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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회고록⑥-끝]불발로 끝난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트럼프가 공동 성명도 없이 회담 결렬시켜…김정은은 ‘체념’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장소와 날짜가 정해졌다. 2019년 2월 27, 28일 베트남 하노이. 나는 실패를 방지하기 위해 골몰했다. 하노이에서의 실수를 막기 위해 트럼프와 개인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했다.

별다른 충격이 없었던 싱가포르에서와는 달리 트럼프를 위해 하노이 회담에 대한 사전 브리핑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첫 번째 하노이 준비 회의는 그해 2월12일 상황실에서 열렸다. 카터, 클린턴, 부시, 오바마 등 전직 대통령 시절의 비디오를 보았는데, 북한과 훌륭한 협상을 달성했다는 자화자찬이 전부였다.

2019년 2월 27, 28일 이틀 동안 베트남 하노이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2019년 2월 27, 28일 이틀 동안 베트남 하노이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회의 결과 트럼프는 하노이가 ‘모 아니면 도’ 게임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실질적인 진전이 나오지 않으면 트럼프는 이전처럼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당시 상황을 더 이상 잘 표현할 수 없었다.

우리의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는 전보다 더 강해졌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제재는 우리에게 곧 이익을 가져 올 것이다. 김정은은 협상을 위해 더욱 필사적이 됐는데, 경제 제재가 완전하지는 않아도 북한 경제를 개선하려는 그의 노력을 계속해서 무산시켰기 때문이다. 재앙적인 양보나 타협 없이 하노이 정상회담을 잘 끝내야 한다.

두 번째 회의는 2월15일 개최됐는데, 북한의 선전 비디오를 발췌해서 관람했다. 그 비디오는 그들이 여전히 활발한 전쟁 놀음을 하고 있는 것을 보여줬다. 트럼프는 그 비디오에 매우 흥미가 있었고, 하나를 복사해 달라고 했다.

우리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에 집중했다. ‘완전한 비핵화’. 트럼프는 결론을 한 장으로 요약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이미 준비돼 있었다. 어느 시점에서 김정은에게 건네 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2월19일 문 대통령은 다시 전화를 걸어 남한의 어젠다를 지속적으로 주장했으나, 별 변화는 없었다. 트럼프는 통화에서 그가 김정은과 핵협상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천명했다. 그는 문 대통령에게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언론이 알게 하라고 압력을 가했는데, 전형적으로 언론은 트럼프가 하는 일을 부정적으로 보도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남한의 관심 분야를 기억하겠다고 약속했으며, 김정은이 협상을 원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들은 모두 협상을 원했다. 늦은 오전 나는 트럼프와 함께 회의를 하고 있었는데, 그가 “회담을 결렬시킨다면, 그것도 괜찮다”라고 말했다. 주요 사항이 회의에서 결정됐다. 트럼프는 비건에게 “내가 얼마나 김정은을 사랑하는지 북한에 말해라. 그렇지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말해라”라고 지시했다.

베트남 시내에 내걸린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현수막.
베트남 시내에 내걸린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현수막.

나는 2월24일 일찍 하노이를 향해 출발했고, 연료 재급유를 위해 앵커리지로 가는 도중 북미 공동 성명 초안을 받았다. 그 초안은 마치 북한이 작성한 것처럼 보였다. 지난 번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에게 했던 트럼프의 양보를 열거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북한이 비핵화라고 정의하는데 동의한 애매한 말들은 물론이고, 반대급부로는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 것이었다. 폼페이오가 왜 이 초안을 허락했는지 완전한 미스터리였다.

이것은 중대한 과정상의 실수이고, 정치적인 시한폭탄이었다. 트럼프는 이 초안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공군 2호기로 하노이로 향하고 있는 펜스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고, 그도 비건 초안에 대해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2월27일 아침 우리는 그날 일정을 트럼프에게 설명하기 위한 회의를 가졌다. 트럼프는 비건에 대해 반복적으로 비난을 했다. 트럼프는 가능한 세 가지 결과에 대해 말했다. 빅딜, 스몰딜, 그리고 회담 결렬이었다. 스몰딜은 즉각적으로 거부됐다. 그것은 경제 제재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빅딜은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전략적 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불가능한 것이었다. 회담 결렬은 반복적으로 언급됐고, 그 같은 사실은 적어도 트럼프가 그것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또는 그것을 선호했을 수도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워싱턴에서 할 예정인 증언으로 인해 많이 신경이 쓰이는 듯 했다. 트럼프 개인의 문제가 국가 안보 문제로 번지는 드문 경우였다. 나는 회담 결렬 옵션이 살아 있어서 일단 안도했다.

2월28일은 중요한 날이었다. 밤새 코언의 증언을 지켜본 트럼프는 준비회의를 취소했다. 나는 트럼프가 코언의 청문회를 미디어에서 지워버리기 위해서는 극적이고 예상할 수 없는 어떤 것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걱정이 됐다. 회담 결렬은 확실히 그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협상을 성사시키는 것도 트럼프가 엄청난 성공으로 규정할 수 있는 것인데, 매우 결점이 많아도 상관은 없었다.

트럼프와 멀배이니, 폼페이오, 그리고 나는 전용 승용차인 비스트를 타고 메트로폴 호텔로 향했다. 트럼프는 어떤 사람으로부터 우리가 북한에 대륙간탄도탄(ICBM)을 포기하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그 문제는 핵무기를 해체한 다음의 일이었다. ICBM의 해체는 한국, 일본, 그리고 미국 주둔군에 대한 위험을 줄이지 못하고 단거리, 잠수함 발사 미사일이 미국 해안에서 발사되는 것을 막지 못하는데, 그것은 북한이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짜증을 내면서 혼란스러워 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스몰딜을 성사시키거나 회담을 결렬시킨다면 그것은 대단한 이야기 거리가 되느냐고 물었다. 만약 회담 결렬이 트럼프가 원하는 것이라면, 나는 회담 결렬이 훨씬 더 큰 이야기 거리라고 생각했다.

