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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검사, 풍자글로 박범계 우회 비판…"장관님, 살려주십시오"


"조국 사건·울산시장 하명수사 사건 등 공소 취소하면 저희 검찰을 용서해주시겠냐"

박범계 법무부 장관. [사진=조성우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 [사진=조성우 기자]

[아이뉴스24 권준영 기자] 현직 검사가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한 다음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향해 "살려 달라"고 읍소하며 검찰을 둘러싼 현 시국을 풍자하는 글을 올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검사는 박범계 장관에게 "수사 중인 중대범죄에 대한 공소를 모두 취소하면 저희 검찰을 용서해주시겠냐"라며 우회 비판했다.

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박노산 대구서부지청 형사2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 게시판 이프로스에 '법무부 장관님, 살려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박노산 검사는 "여지껏 검찰개혁 말만 들었지 바람직한 검사가 마땅히 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 장관님 뜻을 들은 바가 없어, 장관님 명을 경청하고 받들어 비천한 목숨이라도 연명하고자 키보드를 들었다"라며 "장관님의 뜻이 맞는지 고개만 끄덕여주신다면 저희 검찰 기필코 이를 결자해지하겠다"라고 운을 뗐다.

박 검사는 "장관님께서 '검수완박' 입법안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신 바, 검찰의 수사권은 중대범죄 여부를 막론하고 완전히 박탈당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을 명쾌히 알려주셨다"라며 "저희 검찰이 현재 중대범죄로 취급해 수사 중인 월성원전 사건, 라임·옵티머스 사건,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 등에 대해 수사를 전면 중단함은 물론, 재판 중인 조국 전 장관과 그 가족 등의 사건, 울산시장 하명수사 사건 등에 대해서도 모두 공소를 취소하면 저희 검찰을 용서해주시겠냐"라고 공개 질의했다.

이어 "당연히 앞으로도 어떤 중대범죄, 부패범죄가 눈앞에 나타나더라도 조용히 묻어버리고 수사를 금하며 그런 사실이 절대로 밖에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되겠습니까?"라고 비꼬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 검찰은 분수를 알고 일반 국민들에 대해서는 추상같이 수사하되, 아무리 의심이 들어도 청와대나 국회의사당 그 밖의 고관대작님들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사건은 감기 기록을 쳐다보지도 않겠다"라며 "이렇게 하면 혹 저희를 다시 품어주시겠나이까?"라고도 썼다.

박 검사는 "이제부터 저희 검찰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낡아빠진 속담이나 '범죄 없는 깨끗한 권력'에 대한 허황된 꿈은 버리고 '유권무죄 무권유죄'를 표어로 삼아 작금의 한국적 민주주의를 꽃 피우겠다"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검찰이 수사를 하고 그 결과를 스스로 평가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모순이라고 하셨는데 '모순'이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뜻이 맞냐"라며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기소 여부 결정'이 목적이라면 당연히 사실관계와 법리를 조사해봐야 할 것이고 그게 바로 '수사'라고 생각했는데, 어디가 잘못된 것인지 콕 짚어 달라"고 했다.

그는"“판사가 재판 절차를 진행했으면 그 결과를 스스로 평가해 판결을 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말씀을 하신 게지요? 마침 경찰도 불기소결정권이 생겼는데, 경찰 또한 수사를 진행했으면 그 결과를 스스로 평가해 송치 또는 불기소하는 것은 모순이겠지요?"라고 예를 묻기도 했다.

박 검사는 "장관님과 동지분들께서 모든 행정, 사법기관의 처분 권한과 이를 위한 조사 권한을 사분오열 시키는 법을 만들어주시기만 하면 저희 검찰도 이를 차질 없이 집행해 모순 없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라며 "왜 저번에 만드신 공수처는 수사를 하고 나서 스스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글을 올리다 보니 소인의 무지함에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부끄럽다"라며 "미리 공부해 중대범죄 수사도 스스로 금하고, 분수를 알아 높으신 분들의 옥체를 보존하며, 모순되는 행동을 삼갔어야 했건만 왜 장관님과 높으신 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렸을까"라고 비꼬았다.

끝으로 박 검사는 "다행히도 장관님께서 검찰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들어주시겠다고 먼저 길을 터주시어 위와 같이 여쭙나니, 바라옵건대 장관님의 고매한 뜻을 감추지 마시고 허심탄회하게 하명해주시면 저희 검찰, 다시는 거역하지 아니하고 완수하겠나이다"라며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라고 글을 끝맺었다.

/권준영 기자(kjykj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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