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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불암의 동해 물회견문록…"어부들의 패스트푸드, 모두의 별미로"


[아이뉴스24 정상호 기자] 푸른 바다의 선물, 물회로 더위를 날린다. 동해 최북단 고성에서 양양을 지나고. 다시 동해시(묵호)에서 경북 영덕에 이르기까지 우리 땅의 동해 바다를 한그릇에 담는다. 물회가 있어 반가운 여름이다.

물회란 어부들의 ‘패스트푸드’였다고 전해진다. 일하던 중 빨리 그러나 든든하게 배 위에서 한 끼를 때우기 위한 비법. 그렇기에 물회엔 그 지역만의 특색이 고스란히 함축돼 있다. 물회 재료의 조건이 ‘그 지역에서 가장 흔하게 많이 잡히는 생선’이기 때문이다.

배우 최불암이 81세 나이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시원한 물회밥상과 만난다.

'한국인의 밥상' 최불암 [ KBS1TV ]
'한국인의 밥상' 최불암 [ KBS1TV ]

강원도 고성 앞바다의 저도어장은 북위 38도 33분과 34분선 사이, 남북으로 겨우 1.8km 밖에 안 되는 수역이다. 그럼에도 이곳 어선이 120척에 가까운 이유는 북한땅이 지척이라 어선들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어 어족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대진항에서 문어 연승배를 출항하는 정구연 선장은 다른 배들보다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매일 새벽 4시부터 바다에 나간다. 하지만 그가 도착한 곳은 저도어장이 아니라 해경정 앞. 고성군 현내면 선적 어선들만 조업할 수 있지만 그조차도 해경의 해상점호를 거쳐야만 어장에 들어갈 수 있다는데. 5시 30분, 입어시작 신호를 받고 들어선 저도어장에서는 배 위에서 금강산과 구선봉(낙타봉)을 선명히 눈에 담을 수 있다. 조업을 마치고 항구로 돌아오자 정구연 선장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김광남 씨다.

김광남 씨는 정구연 선장과는 고성군 의용소방대장 선·후배 사이로 인연이 깊다. 12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그는 피문어 입찰을 받아보면 그 중 정구연 선장이 잡아오는 피문어가 제일이란다. 피문어는 색이 고와 꽃문어라고도 하고, 힘이 좋아 대문어라고도 한다. 피문어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물회라고. 고성 앞바다 해산물을 우려낸 육수와 저도어장 피문어로 만드는 문어물회! 식감을 살리기 위해 삶지 않고 살짝 데친 문어 숙회부터 문어 삶은 물의 깊은 감칠맛을 놓칠 수 없어 만들었다는 문어고추장칼국수까지 동해 최북단 항구에서 맛볼 수 있는 저도어장 문어 물회 밥상을 만나본다.

◆ 강원도 양양 죽도해변 서퍼들의 마음을 채워주는 든든한 물회

강원도 양양 죽도해변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던 곳. 그런데 최근 ‘서퍼들의 성지’로 불리며 그야말로 ‘힙 플레이스’로 거듭났다. 죽도해변은 수심이 완만하여 파도가 해안가 쪽으로 잘 들어와 서핑하기에 최적의 장소라는 게 알려지면서 부산, 제주도와 함께 대한민국 서핑 3대 스팟이 된 것.

죽도해변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서핑을 가르치는 서퍼로 활동하는 황병권 씨는 죽도해변 토박이라는데. 그가 한참 서핑을 즐기는가 싶더니 바다 속으로 들어가 한 움큼 들어 올린 것은 바로 째복! 째복은 민들조개의 이곳 방언으로, 가리비, 홍합, 명주조개에 비해 푸대접을 받아왔지만 요즘엔 다르다. 바로 째복물회가 별미인 걸 알아챈 이들이 많기 때문.

어려서부터 째복을 잡으며 놀았다던 그는 째복을 손질하다가 두 개를 맞잡아 깨고서는 드러나는 째복 살을 곧장 입으로 가져가곤 하는데. 어머니가 텃밭에서 기르신 채소를 가져다 몇가지 썰어내고 갓 잡아온 민들조개(째복)를 얹어 초고추장과 얼음만 넣으면 금세 물회 한 그릇이 완성. 서핑을 마친 뒤에 든든히 배 채우기에는 째복 물회만한게 없단다.

