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 "척하기 싫다"…'자산어보' 변요한, 흑백 속 가장 빛나는 얼굴


(인터뷰)배우 변요한 "연기 호평 감사, 좋은 어른 만나 많이 배웠다"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자산어보'는 배우 변요한에게 또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될 작품이다. 설경구가 "변요한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빛나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던 것처럼, '자산어보' 속 변요한은 '창대' 그 자체로 웃고 울고 뛰어 놀았다. 원래도 연기 잘하는 배우로 손꼽혔지만, 변요한이 이렇게 매력 넘치는 배우라는 걸 또 한 번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자산어보'(감독 이준익)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설경구 분)과 바다를 떠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 분)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는 이야기다.

배우 변요한이 23일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 설경구도 인정한 변요한의 인생작 "호평 감사하죠"

변요한은 흑산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청년 창대를 연기했다. 어려서부터 밥 먹듯이 해온 물질로 바다 생물과 물고기 가는 길은 누구보다 잘 아는 어부지만 그의 최대 관심사는 글 공부다. 천자문, 소학, 명심보감 등 가리지 않고 책을 읽고 있지만 제대로 된 스승 없이 홀로 하는 글 공부에 한계를 느낀다. 그러던 중 흑산도로 유배 온 정약전이 창대에게 물고기 지식을 알려주면 글 공부를 도와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이에 성리학을 진리로 여겨 사학죄인 정약전과는 말도 섞지 않으려 했던 창대는 마음을 바꿔 그와의 거래를 받아들인다.

이에 변요한은 전문가에게 직접 어류 손질법을 훈련받았으며, 전라도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기 위해 전라도 출신 지인들과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연습에 매진했다. 여기에 잠수법과 수신호를 익히며 서서히 창대가 되어갔다.

변요한의 이 같은 노력은 '자산어보'를 더욱 빛나게 하는 이유가 됐다. 정약전 역의 설경구와 어깨를 나란히 해도 전혀 밀림 없이 오롯이 창대로 존재감을 뿜어내는 변요한에 호평이 쏟아졌다. "변요한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빛나는 작품이 될 것"이라던 설경구의 말이 단번에 이해가 갈 정도로, 변요한의 인생작이자 인생 캐릭터가 탄생했다는 반응이다.

변요한 역시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솔직히 가장 빛났으면 좋겠다"며 "'자산어보'를 만나고 해가 거듭할수록 발전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하나하나 좋은 작품을 만들도록 노력하고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어 연기 호평에 대해서는 "너무 감사하다. 그것만큼 기쁜 일이 없다. 요즘은 너무 기쁘니까 좀 즐기자는 마음과 (들뜬 마음을) 금방 정리해야겠다는 마음이 있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언론시사회에서 처음 본 완성본에 눈물을 흘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기쁜 마음에서였다. 별거 아니지만 예전 생각도 나고 했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도 있었다"라며 "저도 완성본은 그날 처음 본 건데 기다리고 설렜던 만큼 좋은 영화가 나온 것 같았다. 경호하시는 분들도 눈물을 흘리시길래 부끄럽지만 참지 않고 제 감정에 솔직하게 됐다"라고 눈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배우 변요한이 23일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 "좋은 어른 이준익 감독과 설경구 선배, 많이 배웠다"

'자산어보'는 변요한에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해준 좋은 작품으로 기억된다. 그는 "연기를 하면서 이준익 감독님의 작품을 다 봤고, 설경구 선배님의 작품도 제 베스트 명작 안에 몇 편이 꼽혀 있다. 존경하고 동경하는 선배님과 감독님이라 두 분이 함께한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불안함과 용기를 모두 갖고 있는 창대의 모습이 매력적이었다"며 "마지막 지점에서 창대가 좋은 어른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창대의 용기와 저의 용기가 같이 맞아떨어졌다"라고 창대라는 인물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특히 이준익 감독에 대한 존경과 믿음이 말로 형용할 수 없을만큼 크다는 그는 "좋은 감독님 이전에 좋은 어른이다. 어린 나이부터 장년에 이르는 어른들까지 대화가 가능하신 분이다. 그런 감독님과 같이 작업할 수 있어 굉장히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었던 현장이었다"라고 거듭 존경심을 드러냈다.

