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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간 日 수출규제] 일본의 자승자박…"日 기업에 부메랑"


스텔라케미파·JSR 등 일본 소재업체 나란히 지난해 실적 하락세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일본의 소재업체인 스텔라케미파는 지난해(회계연도 기준 2019년 4월~2020년 3월) 확연히 떨어진 실적을 받아들었다. 스텔라케미파의 영업이익은 24억700만엔(한화 약 275억원)으로 전년 대비 31.7% 떨어졌다. 당기순이익도 19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줄었다.

스텔라케미파는 그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에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공급해 왔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웨이퍼 세척을 통한 불순물 제거에 사용되는데, 특히 반도체의 경우 제품 민감도가 높은 만큼 고순도 불화수소는 필수적이다.

스텔라케미파는 지난해까지 고순도 불화수소 시장점유율이 95%가 넘었을 정도로 독보적이었다. 일본은 지난해 7월 고순도 불화수소를 비롯한 3개 품목(포토레지스트·플루오린 폴리이미드)에 대해 수출규제를 단행했는데, 스텔라케미파를 비롯한 자국 소재업체들이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들이 대상이었다. 일본은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핵심 소재를 원활히 공급받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생산 차질을 노렸지만, 오히려 이는 스텔라케미파를 비롯한 자국 소재업체들의 실적 하락으로 돌아왔다.

 [출처=아이뉴스DB]
[출처=아이뉴스DB]

실제로 JSR·스미토모화학 등 일본 소재업체들의 지난해 실적은 일제히 하락했다. EUV(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 제조업체인 JSR은 45억2천610만엔에서 32억8천840만엔으로 영업이익이 줄었고,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제조업체인 스미트모화학은 같은 기간 1천830억엔에서 1천375억엔으로 실적이 감소했다. 또 다른 불화수소 제조업체인 모리타화학의 경우 지난 1월 초 한국에 수출을 재개했음에도 수출규제 이전에 비해 한국향 수출이 30% 줄었다.

일본 현지에서도 이들 업체들의 실적 하락을 수출 규제 여파로 보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이후 한국 기업들이 대체 가능한 공정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며 "탈일본으로 일본 소재·부품업체들의 타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대부분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에 공급하는 물량 비중이 컸는데 수출규제 이후 공급이 끊기면서 고스란히 실적 타격으로 이어졌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본 수출규제라는 변수 속에서도 실적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지난해 3분기·4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감소하기는 했지만 일본 수출규제보다는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전반적인 부진이 원인이었다.

양사는 이들 핵심 소재들의 수급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지난 1년여 동안 백방으로 움직였다. 그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해 10월 액체 불화수소 일부를 솔브레인·램테크놀러지 등 국내 업체들의 물량으로 대체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역시 일본산 제품을 국산 제품으로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기체 불화수소(에칭가스)의 경우 아직 국산화 속도는 더딘 상황이다. 미국 특수가스 업체 등으로 수급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이미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 등이 국산화에 성공했다. 자체 기술을 확보해 시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코오롱인더스트리 공장을 방문해 "아주 자랑스럽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가장 국산화가 어려운 품목으로 꼽히는 EUV 포토레지스트의 경우에도 미국 듀폰 등으로부터 제품을 공급받고 있다. 특히 듀폰은 지난 1월 한국에 EUV 포토레지스트 생산시설을 세우기로 했다.

자국 소재업체들의 수출규제 우려를 파악한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일부 수출허가 조치를 내렸다. EUV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지난해 12월 기존의 개별허가에서 '특정포괄허가'로 변경해 수출 절차를 다소 간소화하기도 했다. 스텔라케미파와 모리타화학도 한국 업체에 대한 불화수소 수출을 일부 재개했다. 그러나 이미 국내 업체들이 핵심소재 다변화 방안을 찾으면서 기존 일본산 독점이었던 품목들도 미국·중국 등으로 수입처가 다양해졌다. 결과적으로 일본 소재업체들의 핵심 고객사 지위가 크게 흔들리며 역풍을 맞게 됐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국산화에 완전히 성공하지 못한 소재들도 다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일본의 수출규제 및 추가적으로 행할 수 있는 조치에 따른 위험은 남아 있다"라면서도 "국내 기업들의 수출 다변화 노력이 성과를 거두면서 일본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윤선훈 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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