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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법' 5년 연장도 모자라 전통시장 20km 금지법까지


대형마트 역성장하는데…"영세 소상인을 보호하려면 1㎞ 제한 좁다"

[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대형마트 매출이 2012년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고, 점포 수도 주요 3사(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를 기준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유통규제'가 시작된 지 올해로 꼭 10년에 대한 업계의 평가다. 대형마트엔 ▲월 2회 의무휴업 ▲새벽 장사 금지 ▲신규 출점 제한 등 다양한 규제가 씌워졌다. 대형마트를 옥죄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자연스레 살아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곡소리 내는 현장 곳곳에선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의무휴업 등 규제를 풀어달라고 정부와 정치권에 잇따른 요청하지만 이또한 묵살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경남 김해을)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통해 "영세 소상인을 보호하려면 현행 전통시장 반경 1㎞ 제한이 너무 좁다"고 했다.  [이마트]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경남 김해을)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통해 "영세 소상인을 보호하려면 현행 전통시장 반경 1㎞ 제한이 너무 좁다"고 했다. [이마트]

24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입점 제한 연장 내용을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이달 16일 국회를 통과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온라인 산업 발전로 오프라인 유통 업계 전반이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규제안이 연장되며 업계는 당혹감에 휩싸였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전통시장 등의 경계로부터 20㎞ 이내의 범위를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하자는 개정안도 나와 현실을 외면한 역주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분의 오프라인 기반 유통기업들이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만큼 규제를 풀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지만 규제는 더욱 강도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경남 김해을)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통해 "영세 소상인을 보호하려면 현행 전통시장 반경 1㎞ 제한이 너무 좁다"고 했다. 법안은 대형 유통기업이 대규모 점포 포화 상태인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벗어나 슬금슬금 지방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김 의원은 설명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유통법 법안은 앞으로 추가 5년간 전통시장 1㎞ 이내에는 대형마트 입점이 금지되며, 준대규모점포의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 등이 적용된다.

이동주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경우 복합쇼핑몰과 백화점, 면세점, 전문점 등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영업시간 제한을 명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해 의무휴업을 강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이를 어길경우에는 1개월 이내의 영업정지에 처해진다.

문제는 대형마트가 마이너스 성장세로 바뀐 시점에 규제가 적합한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데 설득력에 힘이 실린다. 전통시장 생존권이 아니라 대규모 점포의 존폐 여부를 고민할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10년이 지난 지금 규제에 따른 편익을 따져 봐야 한다"며 "규제가 정말 소상공인한테 도움이 되는 지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점포 옥죄기는 또 다른 형태의 백해무익한 규제일 뿐이다고 했다.

실제 한국유통학회가 발표한 '대형유통시설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대형점포가 폐점하자 반경 3㎞ 소규모 슈퍼마켓과 소매점의 매출액이 오히려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 매출이 적은 소형점포일수록 큰 타격을 입었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교수팀이 지난 2018년 폐점한 이마트 부평점을 대상으로 신용카드 가맹점 결제 데이터와 설문조사를 종합해 2년간의 상권 변화를 추적한 결과 연 매출 5억 원 미만 영세 슈퍼마켓은 매출지수가 16.6에서 15.3으로 8% 가까이 줄었으며 5억 원 이상 10억 원 미만 소형 슈퍼마켓은 8.6에서 7.5로 매출이 12.8% 크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강도높은 규제 일자리 문제로 이어진다.

대형마트 점포당 직접 고용 인원은 약 200명, 협력업체 직원 등 간접 고용까지 합하면 500여명에 달한다. 실제로 2018년부터 대형마트 3사 매장 수가 감소세를 나타내면서 최근 2년 사이 3천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대형마트 규제로 전통시장도 웃지 못했다. 대형마트 영업일수를 제한하면 전통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빗나간 것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통시장 매출액은 2012년 21조 원에서 유통규제법안이 통과된 후 2013년 20조7천억원으로 감소했다. 이 기간 대형마트도 1% 안팎의 매출 신장률을 보이며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소비는 전통시장 대신 온라인으로 이동했다. 지난해 기준 소매유통 매출액 중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8.7%에 불과한 반면 2015년 14% 수준이었던 온라인쇼핑 비중은 21.4%로 크게 뛰었다. 대형마트 규제로 인한 반사이익이 전통시장이 아닌 온라인쇼핑을 향하고 있다는 방증.

소비자 역시 대형마트가 쉬는 날 전통시장을 이용하기보다는 온라인쇼핑을 이용하거나 다른 날로 구매를 미루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앞서 지난 7월 대한상공회의소에 열린 '2020 신유통트렌드와 혁신성장 웨비나'에서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유통규제에 대해 지금까지 소상공인 측과 유통대기업 측이 실효성이 있다없다를 되풀이하면서 오히려 갈등만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이제는 정부가 중심이 돼서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실효성 평가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주영 숭실대 교수도 "골목상권 진입을 막는 유통규제가 골목상권을 살리는 해결책이 될 순 없다"며 "유통의 축이 온라인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유통규제는 대형유통의 일자리를 줄이고 관련업계 중소상인에 타격만 주고 있다"고 말했다.

서덕호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세계적인 재난으로 유통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도 국내 유통규제는 더욱 강화될 기세"라며 "유통산업의 발전과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해 그간의 규제도입 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납득할만한 평가가 있어야 하며, 아울러 현행 유통법 체계가 새로운 시대환경 변화를 효과적으로 담을 수 있는 그릇인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발의된 유통법 개정안 대부분은 10년 전의 인식에 근거를 두고 있는 상황이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기만 할 것"이라며 "온라인으로 시장 중심이 옮겨지는 현 상황에서는 규제보다는 오프라인의 각 업태가 균형있게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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