라 도는 것만 보여줬다. 하지만 이 단계는 향후 혁신의 중요한 첫 발이었다."

그레고어 리보디 IDQ CEO는 17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파시토르니 회관에서 열린 '유러피언 퀀텀플래그십 이벤트'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양자컴퓨터의 무궁한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에 대해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레고어 리보디 IDQ CEO(우)와 곽승환 IDQ 부사장

IDQ는 양자암호통신 세계 1위 기업으로 SK텔레콤의 지난해 인수한 자회사이기도 하다. 양자암호통신은 기존 암호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양자컴퓨터의 보안체계 대안으로 꼽힌다. IDQ와 SK텔레콤은 양자암호통신분야에서 양자난수생성기(QRNG), 양자기분배기(QKD) 등을 상용화한데 이어 EU 퀀텀플래그십의 첫번째 프로젝트인 '오픈 양자키분배(OPEN QKD)'의 1위 공급사로 선정됐다.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전 세계 양자 컴퓨터 시장이 2035년 20억달러(한화 약 2조4천억원), 2050년 2600억달러(한화 약 306조7천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굴지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도 앞다퉈 양자컴퓨터 개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물리학계 일각에서는 양자컴퓨터가 마케팅의 수단일뿐 활성화하는데는 제약이 따른다는 부정적 입장을 내고 있다. 보안체계를 뒤흔들 수 있는 가능성도 낮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리보디 CEO는 세계 최초 위성인 '스푸트니크'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스푸트니크는 궤도에 따라 추락하지 않고 지구를 따라 돌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것. 이를 토대로 향후 위성은 다양한 곳에서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보디 CEO는 "일부 물리학자나 경쟁사에서도 양자컴퓨터가 한가지 특정한 쪽만 연산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라고 비난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최초 컴퓨터인 애니악이 만들었을 때도 하는 일은 포탄의 궤적밖에 계산할 줄 몰랐으나 지속적인 발전으로 인해 현재 들고 다니는 컴퓨터인 스마트폰까지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글이 보여준 양자우월성은 다른 쪽에서 시비를 걸더라도 실제로 양자컴퓨터가 잘 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양자컴퓨터는) 물리학을 넘어 엔지니어링 단계로 진입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유러피언 퀀텀플래그십 이벤트 오프닝에서도 연사들의 발표에 이어 석박사들의 양자컴퓨터에 관한 질문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도 했다.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한국도 충분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이어졌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달 초 양자 컴퓨팅 스타트업 '알리로'에 270만달러(한화 약 31억8천만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양자컴퓨팅 개발 및 확대에 5년간 445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곽승환 IDQ 부사장은 "인텔 역시 네덜란드의 관련업체와 손잡고 500억원을 투자해서 칩을 만드는데 2년반밖에 걸리지 않았다"라며,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저력있는 대기업과 숨은인재들이 꽤 많기에, 이를 찾거나 해외 협업을 통해서 3년 내 따라 (양자컴퓨터 기술을) 따자 잡는데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확신했다.

◆ "노하우 쌓았다"…경쟁사와 2년 이상 격차

양자컴퓨터가 창이라면 방패 역할은 '양자암호통신'이 대안으로 꼽힌다. 이미 상용화 경험이 있는 IDQ가 시장 선도에 과감하게 나설 수 있는 상황.

리보디 CEO는 "양자컴퓨터가 없더라도 컴퓨팅 속도는 지속적으로 빨라질 것이기에 QKD의 경우 긴 호흡에서 필요하다"라며, "50년 보관 데이터가 20년만에 밝혀진다면 나름의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IDQ는 2001년 양자물리학에 관심있는 니콜라스 지생, 올리버 구인나드, 고레고어 리보디, 후고 즈빈덴에 의해 창설됐다. 2002년 세계 최초 양자난수생성기, 2006년 양자키분배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어 2007년에는 제네바 투표에 양자 시스템을 첫 도입하기도 했다. 개표소와 정부 데이터센터간 4km 구간을 양자암호를 적용한 실험을 감행했다.

곽 부사장은 "SK텔레콤에서 양자암호를 개발한다고 했을 때 이 사례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라며, "양자암호가 상용화될 수 있다는 첫번째 사례"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2016년 IDQ에 25억원을 투자해 양자난수생성칩을 공동 개발하는데 더 나아가 2018년 약 700억원을 들여 IDQ를 인수를 결정했다.

올해 한국에서는 성수에서 둔산까지 221Km 거리에 양자암호를 적용했다. 5G 인증센터에 양자난수생성기를 세계 최초로 적용하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브리티시텔레콤(BT)과 함께 캠브리지에서 아델스트랄파크에 이르는 125Km 양자암호통신을 연결하기도 했다. 미국 월가에도 IDQ의 양자암호시스템이 도입됐다.

IDQ는 EU 퀀텀플래그십의 첫번째 프로젝트인 '오픈 양자키분배(QKD)'에 1위 공급사로 선정됐다. QKD와 함께 도시바가 이름을 올렸다.

리보디 CEO는 "IDQ는 이미 QKD를 제품화 시켜서 여기저기 도입한 상황으로 도시바는 랩 차원에서 테스트 프로토타입으로 참여했다"라며, "랩에서 장인정신으로 한땀한땀 만드는 것과 일년에 20~30개 장비를 양산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것만 해도 2년 정도의 차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헬싱키(핀란드)=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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