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 김은중 곽희주, '외눈 축구선수의 전설을 아시나요?'

 


‘외눈 축구선수의 전설을 아시나요?’

한눈을 보지 못하는 그들의 무서운 투지와 정신력이 그들을 자극했는가. 아니면 필드에서 자신의 존재이유를 찾는 그들의 처절한 몸부림인가.

두 눈으로도 경기 흐름을 따라잡기 힘든 축구에서 한 눈만으로 플레이를 한다는 것은 불굴의 투혼없이는 불가능하다. 22년의 프로축구사는 한 눈으로만 필드를 질주했던 투혼의 사나이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한국의 게르트 뮐러’ 이태호와 제자인 ‘샤프’ 김은중은 한쪽 눈을 잃고도 팀우승을 이끌며 외눈박이 축구선수의 우승방정식을 완성시켰다. 이제 왼쪽 눈 실명이 알려진 곽희주(25, 수원 삼성)가 대선배들의 거대한 발걸음을 뒤따르려 한다.

왼쪽 눈의 시신경이 완전히 죽은데다 오른쪽 눈의 시력도 0.7인 곽희주는 인고의 세월을 보낸 끝에 올시즌 당당히 부동의 왼쪽 수비수로 34경기에 출전하며 수원의 후기리그 1위 달성의 숨은 공신이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차범근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일등공신에 오른 곽희주의 새로운 목표는 올시즌 챔피언에 오르는 것이다. 수원은 다음달 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전남 드래곤즈와 단판 플레이오프를 펼쳐 승리할 경우 8일과 12일 홈앤드어웨이방식으로 챔피언결정전을 치른다.

곽희주는 한쪽 눈으로 우승의 희망을 쏴올리기 위해 그라운드에 구슬땀을 뿌리고 있다.

축구 전문가들은 과연 곽희주가 이태호와 김은중이 만들어냈던 ‘외눈박이 우승방정식’을 이어갈 수 있을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태호와 김은중은 공교롭게도 실명을 했거나 실명 사실이 알려진 그 해 소속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전설을 만들었다.

그 시작은 이태호로부터 비롯됐다. 지난 1987년 7월27일 한밭공설운동장에서는 믿기지 않는 위대한 인간승리의 드라마가 연출된 것이다. 100여일 전인 4월4일 포철과의 리그 개막전에서 남기영의 축구화에 오른쪽 눈을 정통으로 맞고 전안방출혈로 실명했던 이태호(대우 로얄즈)가 럭키 금성전에 출전, 해트트릭을 기록한 것이다.

“축구는 눈이 아니라 머리와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는 이태호의 경기 후 인터뷰는 축구팬들 사이에 감동의 물결로 흘러 넘쳤다. 그 해 이태호의 투혼에 힘입은 대우 로얄즈는 16승14무2패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다.

외눈 선수들의 우승방정식이 재현된 것은 지난 2001년 11월이었다. 원조 외눈 골잡이 이태호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대전 시티즌의 스트라이커 김은중의 왼쪽 눈 실명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졌다.

정규리그에서 단 1승에 그치며 꼴찌를 기록했던 대전은 당시 FA컵에서 승승장구하며 창단 후 첫 우승을 노리고 있었다. 동북중 3학년 때 왼쪽눈을 다친 후 서서히 시력이 안좋아지기 시작한 그는 프로에 입단한 지난 98년에는 아예 보이지 않으며 오른쪽 눈에만 의존하며 플레이를 펼쳤다.

김은중은 실명 사실이 알려지자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으로 골을 이어갔다.

결국 그는 11월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포항 스틸러스와의 FA컵 결승전에서 짜릿한 선제 결승골을 터트리며 1-0승리를 이끌었다. 왼쪽 눈만 가지고 창단 후 첫 우승을 거둔 이태호 감독과 김은중은 서로 부둥켜 안고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뜨거운 눈물을 필드에 쏟으며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2004년 11월. 이제 곽희주를 주목한다. 올초 왼쪽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을 비관하며 팀을 이탈하기도 했고 번민의 세월을 보냈던 25살의 청년은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2군에 복귀하며 부활을 위해 가슴에 칼을 세웠다.

차감독은 자신의 10년만의 K리그 복귀전이던 전북과의 개막전에서 자책골을 터트렸던 곽희주에게 변함없는 믿음으로 용기를 북돋우며 그의 부활을 도왔다. 그리고 그는 차감독의 믿음을 져버리지 않기 위해 보이지 않는 두 눈을 더욱 부릅뜨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과연 곽희주가 그동안 외눈 선수들의 투혼의 역사를 다시 한번 써내려갈 수 있을 지 초점이 모아진다. 두 눈으로도 읽어낼 수 없는 축구의 흐름을 마음으로 받아 안은 곽희주의 불굴의 플레이는 새로운 감동을 준비하고 있다.

최원창기자 gerrar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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