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 겸손하고 솔직한 염혜란, 믿고 보는 전성시대


(인터뷰)배우 염혜란 "'동백꽃'→'경소문' 성공, 자존감 만큼 부담도 높아져"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그야말로 염혜란 전성시대다. '경이로운 소문'의 흥행부터 연달아 개봉된 '새해전야', '아이', '빛과 철'까지, 염혜란의 존재감이 그 어느 때보다 빛나고 있다. 특히 '빛과 철'에서 염혜란이 보여준 날카로운 얼굴과 눈빛은 '염혜란의 재발견'을 이끌며 무궁무진하게 뻗어나갈 그의 연기 스펙트럼을 기대하게 만든다.

'빛과 철'(감독 배종대)은 남편들의 교통사고로 얽히게 된 두 여자와 그들을 둘러싼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담은 작품. 염혜란은 극중 교통사고 후 의식불명이 된 남편과 남은 딸을 위해 고단한 삶을 괜찮은 척 살지만, 누구에게도 말 못할 사정을 품은 영남 역을 맡았다.

배우 염혜란이 영화 '빛과 철'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찬란]

2000년 극단 연우무대 연극 '최선생'으로 데뷔해 무대를 통해 내공을 갈고닦은 염혜란은 그간 드라마 '도깨비', '슬기로운 감빵생활', 영화 '아이 캔 스피크', '걸캅스', '야구소년'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력을 보여줬다. 이어 2019년 '동백꽃 필 무렵'의 걸크러시 변호사 홍자영 역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또 '경이로운 소문'에서는 카운터의 리더이자 아픈 과거를 지닌 추매옥 역으로 대체불가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2월에만 '새해전야', '아이', '빛과 철'로 관객들을 만났다. 지난해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을 수상하며 깊이 있는 연기 내공을 입증하기도 했다.

이 같은 뜨거운 극찬과 기대 속에서도 염혜란은 여전히 겸손하다. 모두가 인정하는 '믿고 보는 배우'지만 스스로를 냉정하게 바라보며 책임감의 무게를 잊지 않으려 채찍질을 한다. 그래서 더 큰 신뢰가 쌓이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 바로 염혜란이다.

◆ "서늘함 표현, 욕심나는 새로운 캐릭터"

염혜란은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매력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빛과 철'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감독님이 저를 처음 만났을 때 '대사 안 할 때의 서늘함이 좋았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염혜란의 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셨다"라며 "서늘하면서도 응축되어 있는 감정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인물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변화가 있고, 섬세하면서도 폭발적인 인물을 만나는 것이 어려운데, 영남이 딱 그랬다 그래서 굉장히 하고 싶다는 욕심이 났다. 감정의 깊이를 따라가는 건 어렵고 힘들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캐릭터라 되게 매력 있었다"라고 출연 이유를 설명했다.

염혜란과 배종대 감독의 의도대로 '빛과 철'은 염혜란의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는 심도 깊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세 명의 여자가 각기 다른 상황에서 응축된 감정을 터트리고 변화를 이뤄가는 과정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염혜란은 "예전에 연기를 할 때 제가 했던 역할이 제 옆에 와서 절 보는 느낌을 받는 충격적인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 이후로는 내가 맡은 인물이 가상의 인물이 아니라 현재 어디서 살고 있는 사람이고, 그가 저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연기한다"라고 '빛과 철' 속 캐릭터에 중점을 뒀던 부분을 설명했다.

배우 염혜란이 영화 '빛과 철'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찬란]

배종대 감독은 이런 염혜란에 대해 '몰입의 천재'라 평했다. 하지만 염혜란은 "과찬"이라며 손사레를 쳤다. 그러면서도 "연극을 하다가 매체에 오니까 상대를 보지 않고 연기를 해야 하는 부분이 있더라. 시선 처리 때문에 카메라 옆을 보고 말을 해달라고 하더라. 나문희 선배님이 '카메라를 사람으로 보는 훈련을 많이 한다'고 하셨다. 그 말씀이 도움이 많이 됐다. 매체 연기를 할수록 사람을 보지 않고 연기하니까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계속될 숙제인 것 같다"라고 자신만의 연기적 몰입 비법을 전했다.

연기 스펙트럼 역시 평생의 숙제로 남아있다고. 염혜란은 "내 안에 다른 나를 찾는 과정이 연기라고 생각한다. 과연 다른 내가 있을까. 12개 정도 되나 했는데 수천 수만가지의 나를 발견하는 일이고, 그렇게 되면 스펙트럼이 정말 어마어마하지 않을까 우기고 싶다"라며 웃음 지었다.

◆ "'믿보배' 기분 좋지만 부담도…자존감 만큼 두려움도 커져"

그렇기에 배우로서 가지는 고민 역시 크다. 모두가 '믿보배'라고 평가를 해도 스스로는 이 자체에 큰 부담이 생긴다고. 염혜란은 "참 기분 좋은 칭찬이지만, 아직 제 연기를 스크린에서 확인하는 것이 부담되고 걱정된다"라며 영화 세 편이 동시에 개봉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고 고백했다. "너무 빨리 들통나는 건 아닐까", "많이 노출될수록 실망할텐데" 등의 두려움이 크다는 것. 그러면서 "외부 평가에 민감하고 많이 좌지우지 된다. 잘한다고 하면 용기를 얻는다. 바보 같아서 눈치도 많이 보고, 평가가 마음을 많이 흔들어놓는다. 그래서 눈을 밖으로 돌리지 않고, 내부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특히 염혜란은 스스로 잘 못 할 것 같아 자신이 없었고 두려움이 컸다는 '동백꽃 필 무렵'을 무사히 마친 후 '나도 할 수 있었지'라며 자존감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자신이 만들어놓은 벽을 무너뜨리니 가능한 일이었다고. 물론 자존감만큼 두려움도 똑같이 차오른다는 그다. '경이로운 소문'의 큰 사랑으로 자존감이 높아졌지만, 책임져야 하는 것, 돌봐야 하는 것이 많아서 다른 어려움이 생긴다는 것.

배우 염혜란이 영화 '빛과 철'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찬란]

염혜란은 "'경이로운 소문'을 이렇게 많은 분들이 봐주실지 몰랐다. 그래서 배우라는 직업이 매력적인 것 같다. 예상과 벗어나는 즐거움이 있다. 잘 될 것 같지만 다른 결과가 나오면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잘 됐을 때 또 다른 필요한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런 점이 즐겁다"라며 "매 순간 어떤 작품이든 충실해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쉬고 싶다가도 마음 두근거리는 작품은 하고 싶고, 새로운 모습이라서 끌려서 선택하게 된다. 이 일을 좋아해서 끊임없이 일을 하게 된다"라고 쉼 없이 '열일'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을 밝혔다.

"'경이로운 소문'으로 10대 팬들도 많이 생겼다. 사인 요청을 많이 하더라. 다음엔 20대 남성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라고 농담이 섞인 바람을 전한 염혜란은 "인물을 만드는데 겸손하게 접근하고 있고, 정성껏 봐준다는 느낌이 드는 배우였으면 좋겠다"라고 배우로서의 목표를 말했다. 그러면서 차기작 JTBC 새 드라마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에서 경찰 역을 맡아 지금과는 또 다른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계획임을 전해 기대감을 높였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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