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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단체와 소통 나선 靑…전경련만 쏙 뺀 이유는


'국정농단' 사태 연루된 후 現 정권서 적폐대상 낙인…"재계간 소통창구 기능 상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뉴시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대한상의를 시작으로 경제단체와의 만남에 나선 청와대가 전경련을 제외한 것을 두고 재계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다른 경제단체 방문 일정과 중복됐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내놨지만 일각에선 조직 쇄신에 적극 나서지 않은 전경련이 현 정권과의 관계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그대로 드러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경제계와 소통을 강화하라"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지난 7일부터 이틀에 걸쳐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을 만났다. 오는 14일엔 한국무역협회도 방문할 예정이다.

이 실장은 최 회장과의 만남에서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민·관 협력 방안과 더불어 한국판 뉴딜, 탄소중립 이행 방안과 관련해 의견을 주고 받았다. 또 재계에서 줄곧 강조해온 기업 규제완화 방안도 의제에 올랐다.

최 회장은 "규제를 풀려면 법과 규제가 있음으로써 불편한 정도나 범위가 어느 만큼일지 평가하고 인과관계를 추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규제로 인한 어떤 문제가 있는지 데이터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상황 이후 위기가 올 수 있으니 항상 대비해야 하며 글로벌 정세로 인해 기업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의 선제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실장은 "앞으로 자주 만나서 의견을 교환하면 좋겠고 정부가 도와줄게 있으면 말해주면 좋겠다"며 "대한상의와 정부가 경제이슈에 집중해서 수시로 대화하자"고 답했다.

이후 이 실장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김 회장과 만나 중소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자주 듣고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협동조합 및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 제도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 실장은 "정부와 기업 간 긴밀하게 대화가 필요하다"며 "중소기업 기 살리기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손경식 경총 회장이 지난 8일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사진=경총]
손경식 경총 회장이 지난 8일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사진=경총]

다음날 경총을 찾은 이 실장은 손 회장과 '노사관계' 전반에 대해 폭 넓게 논의했다. 또 손 회장은 이날 최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상법, 공정거래법, 노조법 등 기업규제 법안들에 대해 청와대에 직접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우리나라의 심각한 노동문제는 노사간 대타협을 통해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정부가 중립적인 위치에서 균형감을 갖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실장은 "정부도 노사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경영계와 정부의 생각이 다르지 않다"고 답했다.

또 중대재해처벌법 등 최근 반(反)기업법이 국회에 연이어 통과된 것과 관련해 손 회장은 "우리나라는 너무 쉽게 법이 만들어진다"며 "그러다 보니 기업규제 법안이 무분별하게 많이 생기는 경향이 있어 정부에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 신경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 실장은 "법 제정 과정에서 경총에서 전달한 요청사항을 잘 알고 있다"며 "경총의 요청 사항을 시행령 제정 등 과정에서 잘 살펴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노동법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지금 시대에 맞게 노사간 균형을 맞춰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당노동행위 시 사용자의 형사처벌은 국제적으로도 관례가 없어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전달했다. 또 경총이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반기업 정서 해소 사업에도 정부가 많이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이 실장은 "기업이 잘한 부분들에 대해 많이 알려주면 정부도 정책수행에 많은 도움이 된다"며 "이러한 부분들을 국민들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도 알려 기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정부도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견기업연합회에선 금융 분야 규제 애로 개선을 두고 정부에 적극 건의했다. 강 회장은 "중견기업의 경우 금융 분야의 애로가 크다"며 "코로나19 위기 극복은 물론 지속성장의 발판을 단단히 다지기 위해 대·중소기업의 이분법적 구분에 고착된 제도적 한계를 서둘러 합리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30억원의 중견기업 신용보증 최고한도는 1997년 정해진 그대로"라며 "변화한 경제 규모 등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고, 서둘러 바로잡아야 한다"고 요청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 [사진=정소희 기자]
허창수 전경련 회장 [사진=정소희 기자]

하지만 이번 이 실장의 방문 일정에는 경제단체 중 하나인 전경련이 빠져 눈길을 끈다. 전경련은 지난 1961년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국내 대기업을 모아 만든 민간경제단체로,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과 함께 국내 주요 경제 5단체 중 하나로 국정농단 이전까지는 사실상 맏형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을 비롯, 청와대 초청 행사, 여당 주최 경제단체장 간담회 등에 초대받지 못했다. 재계의 소통 창구로서의 역할도 대부분 대한상의로 넘어간 상태로, '전경련 패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외받고 있다. 앞서 지난 2019년에는 청와대 관계자가 직접 "기업과 소통에 있어 특별히 전경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과 관계에 있어 대한상의, 경총 등과 관계를 통해 충분히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 모두 탈퇴하는 등 회원사가 급감하면서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그나마 남아 있는 회원사 기업들도 정부와의 관계를 의식한 나머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위상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전경련의 위상이 크게 추락했다"며 "현 정부로부터 사실상 적폐 대상으로 간주된데다 정부와 재계간 소통창구로서의 역할도 상실하면서 입지가 크게 좁아진 상태로, 국내 최대 경제단체라는 지위도 대한상의에 넘겨준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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