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조광래의 어깨동무 '원수에서 동지로'

 


라이벌전이라고 해서 치열한 경쟁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치열한 라이벌의식으로 첨예한 대립을 벌였던 사람들이 다시 한마음으로 뭉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K리그 최고의 라이벌전인 FC 서울과 수원 삼성전이 벌어진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따뜻한 화해의 자리가 마련됐다.

한때 얼굴도 보지 않을 만큼 감정이 좋지 않았던 김호 전 수원 감독과 조광래 전 서울 감독이 한 자리에서 만나 옛일을 회상하며 과거의 앙금을 말끔히 씻어냈다.

이들은 바로 이전 수원종합운동장과 안양종합운동장을 오가는 서울-수원 라이벌전의 전신인 ‘1번국도 더비’의 창시자들인 만큼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K리그 최고의 라이벌전인 서울-수원전은 바로 이들의 악연에서 비롯됐다. 96년 수원의 창단 감독과 코치로 함께 일했던 이들은 조감독이 수원을 떠나는 과정에서 김감독과 감정이 좋지 않았다.

조감독이 이후 안양 LG(현 FC 서울) 감독을 맡으며 이들의 악연은 고스란히 양팀의 라이벌전으로 이어졌다.

특히 양팀의 모기업인 삼성과 LG가 재계 라이벌이라는 이유도 경쟁을 가속화했다. 여기에 서정원의 K리그 복귀는 라이벌전에 뜨거운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안양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하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로 이적했던 서정원은 99년 시즌을 앞두고 수원행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서정원의 소유권을 둔 양팀은 끝내 법정공방까지 벌이면서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2000년 시즌 양팀이 맞대결을 펼칠 때면 선수들끼리 폭행사건이 벌어지는가 하면 코칭스태프간의 마찰, 서포터끼리의 싸움 등이 끊이질 않았다.

이후에도 양팀간의 맞대결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이어져 심판들 사이에서 ‘기피 0순위’로 꼽히기도 했다. 99년부터 2003년까지 4년간 이어진 양감독의 맞대결 성적이 10승2무10패로 동률을 이룰 만큼 살벌한 경쟁이 심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날 스카이박스에서 나란히 앉아 경기를 지켜본 양 감독은 과거를 돌이키며 연방 웃음을 터트렸다. 벤치가 아닌 곳에서 만난 이들에게는 이날 승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들이 지도했던 선수들 이야기와 경기내용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는 이들 모습은 예전 다정했던 축구계의 선후배 사이로 돌아가 있었다.

‘라이벌전 창시자들로서 감회가 어떠냐’는 질문에 양감독은 쑥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들은 “아무쪼록 차범근, 이장수 감독에게 바통이 이어진 양팀 라이벌 구도가 좀더 건전하게 정착돼 프로축구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주중 경기임에도 3만명이 넘는 관중이 운집한 이날 양 감독의 훈훈한 어깨동무가 더욱 뜻깊은 라이벌전이었다.

/최원창 기자 gerrar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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