트럼프는 회담 결렬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아해 했다. 폼페이오가 거들었다. ‘우리는 만나 진전을 이루었다. 핵실험은 여전히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번 정상 회담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다시 만날 것이다.’ 트럼프는 이 말을 좋아했다.

나는 침묵을 지켰지만 트럼프가 이 설명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회담을 결렬시킨다면 나는 불평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자그마한 변화도 그를 180도 돌려놓을 수 있었다. 우리가 메트로폴에 도착했을 때 나는 오늘이 어떻게 진행될지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오전 9시에 트럼프와 김정은은 양자 회담을 가졌고 40분 후 중단됐다. 그들은 호텔 정원으로 가서, 그곳에서 폼페이오와 김영철을 10여 분 간 만났다. 김정은이 열기와 습기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비닐하우스 형태로 된 건물로 들어갔다. 카페로 쓰이는 곳인데 에어컨이 설치돼 있었다.

논의는 계속됐고, 우리는 창문을 통해 보고 있었다. 내 느낌으로는 김정은의 표정이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동생 김여정은 열기와 습기를 견디면서 바깥에 서있었고, 미국 측 참모들은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1시간 후 회담은 중단됐고, 트럼프는 호텔 메인 건물로 들어와 30분 간 휴식 시간을 가졌다. 호텔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트럼프는 코언 증언과 하노이 회담 관련 보도를 보기 위해 폭스 뉴스를 틀었다. 폼페이오는 방금 끝난 협의가 경제 제재 완화의 대가로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한다는 것이 전부였는데,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트럼프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매우 당황하고 화가 나 있었다고 폼페이오가 말했다. 영변 이외에는 ICBM, 핵무기, 생화학 무기 등에 대해서는 협의가 없었다. 트럼프는 눈에 띄게 지쳐 보였고 화가나 있었다. 만족할 만한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자 그도 당황한 것이 명백해 보였다.

미국 측에서 트럼프, 폼페이오, 멀배이니, 그리고 내가 참가하고 북한 측에서는 김정은, 김영철, 리용호 외상이 참가하는 확대회의가 오전 11시에 잡혀 있었다. 우리가 먼저 도착했고 이어 북한 측이 입장해 악수를 나눴다.

김정은이 발언하는 동안 트럼프는 나에게 비핵화의 정의에 대해서 물었다. 나는 워싱턴 회의에서 논의한 적이 있는 비핵화 정의와 함께 ‘밝은 미래’라는 문서를 그에게 주었다. 그는 그 두 문서를 김정은에게 건네주고 오늘 저녁 회담을 취소하고 북한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웃으면서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행복하게 바라보고 있었는데, 멋진 장면이었다.

트럼프는 북한이 지금까지 내놓은 제안에 다른 것을 더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정은은 영변 핵시설 양보가 얼마나 커다란 것인지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미국 언론들이 얼마만한 비중으로 다룰지에 대해서도 말했다. 트럼프는 다시 김정은이 더 양보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예를 들면 완전한 경제 제재 해제 보다는 몇 퍼센트의 해제 같은 것이다.

이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회담 중 최악의 순간이었다. 김정은이 ‘예스’라고 하면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 결과는 미국에게 재앙이었다. 다행히 김정은은 얻은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면서 제재 해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정은은 만약 단계적 협상을 한다면 결국에는 종합적인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싱가포르에서 했던 주장을 되풀이 했다. 북한은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다. 트럼프는 북한이 원하는 안전장치가 뭐냐고 물었다. 7년 8개월 동안의 개인적인 관계만 있었을 뿐, 외교적인 관계는 없었다고 김정은이 대답했다. 그는 미국 전함이 북한 영해에 들어가는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전화하라고 제안했다.

밀당이 계속되면서 트럼프는 회담이 난관에 봉착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는데, 그 난관은 이번 회담에서 해결하기가 트럼프로서는 정치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었다.

우리는 회담 종식 성명서 문제로 주제를 옮겼다. 김정은은 공동 성명으로 발표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김정은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미국에서의 정치적 충격은 매우 대단할 것이고, 그는 선거에서 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재빨리 트럼프가 정치적으로 상처를 입는 어떤 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계속 공동 성명을 주장했으나, 두 정상 사이에 벽이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체념했다. 트럼프는 회담 결렬이 또 다른 일도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 라고 말했는데, 예를 들면 중국과의 무역 협상이다.

트럼프는 그 외의 일은 하고 싶지가 않았다. 점심도 취소하고, 예정됐던 공동 서명식도 취소했다. 트럼프는 폼페이오와 내가 기자 회견장에서 무대에 그와 같이 서기를 원했지만, 나는 비행기 이륙 시간에 맞추기 위해 공항에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폼페이오는 몇 분 후 “운이 좋다”라고 말했다.

나는 오후 1시 메트로폴을 떠나 공항에 도착했는데, 이륙 후 북한과의 공동 성명 협상이 결렬됐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트럼프는 대변인 샌더스에게 백악관 성명만 발표하라고 말했다. 폼페이오와 비건이 회담 내용을 브리핑했는데,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보이게 하려고 노력했다. 비건이 향후 협상을 계속할 수 있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김상도 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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