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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징벌적 손해배상제'로 금융범죄 근절을


[아이뉴스24 문병언 기자] 최근 금융감독 당국이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자산운용사의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하고 판매사와 수탁기관에도 관리, 감시 책임을 부여키로 했다. 비상장 주식이나 전환사채 등 비시장성 자산의 공정가액을 평가하는 기준도 새로 마련한다. 자산총액이 500억원을 넘는 사모펀드는 외부감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원금손실과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터지자 제도적 헛점을 메우기 위한 조치다. 지난 2015년 사모펀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가 DLF, 라임 사태를 겪으면서 다시 옥죄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얼마 전 도피행각을 벌이던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은신처에 함께 있다가 검거됐다. 라임이 코스닥 상장사 스타모빌리티에 600억원을 투자했는데, 김 회장은 회삿돈 517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투자를 주도한 인물과 투자받은 돈을 횡령한 인물이 결국 ‘한몸’이었던 셈이다.

이 전 부사장은 1조6천700억원의 펀드 환매가 중단된 라임사태를 촉발한 장본인이다. 이 가운데 5천400억원만 회수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머지는 증발됐다. 또 특정 펀드의 손실을 막으려고 다른 펀드 자금으로 부실자산을 인수하는 돌려막기에다, 투자한 기업의 자금을 빼돌리고 주가조작에도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처럼 투자자들의 자금을 운용하는 사람이 나쁜 맘을 먹는 것까지 막을 제도적 장치는 없다. 감독당국이 그물망을 아무리 촘촘하게 짠들 일부 운용사의 위법, 일탈을 완벽하게 걸러내기는 불가능하다.

작년말 기준 사모펀드 규모는 478조원으로 공모펀드의 2배에 달한다. 2017년 334조원에서 2018년에는 386조원으로 커졌으며 작년 한해에만 92조원이나 더 불어났다. 사모펀드 수는 1만1천734개에 이른다.

1만개가 넘는 펀드에서 제2, 제3의 라임사태가 얼마든지 터질 수 있다. 정상적인 투자처럼 꾸민 후 투자금을 빼내면 막을 도리가 없다. 투자는 결국 사람이 한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듯이 라임 사태를 봤을 때 운용인력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도덕성’ ‘양심’에만 맡기긴 어렵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강력한 방안이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주가조작이나 횡령 등 금융범죄에 대해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게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는 가해자의 불법적인 행위로 인한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제도이다. 가해자가 불법행위를 반복하지 못하도록 막는 동시에 다른 사람이나 기업이 비슷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스웨덴에 본사를 둔 가구업체 이케아는 2016년 서랍장에 깔려 숨진 미국 어린이 3명의 유족에게 5천만달러(612억원)를 나눠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다른 한 어린이의 유족에게는 4천600만달러(약 563억원)를 배상했다. 이처럼 이케아가 수백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손해배상을 하게 된 이유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하도급거래, 신용정보 이용, 개인정보 보호,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대리점거래, 제조물 결함, 특허권 침해 등과 관련해 손해액의 최대 3배를 배상하는 법안이 시행중이다. 이를 금융범죄에 대해서도 적용하는 게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주가조작이나 횡령으로 인해 회사가 하루 아침에 망가지고, 보유 주식이 휴지조각이 됐는 데도 소액주주들이 손실보전을 받았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다.

21대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차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180석의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한 만큼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도입이 가능하다.

주가조작, 횡령을 저지른 인물이 징역형을 받고도 다시 동일 범죄행위를 일삼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이는 불법이 들통 나 처벌을 받더라도 범죄수익의 회수가 제대로 안돼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금융범죄로 챙긴 금액의 몇배를 토해내도록 해서 아예 불법이 발을 못 붙이게 만들어야 한다. 수많은 투자자들이 피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문병언 기자 moonnur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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