병권 씨의 어머니 김경애 씨가 오래전 살림에 큰 보탬이 되었다는 요리를 선보이는데. 죽도해변을 놀러온 관광객들에게 밤 새워가며 판매하느라 만들었다던 부추감자전이다. 일손이 모자란다며 불려와 열심히 감자를 갈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 낯이 익은데? 배우 박호산 씨다. 병권 씨와는 서핑하다가 만나서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되었다고. 양양 죽도해변 서퍼들의 물회 밥상을 만나본다.

◆ 긴 오징어 가뭄 끝에 찾아온 풍어. 그래서 더 풍요로운 동해시(묵호) 물회

묵호(墨湖)는 먹 묵 자를 쓴다. 바다빛이 유난히 검푸르러서 그렇다는 설이 있다. 강원도 동해시 묵호 해안에는 까막바위가 있다. 먹처럼 까만 바위는 묵호의 상징 중 하나. 그 까막바위 바로 앞에 곽영근 씨가 산다. 요즘 그는 오징어 덕분에 표정이 밝다. 강원도 동해 연안에서 보기 힘들었던 오징어 떼가 다시 돌아왔기 때문. 예년의 경우 먼 바다에서 주로 형성 됐던 오징어 어장이 올해 들어 연안 수온이 3-4도 가까이 올라 근해에 형성되어 어획량이 증가한 덕분이라고.

그의 부모님은 해산물 건조업을 하셨는데. 지금 그 자리가 바로 부모님의 건조장 터란다. 오징어를 말릴 때 쓰는 대나무 바늘도 아버지가 남기신 유품으로 영근 씨의 자식 대까지 써도 남을 정도로 많이 만들어두셨다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덕장도 사라진지 오래지만 지금도 까막바위 앞에서 오징어 피데기를 말린다. 오징어를 말리는 날의 또 다른 즐거움은 일이 끝난 뒤에 먹는 오징어 회.

파인애플에 더덕, 풋고추, 막걸리를 갈아 넣어 발효시킨 육수에 동해에서 나는 싱싱한 제철 해산물을 썰어 넣고 마지막으로 가늘게 채 썬 오징어를 수북히 쌓아올리면 묵호냄비물회가 완성된다. 전날 말린 오징어 피데기로 전을 부치고, 모양새가 총알을 닮았다 하여 이름 붙은 총알오징어를 내장까지 통째로 찐다. 이맘 때가 제철이라는 성대회와 얼큰하게 끓여낸 매운탕까지. 짙푸른 바다만큼 깊고 진한 한 가족의 물회 밥상을 만나보도록 한다.

◆가자미 맛으로 승부하는 정공법의 영덕 원조 물회

경상북도 영덕 축산항에서 새벽 4시에 출발해 한 시간 반을 달려 울진 왕돌초까지 나가 물가자미(미주구리) 어업을 하는 황만진 선장과 아내 채연 씨 부부가 잡는 가자미들은 하나같이 큼지막하다. 작은 가자미들은 모두 빠져나가도록 그물코가 큰 그물을 쓰기 때문. 가끔 욕심이 날 때도 있지만 바다도 살고 어부도 살려면 그래야 한다는 철칙이 있다고. 왕돌초는 깊은 바다 한 가운데 형성된 거대한 암초로 줄가자미, 찰가자미, 물가자미 등 다양한 가자미들이 잡힌다.

그물을 한참이나 끌어올린 뒤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부부는 오늘 잡은 가자미들 중 물가자미 한 마리를 꺼내와 회를 뜬다. 거기에 빻은 마늘과 고추장, 그리고 고추장이 풀릴 정도의 물만 조금 넣고 찬밥을 넣은 뒤 물회를 완성한다. 오래전부터 경북 지역 어부들이 배위에서 급히 만들어 먹던 것이 물회의 기원이라 그렇단다.

영덕에서 나고 자라 3대째 대를 이어 어부가 된 황만진 선장을 만나 ‘경북 스타일’ 원조 물회를 맛본다. 여기에 더해 간을 하지 않고 고추장만 찍어 먹어야 제 맛이라는 용가자미찜과 영덕 오십천에서 잡은 황금은어밥, 십년지기 한영화 씨와 채연 씨 두 친구가 마을 어르신들로부터 전수 받은 오징어깍두기까지 영덕의 오랜 향토음식들을 만나본다.

배우 최불암이 진행과 내레이션을 맡고 있는 KBS1TV '한국인의 밥상'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40분에 방송된다.

정상호 기자 uma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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