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통안증권 RP, 국내 대표 지표금리 된다…RFR에 최종 선정


신뢰도 지적 잇따랐던 CD금리 대신 유동성 풍부한 RP가 대체

5만원권과 1만원권 지폐 [사진=아이뉴스24 DB]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국내 무위험지표금리(RFR)에 국채·통안증권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가 최종 선정됐다. 거래량 감소로 대표성과 신뢰성 지적을 받았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대신 앞으로 국내의 대표적인 지표금리로 사용될 전망이다. 금융당국도 무위험지표금리가 시장에 정착될 수 있도록 거래소 상장 등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26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무위험지표금리(RFR) 선정결과 및 대응방향'을 발표했다.

◆ 대표성 떨어진 CD금리…"새 지표금리 필요하다"

지표금리란 대출, 채권, 파생거래 등 금융계약의 손익, 가격 등을 결정하는 준거금리를 말한다. 이자율 스와프 시 고정금리와 교환되는 변동금리 산출에 사용되며, 변동금리 대출을 받을 때도 쓰인다.

국제거래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쓰이는 지표금리는 '리보(London Inter-Bank Offered Rate, LIBOR)'인데, 지난 2012년 국제 대형 은행들이 담합해 리보 금리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리보의 위상이 떨어지게 된 게 계기가 됐다.

당장 리보 금리는 내년 1월부터 산출이 중단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도 늦어도 올 4분기 이후로는 리보와 연계된 신규 계약의 체결을 중지할 것을 금융권에 권고했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열고 "글로벌 금융거래에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리보금리가 올 연말까지 산출되고 내년 이후엔 산출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국내 금융회사와 기업들도 리보금리 기반의 외화대출, 채권발행, 파생계약을 활발히 하고 있는 만큼 긴장감을 가지고 산출 중단에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세계 주요국은 리보 금리를 대체할 지표금리 개발 작업에 한창이다. 대표적인 방안이 호가금리 대신 은행 신용위험이 배제된, 실거래를 기반으로 산출되는 '무위험지표금리(Risk-Free Reference Rate, RFR)' 개발이다.

이 같은 국제 흐름에 발맞춰 2019년 6월부터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은 국내 지표금리 개혁을 위해 '지표금리개선 추진단'을 설립하고 무위험지표금리 개발 작업을 진행해왔다.

사실 국제적인 배경이 아니더라도 국내 지표금리를 개선할 필요성은 있었다. 국내에서 쓰이는 지표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다. 하지만 리보와 마찬가지로 호가에 따라 산출되며 기초 거래량 감소 추세가 지속됨에 따라 지표금리로서의 대표성,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금융위에 따르면 CD금리 산출의 기초가 되는 91일물은 지난 2019년중 42일, 2020년중엔 29일만 발행됐다. 지난 2009년 12월 예대율 규제로 CD 기초거래가 예수금에 포함되지 않게 되자, 거래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세훈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리보금리는 시장 참가자들이 부르는 가격에 따라 책정되는 금리인 반면, 대체 금리는 실거래를 기반으로 금리가 산정된다"라며 "국제적인 배경 말고도, 국내 지표금리로 쓰이는 CD의 경우 거래가 감소하는 추세이다 보니 대표성이나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 유동성 풍부하고 활용도 높은 RP, 대표 지표금리 된다

그간 지표금리개선 추진단은 해외사례 조사, 국내 콜·RP 시장 분석 등을 거쳐 무위험지표금리(RFR) 후보로 은행·증권금융차입 콜금리와 국채·통안증권 RP금리를 선정했다. 이후 26개 금융회사로 구성된 시장참가자 그룹(Market Participants Group, MPG)의 투표 결과에 따라 국채·통안증권 RP 금리가 RFR에 최종 결정됐다.

RFR 세부 선정 기준으로는 ▲질적 우수성 ▲비수급 요인에 대한 민감도 ▲지표금리 이전·활용도 등이 있는데, RP금리의 경우 풍부한 유동성, 금융기관 자금조달 여건에 따라 변동되는 금리 특성, 파생상품시장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선정 이유로 꼽혔다.

또 RP금리는 담보금리이므로 차주의 신용위험이 배제돼 무위험에 가까우며, 위기 시 담보처분으로 자금 회수가 가능하므로 거래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RFR은 앞으로 이자율 스와프, 변동금리부 채권 등 신규 계약 체결 시 준거가 되는 지표금리로 사용이 가능하다. 장기적 관점에서 국내 대표 지표금리도 CD에서 RFR로 전환될 전망이다.

이 국장은 "올 연말 리보의 산출이 중단될 경우, 그를 준거로 해서 계약된 파생거래들이 RFR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라며 "또 CD금리의 산출이 중단되거나 어려워질 경우 RFR이 대체금리로 사용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RFR의 시장 정착을 위해 지표금리 개선 추진단 산하 '시장정착반'을 통해 초기 시장 조성 등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파생상품시장에 대해선 올 하반기를 목표로 거래소 RFR 선물 상장을 추진하고, 초기 시장 조성을 위한 금융기관 인센티브 부여방안 등을 검토한다. 또 RFR 기반 초단기 외화대출 금리(Overnight Index Swap, OIS)거래 활성화를 위해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상품 표준화 방안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국장은 "예를 들어 은행채 금리는 국채금리에 은행의 신용위험이 가산된 금리인데, 마찬가지로 현재 CD금리나 RP엔 거래 상대방의 신용위험이 가산돼있다"라며 "OIS는 그런 신용위험이 배제된 순수 거래금리로, 주요 선진국에선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물시장에선 국책은행, 은행 등의 RFR 기반 채권 발행, 대출 상품 출시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2022년 중 RFR기반 변동금리부 채권 발행을 추진한다. 2023년 중 전체 RFR 기반 변동금리부 채권 발행 물량 목표를 10%로 잡았다.

금융위는 중장기 과제로 단계적 지표 이전을 꼽았다. 올 3분기 중 RFR을 지표법 상 중요지표로 지정할 계획이다. CD금리의 비상 시 대체금리로 RFR 사용을 독려하고, 필요 시 해외 사례 등을 참조하여 대체조항 관련 가이드라인을 안내한다.

현재 미국과 영국은 지표금리 체계로 RFR 단일지표체계를 사용하며, 일본과 유럽연합은 CD와 RFR을 혼용하는 복수지표체계를 사용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어떤 방식을 따를지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시장전문가들은 CD금리의 광범위한 사용현황을 고려하면 당분간 RFR과 병행해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 RFR 단일지표체계로 유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일단 금융당국은 RFR 사용이 활성화 된다는 조건 하에 CD 지표물 발행을 독려하기 위해 제공했던 인센티브 제도를 중단할 예정이다.

이 국장은 "CD발행이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라 발행을 독려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부여해왔는데, 향후 RFR이 시장에 안착되고 지표금리로서 자리를 잡아가면 인위적인 지원 조치는 단계적으로 정상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거래 투명성 제고 ▲장외 RP 중앙 청산 ▲모범관행 수립 등 RP시장 개선과제도 중장기 과제에 담겼다.

이르면 3분기 중 예탁결제원은 RFR 공시를 시작할 예정이다. 금리계산 방식, 공시정보 범위, 금리 명칭 등 세부 내용에 대해선 대체지표 개발반과 MPG 추가 논의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도 부위원장은 "지표금리 개혁의 핵심과제라 할 수 있는 RFR 선정 작업이 1년 8개월 만에 드디어 완료됐다"라며 "지표금리로서 RFR을 사용하는 것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국제 표준이 되어가고 있는만큼, 시장정착을 위한 다양한 지원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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