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EU 양자암호 깃발 꽂는데…"韓 지금이 기회다"

여·야 합심해 양자특별법 발의, 과기정통부 로드맵 수립 눈앞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한국 정부가 양자암호통신 로드맵 수립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은 양자 기술 선도를 위해 조단위 투자를 집행하고, 그에 따른 세부계획 수립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게대가 미국과 중국 등도 전세계적으로 양자 패권을 쥐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회와 정부 유관기관이 양자암호에 힘을 싣기 위한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어, 민간 주도의 양자암호기술개발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EU 퀀텀플래그십은 17~18일(현지시간) 이틀간 핀란드 헬싱키 파시토르니 회관에서 '유러피언 퀀텀플래그십 이벤트'를 마련하고 유럽의 양자기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고찰과 함께 퀀텀플래그십의 전략과 실행에 대한 상세한 논의를 펼쳤다.

EU 퀀텀플래그십은 17~18일(현지시간) 이틀간 핀란드 헬싱키 파시토르니 회관에서 '유러피언 퀀텀플래그십 이벤트'를 열었다

EU는 지난 2016년부터 퀀텀유럽공동협력 프로젝트를 운영한 결과 새로운 중장기 연구개발 프로젝트인 '퀀텀 매니페스토'를 발표, 2018년부터 10년간 10억유료(한화 약 1조3천억원)를 양자기술에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2017년 2월 'EU 퀀텀 유럽 2017:양자기술 플래그십'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양자기술 플래그십의 중간보고서를 채택하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오픈 양자키분배(OPEN QKD)'를 오는 2022년 9월까지 3년간 1천500만유로(한화 약 197억원)를 투입해 실험하기로 했다.

이벤트 현장서 만난 알리나 히어쉬만 EU 퀀텀플래그십 커뮤니케이션 담당(박사)은 "미국이 달탐사를 통해 달에 성조기를 걸었다면, 유럽은 양자에서 EU 깃발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갖고 똘똘 뭉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EU의 적극적 행보는 모든 이론과 실험의 근간이었던 유럽이 타국의 양자관련 산업화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미국은 지난 2009년 국가양자정보과학비전을 발표하고 산학연 연계방식을 통해 매년 1조원 가량을 양자 연구에 매진했다. 지난 2012년에는 보안을 이유로 기술개발 로드맵을 비공개 전환키도 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국회는 5년동안 12억 달러(한화 약 1조4천억원)를 양자 컴퓨팅 기술에 투자하는 '국가양자 이니셔티브 법안'을 통과시켰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종 서명하기도 했다. 양자기술 개발 전략을 수립하는 '국가 양자 조정 사무소'와 백악관에 양자산업 정책을 조언하는 '자문위원회'가 신설되기도 했다.

중국은 수년전부터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2014년 베이징과 상하이를 잇는 2천km 구간에 양자정보통신 기간망을 구축한데 이어, 2016년 세계 첫 양자통신위성을 발사하는데 성공했다.

2017년 중국은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국립 양자정보과학연구소 건립을 확정하고 2년 6개월간 760억 위안(한화 약 13조원) 투자를 결정했다. 오는 2020년 연구 클러스터가 구축완료된다.

이와 달리 한국은 양자암호 기술개발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상태다. 국회에서 발의된 양자 특별법 등도 통과 없이 계류만 지속되고 있으며, 정부 예산안 역시 번번히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양자 산업 진흥을 위한 종합적인 법제도나 지원체계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2017년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출한 양자정보통신 중장기 기술개발 사업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한 뼈아픈 기억이 남아있다. 기재부로부터 R&D예타 조사 권한을 넘겨 받은 지난해 역시 물리적 시간 부족으로 인해 접수마저도 물건너갔다.

올해 과기정통부가 양자암호분야를 양자컴퓨터와 양자센서, 양자암호통신으로 구분해 예산확보에 나서긴 했으나 60억원 예산 규모의 '개방형 양자 테스트베드 구축 계획'은 최근 전액 삭감된 바 있다.

