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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윤모 장관, 'LG-SK 소송戰 중재' 발언 속내는


내년 6월 美 ITC 예비판정 전까지 사실상 소극적 개입 기조 유지할 듯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LG화학-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에 개입할 시기와 방법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부의 갈등 중재 능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그렇다고 기업간 소송에 개입해 자칫 잘못된 판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성 장관은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두 기업이 서로 싸우고 소송하는데 이걸 그냥 방치하면 되느냐'는 자유한국당 출신 이종구 산자위원장의 질문에 "어느 시점에 어떠한 역할을 진행할지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조성우기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조성우기자]

이 위원장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소송에 대해 정부가 조정하라고 했는데 오히려 악화를 시키며 산업부 장관이 일을 못하고 있다"며 "확실히 매듭을 짓고 단호하게 대처를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자, 성 장관은 "국가와 국민 전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양사간 입장차가 크다보니 정부가 입장을 조율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최고경영자(CEO) 회동 등 각종 물밑 협상에도 6개월째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들은 맞제소에 이어 여론전까지 진행하며 사실상 루비콘 강을 건넌 상태다.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사장은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19 개막식에서 SK이노베이션과 화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그건 SK이노베이션에 달렸다"고 선을 그었다. SK이노베이션이 잘못을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기 전에는 소송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이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SK이노베이션 내부에서는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은 사실상 항복 선언이라며 LG화학을 비롯해 LG화학 배터리를 사용하는 LG전자까지 특허소송을 제기, 소송전 확대에 나섰다.

이에 그동안 정부는 마냥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산업부는 지난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최고경영진(CEO) 회동을 물밑에서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두 회사간 소송이 진행되는 만큼 산업부가 나설 경우 지나친 간섭으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 하에 산업부 관계자는 동석하지 않았다.

힘들게 주선한 양사의 최고경영진 회동이 결렬되자, 산업부는 사실상 '소극적 개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산업부는 현재 양사 실무진들과 꾸준히 연락하며 갈등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고 있을 뿐, 추가 조치를 진행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성윤모 장관의 '양사간 소송전에 개입할 시점과 방식을 놓고 고민 중'이라는 답변은 정치적 수사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 예비판정이 진행될 내년 6월 가량부터 산업부는 '적극적 개입' 기조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소송전을 펼치는 기업들은 통상 판정을 앞두고 결과를 예측하며 물밑에서 각종 협의를 진행하는 만큼 정부는 이 시기를 활용할 전망이다. 실제로 LG화학이 지난 2017년 중국 ATL(암페렉스테크놀로지)을 상대로 미국 ITC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을 때도 ITC 판결 직전에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두 덩치 큰 대기업들의 입장이 너무나 완강하다보니 정부가 나서서 조율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년 중순 ITC 판결이 나올 즈음 균형을 이루고 있는 추(錘)가 한쪽으로 쏠리고 결국 물밑 협의가 본격화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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