또 이번 '자산어보'를 함께 하며 '더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던 설경구에 대해서는 "같은 카메라 안에서 약전 선생과 창대로 숨쉬었다. 더할나위 없이 행복했다"며 "정말 배울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줄넘기를 1000개씩 하시고, 촬영 내용을 숙지하고 의상을 입고 미리 준비를 하고 현장에 오셨다. 긴 대사도 후루룩 말할 수 있을 만큼 이미 약전 선생이 돼 있었다"며 "카메라 앞에 설 때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배웠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게 공적인 모습이라면 사적으로는 따뜻한 분이다. 언어와 행동들이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계산적이지 않고 따뜻함과 사랑이 언행에서 묻어나는 멋있는 분이다. 제가 많이 의지하고 따랐다"라고 설경구에 대한 애정을 고백했다.

앞서 이준익 감독은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 적혀 있던 창대라는 인물의 반 정도는 변요한이 다 채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정도로 변요한이 창대에 깊이 몰두하고 애정을 보였다는 의미다. 하지만 변요한은 "감독님은 카메라 안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모든 것들을 자유롭게 풀어주시는 분이었다. 감독님께서는 제가 (창대를) 다 만들었다고 하시는데 저는 감독님과 작가님이 만든 틀 안에서 놀았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낚시, 수영, 사투리 구사보다는 창대의 마음으로 신념을 가지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알아가는 것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배우 변요한이 23일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 데뷔 10주년, 여전히 연기가 좋은 변요한의 진심

창대에게 약전은 사학죄인이었다가 스승이 되고, 나중에는 벗이 된다. 이를 설명한 변요한은 "영화가 끝난후에는 (약전 선생이) 아버지 같다는 생각도 했다"라며 "말하자면 좋은 어른인 거다. 저희 아버지도 좋은 어른이시다. 스승이기 이전에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어른이자 친구였다"라고 의미를 전했다.

'자산어보'에서 창대는 약전을 만나 성장하고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자신을 제대로 알아준 스승이자 벗의 글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는 창대의 모습은 진한 여운과 감동을 안긴다. 그렇기에 흑산이 아닌 자산에서 색을 보고, 희망을 볼 수 있게 된다.

변요한 역시 창대처럼 '자산어보'를 통해 많은 것을 깨닫고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많이 바뀌어서 뭐 하나 콕 집어 말하기가 어렵다. 우선 좋은 어른들을 만났고 그러다 보니 마음이 부자가 된 것 같다. 언제든 지혜를 얻을 수 있고 나를 믿어주는 분도 있고 나를 꾸짖어줄 분들도 계신다는 게 든든하다. '자산어보'를 찍었기에 그분들 만난 것 같다. 흔히 말하는 '일도 하고 사람도 얻고'다"라고 했다.

이어 "배우 변요한으로서도 변한 게 많다. 그렇지만 이게 또 바뀔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한번에 정리해서 말하긴 어렵지만 감사하고 즐겁다. 예전에 제가 어떻게 보였는지 모르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여전히 연기가 재미있고 즐겁다는 변요한은 올해 정식 데뷔 10주년을 맞이했다. 그는 "처음 연기했을 때와 비교하면 더 뜨거웠으면 뜨거워졌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축하해 주신다면 그 축하를 감사히 받고 싶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좋은 배우 전에 좋은 사람도 되고 싶다. 기준이 뭔지 모르겠지만 정직하고 정의롭게 잘 살고 싶은 마음이다. 진정성이 없다면 진정성 있는 척도 하고 싶지 않다"라며 "그렇게 살다 보면 제 그릇도 많이 넓어질 것 같고, 사랑도 더 많아질 것 같고, 지킬 걸 지키는 사람이 될 것 같다. 그 틀안에서 그렇게 살고 싶은 것 역시 제 소망이다. 그러다 보면 좋은 배우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자산어보'는 오는 31일 개봉된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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