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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잡으라는 집값 안 잡고 애먼 KB지수 잡는 정부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로마 제국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직접 회계장부에 제국의 재정상태, 군대와 건축 관련 통계, 국고와 현금 등을 손수 기록했다고 한다. 아우구스투스는 로마 군대 양성을 위해 자신의 사비를 지출했다며 통계를 권력의 정당성을 위한 선전 도구로도 활용했다.

반대로 통계는 권력의 정치적 책임을 묻는 중요한 도구가 되기도 했다. 프랑스 재정상황이 낱낱이 적힌 왕실재정 통계문서가 공개되면서 루이 16세는 결국 단두대에서 처형을 당하게 된다. 통계의 무서움을 알던 유럽의 전제군주들은 모두 저마다의 회계 및 통계 책임자를 두고 직접 관리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통계를 놓고 대립했다. KB부동산이 내는 민간통계에는 정부 통계와 달리 전세난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정부 통계인 한국감정원과 KB 통계 격차가 15.2%포인트 벌어졌다며 감정원 통계의 신뢰성이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오히려 KB 민간통계 흔들기에 나섰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감정원은 전문조사원이 직접 조사하는 반면 KB는 공인중개사를 통해 조사한다"며 "KB는 금융기관으로 감정원과 직접 비교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정부 역시 지속적으로 KB시세를 '호가 중심의 통계'로 폄하하는 발언을 해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감에서 "KB국민은행 통계는 호가 위주"라며 "KB국민은행 시세는 은행이 대출할 때 사용하는데, 대출을 많이 받게 하려고 될 수 있으면 시세를 높게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통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KB국민은행이 지난 19일부터 매매거래동향, 전세거래동향을 알 수 있는 '매매·전세거래지수' 통계 공개를 중단했다. 당시 KB국민은행은 "매매·전세 거래지수는 10월 12일치까지만 제공하고, 부동산 거래량은 국토교통부 및 한국감정원 통계 자료 이용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국토부 실거래가 신고는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이뤄진다. 반면 KB매매지수는 일주일 단위로 측정되다 보니 현장 분위기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서는 정부를 비판하는 원성이 터져 나왔다.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데는 이유가 있다.

네이버 부동산도 최근 17년 만에 거래완료 기능을 폐지한 바 있어서다. 거래된 매물일 경우 거래완료라고 노출되던 기능이 사라지면서 거래가 얼마에 거래됐는지 즉각 파악하기가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정부가 '아픈 통계'를 나타내는 KB와 네이버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음모론도 나왔다.

KB는 논란이 지속되자 이달 27일부터 매매·전세 거래동향지수를 다시 게재하기로 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대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세품귀 현상이 수도권으로 옮겨 붙으면서 이들 지역에서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면접을 요구하고 제비뽑기로 입주자를 선정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역사학자 제이컵 솔은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 책을 통해 국가와 사회의 번영은 투명한 회계 및 통계 시스템 구축 여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아픈 통계'인 KB통계 흔들기를 멈춰야 한다. 정부가 잡아야 할 것은 민간통계가 아닌 아파트 가격이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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