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방은 처음이라"…마흔파이브, 20년지기 개그맨들의 '도전'(인터뷰①)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합쳐서 200살, 우리는 마흔파이브"

여느 아이돌 그룹 못지 않게 우렁찬 목소리로 팀 인사를 전한다. 신곡 홍보 활동을 위해 라디오도 열심히 출연하고, 음악방송 무대에도 올랐다. "마흔살에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어 오래 기다렸다"는 마흔파이브는, 요즘 매일매일 새로운 날들을 겪고 있다.

마흔파이브는 개그맨 김원효, 김지호, 박성광, 박영진, 허경환이 뭉친 프로젝트 그룹. 이들은 KBS 공채개그맨 22기 동기이자 81년생 친구들로, 아직은 마흔파이브라는 그룹보다 개개인의 얼굴이 더 잘 알려진 개그맨들이다. 최근 데뷔곡 '스물마흔살'로 바쁜 활동을 펼치면서 조금씩 팀 인지도를 쌓고 있다.

마흔파이브는 "이번주 '음악중심'에 출연해 '스물마흔살' 리믹스 버전을 처음 선보인다. 춤은 다 처음이라, 열심히 연습 중이다. 김지호는 디스크가 있고, 박영진은 '이번 타임은 쉬면 안 되겠냐'고 하는데 그럼에도 다들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우리 기수쯤 되면 개그 쪽에서는 편하게 할 수 있는데, 가수는 신인 같다"고 말했다. 엄살을 떨면서도 멤버들의 표정엔 즐거움이 묻어났다.

마흔파이브는 단순히 '개가수' 열풍에 편승한 것이 아닌, 꽤 오래 전부터 진지한 마음으로 준비해온 프로젝트 그룹이라고. 이미 수 년 전 김원효가 "마흔살이 되면 마흔파이브를 하자"고 멤버들에게 이야기 해왔다.

"(KBS 공채) 22기 동기가 딱 다섯명이에요. 내 나이 마흔을 넘어서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어 기다려왔어요. 남들은 나이 먹기 두려워하는데, 저는 남이 먼저할 수도 있으니깐 나이를 먹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우리 아이디어를 뺏기는 경우도 많았죠. 기다리고 기다렸어요. 아직 마흔이 아닌 서른아홉인데 조급한 마음에 지금 하게 됐어요."(김원효)

"3년 전에 처음 들었고 그 뒤에 매년 이야기를 해왔어요. 작년 겨울에 본격적으로 저희집 아래에 있는 치킨 집에서 창단식을 했어요. 그 땐 허경환은 참석 안하고 대신 제 강아지가 다섯 명의 자리를 채웠는데(웃음), 현실이 될까 싶었어요."(박성광)

처음엔 남자들의 로망인 밴드를 결성했다. 각자 건반과 키워드 기타, 색소폰 등 악기를 배웠다. 허경환은 "처음엔 '공연을 만들자'가 목적이었다. 우리끼리 '방송에서 나와달라고 해도 나가지 말자'고 했다"고 돌이켰다.

밴드에서 음악적 색깔을 선회한 건 홍진영에게 '스물마흔살' 곡을 받으면서부터다. 김원효는 "컨설팅을 받았다. 그룹을 시작하면 여러 옷을 입을 수 있는데 밴드로 시작하면 힘들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허경환은 "홍진영에게 앞서 두 번 곡을 거절했는데, 오기로 '마지막'이라며 이 곡을 줬다. 그 때 잽싸게 받았다. 이걸 하려고 그 복을 차버렸나보다. 진영이의 발목을 잡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음감이 많이 부족하다. 노래를 안 부르는 조건으로 팀에 합류했다"고 고백한 박영진은 "(홍진영이)저에게 디렉팅을 할 때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고 했다. 뭔가 잘한다고 하니깐 자신감이 생겼다. 노래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는데 많이 좋아졌다. 초등학교 저학년 선생님처럼 칭찬으로 끌어내리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신곡 '스물마흔살'은 어느새 불혹을 앞둔 다섯 남자의 청춘에 대한 애틋함과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담은 곡으로, 따뜻한 멜로디와 말하는 듯 이어지는 다섯 남자의 이색 하모니가 조화를 이뤘다.

'우리는 아직 스물마흔 살/마흔대로 살지 말고/마음대로 사는 거야/괜찮을 거야'라는 가사는 곧 멤버들 스스로의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멤버들은 개그 코드보다 진정성이라는 반전(?)을 택했다.

김원효는 "친구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우리들의 스무살과 마흔을 살아온 이야기들이 더 많다. 그런 이야기 위주로 곡을 썼다. 조금 더 진정성 있게, 우리의 생각을 가사에 담아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대부터 40대까지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장모님을 태우고 운전하다 노래를 틀어줬는데 우셨다. 스무살 때 생각난다고 했다. 가사가 와닿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허경환은 "얼마 전 유튜브에 간암3기 38살 어떤 분이 개사를 해서 음악을 올렸더라. 그런 것을 볼 때마다 우리가 진정성 있는 노래를 하길 잘했다"고 말했다.

허경환은 또 "'너희들이 가수라는 말을 쓸만한 건 아닌데'라는 댓글을 봤다. 가창력이 좋으면 좋겠지만 우리 이야기를 풀고 싶었다. '스물마흔살'은 일반적인 사십대의 목소리를 담는다"라며 "가수만큼은 아니지만 트레이닝도 받고 있고 최대한 성의껏 준비하고 있다"라며 노력과 진심을 강조했다.

내년에 마흔을 앞두고 있는 마흔파이브 멤버들에게 그룹 결성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개그라는 본업을 놓치지 않으면서, 마흔파이브 활동도 이어가야 하기 때문. 박성광은 "소속사가 다 달라 활동이 쉽지 않다. 워너원의 대단함을 새삼 느꼈다"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멤버들은 마흔이라는 나이를 되짚으며, 마흔파이브 결성을 뿌듯해했고 즐거워했다.

허경환은 "어쩌다 제 삶 속에 마흔이라는 나이가 왔다. 40이라는 숫자에 많이 무너지더라. 군복을 입으면 사람이 처지듯이 마흔이라는 나이를 들으면 마음이 그렇다. 이 친구들 만나면 스무살 때로 돌아가는 것 같다. 이해하는 부분이 크고 장난쳐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박영진은 "저같은 경우는 그동안 눈치를 보고 참고 살았던 것 같다. 마흔은 조금 더 오롯이 나를 위해 살고 싶다. 최소한 나의 마음에 드는 삶을 살고 싶다. 그게 제 목표다"고 말했다.

마흔파이브는 일회성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내년 상반기 신곡 발표와 해외 투어를 희망하고, 더 나아가 개그와 음악무대가 결합된 공연으로도 확장 시키고 싶다고. 마흔파이브 멤버들은 "어느 순간 도전이 두려웠는데, 스무살 때처럼 즐기며 살고싶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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