다만 민간 차원에서는 양자암호 분야의 불씨를 이어가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011년 퀀텀테크랩을 신설한데 이어 지난해 세계 1위 양자암호통신기업 IDQ를 인수해 올해 가시적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 역시 ITU-T에 양자암호통신 관련 표준안을 내놓으면서 전세계 표준 선도에 나서고 있다.

그레고어 리보디 IDQ CEO(우)와 곽승환 IDQ 부사장

◆ 여·야 합심해 '양자특별법' 발의…보급화 계기될까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에 ICT기술수준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양자정보통신 기술수준은 최고 기술보유국인 미국의 73.6%에 불과하다. 유럽은 99%, 일본 90%, 중국 86.1%로 10%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위상 약화는 퀀텀플래그십 이벤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6년 퀀텀매니페스토가 발표될 때만 해도 유럽에서 한국은 양자정보통신 역량을 인정받은 바 있다. 하지만 점차적으로 입지가 좁아지면서 대부분의 양자선도국은 미국과 중국, 캐나다 등만이 언급되고, 한국은 빠졌다.

한국의 양자암호 분야의 반전은 지난 6월 국회와 정부, 산업계,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양자정보통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발족된 양자정보통신포럼이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양자정보통신포럼은 공공기관과 산학연을 중심으로 운영위원회와 연구개발, 인력양성, 산업기반, 입법 등 4개 분과 전문위원회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출범식에는 민간 주도로 양자산업을 활성화하기에는 투자 규모와 긴 기간, 높은 리스크 등으로 인해 어려움이 커 전방위적인 지원책이 강구돼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지난 6월 산학연관이 힘을 모아 양자정보통신포럼을 발족시켰다 [사진=조성우 기자]

그 결과 지난 16일 국회 '양자산업 육성 및 지원을 위한 ICT 특별법(양자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번 발의는 김성태 의원(비, 자유한국당)을 포함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3당 간사 및 법안소위 포함 30명 이상의 여야 의원이 공동발의해 연내 통과가 유력시 되고 있다.

김성태 의원은 "30명 이상의 여야 의원들이 공동 발의한만큼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퀀텀 점프시킬 것으로 확신한다"라며, "양자기술과 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지원과 육성이 늦어질수록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더욱 벌어져 영영 따라잡을 수 없을 수도 있으며, 나중에는 ICT 강국의 위치마저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은 양자응용기술 정의를 기반으로 과기정통부가 민간사업자 및 단체 등에 대한 양자응용기술 기반 네트워크 구축에 비용 지원 근거를 마련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또한 기술개발 지원을 위한 양자응용산업클러스터를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양자키분배(QKD) 등 장비 보급의 걸림돌로 지적된 보안조치와 안정성 검증 기반이 구축될때까지 5년 이내 범위에서 보안조치를 유예할 수 있다는 조항에 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유러피언 퀀텀플래그십 이벤트에 참석한 그레고어 리보디 IDQ CEO는 "보안 인증 이슈는 양자암호쪽에서 뜨거운 감자로 국제적으로 UN이 인정하는 3개 단체(ITU, ISO, IEC) 중 현재 ISO에서 지난해 중국이 제안해 양자암호장비의 안전성 장비에 대한 테스트 과정을 만들자해서 진행 중"이라며, "독일 BIS,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도 보안 인증 프로세스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증체계보다 기술개발 및 상용화가 앞서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법안을 통해, 양자암호통신 관련 장비 보급이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성태 의원실에 따르면 양자특별법을 통해 향후 2030년까지 약 246조원의 생산유발효과와 약 103조원의 부가가치 효과, 약 21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연내 '양자정보통신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 2월 작업반을 구성해 분야별 추진사항을 논의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헬싱키(핀란드)=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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