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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작은아씨들’ 박천휘 “네 자매 음악적 색깔 다르게 잡았다”


“원작 결을 잘 해석할 수 있는 프리즘 되고자 노력…클래식·대중음악 혼합”

 [사진=정소희 기자]
[사진=정소희 기자]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 초연 뮤지컬 ‘작은아씨들’이 24일부터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박천휘 작곡가는 한아름 작가·오경택 연출과 함께 창작진으로 참여했다.

지난 1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박 작곡가는 작품의 음악적 콘셉트에 대해 “가족을 겨냥한 따뜻한 뮤지컬이다 보니까 쉽고 대중적인 음악을 쓰려고 노력했다”며 “다양한 기존의 음악 틀들을 많이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마라, 사드’ ‘트레인스포팅’ ‘다윈영의 악의 기원’ 등의 작곡으로 폭넓은 스펙트럼을 선보인 박 작곡가는 뮤지컬 번역가로 더 유명하다. ‘지붕위의 바이올린’ ‘오즈의 마법사’ ‘알타보이즈’ ‘쓰릴미’ ‘스위니토드’ ‘씨왓아이워너씨’ ‘웨딩싱어’ ‘넥스트 투 노멀’ ‘황태자 루돌프’ ‘레베카’ 등 2000년대부터 꾸준히 라이선스 작품들을 번역해왔다.

“제가 뮤지컬 번역을 많이 하다보니까 멜로디에 가사를 붙이는 게 익숙해요. 그래서 음악을 먼저 쓰는 편이에요. 감사하게도 작가님이 가사를 같이 쓰자고 하셔서 협업을 하게 됐죠. 작가 입장에선 가사 없는 멜로디가 오면 당황스러울 수 있잖아요. 작가님이 가사를 붙이기 편하게 밑그림 작업을 해드리는 정도로 가사 작업에 참여했어요.”

박 작곡가가 뮤지컬 작곡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전체 구조를 짜는 것이다. 그는 작곡 과정을 지그소 퍼즐 맞추는 것에 비유했다.

“전체 구조를 먼저 생각한 다음 인물부터 잡아서 곡을 쓰기 시작해요. 초반엔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퍼즐처럼 맞추다보면 속도가 빨라져요. 연습에 들어가면 배우들이 곡을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는지도 파악되고 전체 그림이 점점 잘 보이기 때문에 후반부로 갈수록 좋은 곡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중요한 노래일수록 나중에 써요. 주변인물부터 시작해서 마지막에 주인공의 곡들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하는 거죠.”

 [사진=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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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조(이연경·유리아)는 클래식·뮤지컬·파퓰러·팝 등 음악적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요. 조와 쌍둥이 같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로리(허도영·기세중)는 댄디하고 멋있는 아리아를 주면서 파퓰러한 느낌을 넣었어요. 바에르(한일경)는 진지한 음악에 파퓰러한 터치를 가미했고요.”

박 작곡가는 “대고모(왕은숙) 같은 경우는 탱고로 갔다”며 “탱고가 열정적인 음악이기도 하지만 강압적인 느낌도 충분히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여러 가지 음악을 섞으려고 했지만, 하나의 유전자에서 나온 것 같이 모든 음악들이 다양하게 나와야 작품의 결을 만들어줄 수 있다”며 “전체적으로는 구조적인 통일성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강조했다.

또 “반복에는 드라마적인 이유가 있어야 되니까 ‘어떻게 반복을 할 것인가’도 고려했다”며 “극적인 순간들이 포착됐을 때 새롭게 해석될 수 있게끔 똑같은 음악이 반복되지 않고 반복되는 것 같은데 다르게 나오게 만들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사진=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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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원래 있는 곡처럼 가상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하나 만들었어요. 작품 안에 모든 사람들이 아는 캐럴이 있다고 설정하고 크리스마스에 캐럴을 불러요. 그 노래가 점점 발전해서 마지막엔 칸타타처럼 사성부를 가진 클래시컬한 크리스마스 대합창으로 끝나게 돼요.”

악기는 9인조 오케스트라로 편성했다. 편곡은 오프브로드웨이 ‘스위니토드’ 이머시브 버전의 음악감독인 맷 어먼트가 맡았다. 박 작곡가가 전곡에 대한 설명을 영작해서 이메일로 보내면 맷은 그 내용을 참고해 편곡을 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박 작곡가는 “맷이 온 힘을 다해 굉장히 섬세하게 편곡을 해줬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기억에 남는 넘버로 그는 1막 엔딩곡 ‘출발’을 꼽았다. “1막에 나왔던 5개 멜로디와 2막 나올 하나의 멜로디 총 6곡을 합친 노래예요. 작가님 대본에 씨앗이 있었어요. 그들이 새로운 세상에서 출발하면서 1막이 끝나거든요. 여러 공간에 있는 다른 인물들의 노래를 한꺼번에 합치는 방법을 한번 써보고 싶어서 공들여 작업했어요. 6개의 멜로디가 뒤섞이면서 멋지게 끝나는 노래예요.”

박 작곡가에게 애정이 가는 넘버는 달랐다. 그는 “뮤지컬 노래는 정서지 않나”라며 “그 노래를 쓸 때 내 감정이 얼마만큼 움직일 수 있었는지 등이 녹아있는 노래들을 관객들이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로리의 청혼을 조가 거절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거절’이란 노래가 있어요. 조 입장에선 쉽게 거절하는 게 아니거든요. 너무나 좋아했던 친구고 사랑을 받아주고 싶지만 거절할 수밖에 없는 감정을 노래라는 형식 안에 잘 포착하려고 노력했어요. 조의 감정을 많이 느끼면서 곡을 썼고 그게 잘 들어가 있기 때문에 가장 애정이 가는 넘버예요.”

 [사진=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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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새로운 해석을 가하려고 하지 않고 원작의 결을 잘 해석할 수 있는 프리즘이 되려고 노력했다”며 “음악적으로 튀지 않으려고 최대한 작품 안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음악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게 좋은 원작의 힘인 것 같아요. 가족·사랑 이야기로 해석할 수도 있고 조의 성장소설이기도 하고 조라는 선각자의 이야기기도 하잖아요. 원작이 다양하게 읽힐 수 있는 것처럼 우리 작품도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또 하나의 고전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겠죠.(웃음)”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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