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미래유산] 한국식 메밀국수의 표준이 되다


미진, 3대로 이어지는 고집스런 최고의 맛

아이뉴스24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글쓰는 요리사’ 박찬일 셰프와 손잡고 서울시가 미래유산으로 지정한 ‘노포(老鋪)’들을 찾아 '미각도 문화다, 감수성도 유산이다'를 주제로 음식점의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조명하고 기록하는 작업을 추진합니다. 서울시 미래유산 공모사업으로 추진되는 이번 작업은 기존의 단순한 자료 수집 방식에서 벗어나 박찬일 셰프의 인터뷰, 음식 문헌연구가인 고영 작가의 고증작업 등을 통해 음식에 담긴 이야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낼 예정입니다. 2대, 3대를 이어 온 음식이 만들어진 배경과 이를 지켜오고 있는 사람들, 100년 후 미래세대에게 전해줄 우리의 보물 이야기가 '맛있게' 펼쳐집니다. <편집자 주>
[정소희 기자]

[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67년째 메밀 하나로 서울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노포(老鋪)가 있다.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 위치한 '미진'이다. 여름만 되면 전국 팔도에서 메밀국수를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노포다.

현재의 메밀국수는 일본의 소바(蕎麦‧そば)로부터 비롯됐다. 일본식 소바 쯔유보다 진한 맛의 간장 육수와 쫄깃한 식감의 메밀 면발을 통해 한국식 냉메밀국수의 표준을 만들어낸 곳이 바로 미진이다.

미진은 창업주인 고(故) 안평순씨가 일본에 거주하면서 메밀이 건강식품이라는 점에 매료돼 조리법을 배워 한국으로 돌아온 뒤, 지난 1954년 지금의 교보빌딩 광화문 사옥 자리에서 문을 열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안 창업주는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자 1978년 단골손님이자 일식집을 운영하던 이영주 사장에게 미진을 물려줬다. 안 창업주는 당시 울면서 "늘 손님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잘 이끌어가라며 부디 미진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고 잘 지켜주면 좋겠다"고 이영주 사장에게 당부했다.

광화문 미진 메밀국수 [정소희 기자]

미진은 이영주 사장이 가게 인수 후 몰려오는 단골손님들로 승승장구 했다. 그렇다고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메밀국수 특성상 여름 한철 장사인데다 줄줄이 생겨나는 패스트푸드점들로 매출이 줄기 시작한 것이다.

이영주 사장은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가게 공간을 활용해 밤에는 생맥주를 팔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안 창업주의 간곡한 부탁을 되새기고 이내 본업으로 복귀했다.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며 끝내 메밀전병과 메밀묵밥 등 14가지의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데 성공하며 메밀 명가의 자리를 굳건히 했다.

오래된 역사만큼 미진의 메밀국수 중독자들(?)도 상당히 많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미진의 메밀국수를 즐겨 먹어 주방장이 종종 청와대를 가기도 했고, 무용가 김백봉 여사도 미진의 찬미자다. 김기창 화백은 말년에 청주에 머물렀지만 서울을 올라올 때면 미진을 먼저 찾기도 했다.

미진은 앞으로도 지켜나가야 할 중요한 유산이다. 서울시 미래유산보존위원회로부터 지난 2014년 서울 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또 2018년과 2019년 서울 미슐랭 가이드 밥 구르망(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선사하는 친근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금의 명성을 지켜오기까지 직원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한 몫 했다. 이영주 사장의 아들인 이정석 사장은 "1~2년 전쯤 직원들 식사시간에 손님들이 오셨는데, 많은 직원들을 먹여 살린다고 칭찬을 하셨는데 어머님은 오히려 '저분들 덕분에 제가 먹고 살죠'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미진의 역사를 새롭게 쓴 이영주 사장은 건강악화로 현재 가게운영에서 손을 뗀 상태다. 하지만 가게에 대한 애정만큼은 여전히 남다르다. 이영주 사장은 "애착이 많지만 몸이 안 따라줘서 못 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광화문 미진 이영주 사장과 가족들 [정소희 기자]

미진의 역사는 계속될 전망이다. 안 창업주에서 이영주 사장으로, 지금은 이정석 사장 등 아들과 딸이 경영 중이다. 이 사장의 20대 아들은 벌써부터 가게에 나와 일을 하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지금의 미진이 있게 한 원동력은 최고의 재료로 최고의 맛을 보여주겠다는 고집이다. 앞으로도 최고의 재료를 바탕으로 최고의 맛을 선사하겠다는 고집을 지켜나가 우리나라의 중요한 식문화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 이정석 사장의 생각이다.

이 사장은 "어머님이 항상 재료는 좋은 걸 써야한다고 하셔서 장사가 힘들었다"면서도 "그런 고집을 안 꺾으시고 장사를 하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좋은 음식이라는 것을 알아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재료를 쓰겠다는 고집을 퇴색시키지 않고 더 발전시켜 작지만 우리나라 식문화의 한 부분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기쁨을 줄 수 있는 곳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상연 기자 hhch111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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