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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사커]이동국 '2002년의 베컴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있던 2002년 4월11일.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이 이끌던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에 비상이 걸렸다.

'캡틴' 데이비드 베컴이 데포르티보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전 도중 쓰러졌기 때문이었다.

왼쪽 발뼈가 부러진 베컴은 최소한 6주에서 8주 가량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월드컵 본선 무대서 아르헨티나, 스웨덴, 나이지리아 등과 함께 '죽음의 조'에 속한 잉글랜드로서는 '날벼락'같은 소식이었다.

사실상 월드컵 조별리그 출전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그러나 베컴은 결코 좌절치 않고 "반드시 월드컵에서 뛰겠다"며 재활 의지를 불태웠다.

이후 베컴은 잉글랜드 축구협회(FA)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다양한 방식의 재활 훈련을 실시했다. 영국내 대학들과 각종 발명가들이 앞다퉈 베컴에게 지원 대책을 제시했고 이중 '산소텐트' 등 독특한 재활 훈련도 활용됐다.

'산소텐트'는 산소농도를 고지대에서와 같이 낮게 하면 인체가 각부분에 대한 산소공급을 늘리기 위해 혈구를 더 많이 만든다는 원리를 이용한 치료법이었다. 부상한 선수가 연습을 못하더라도 컨디션을 크게 해치지 않도록 도와주는 효과가 있다는 게 베컴이 이 치료법을 활용한 배경이었다.

베컴과 잉글랜드 대표팀은 한일월드컵 직전 제주도에 훈련 캠프를 차리기도 했다. 이때도 베컴은 국내에서 당시 볼 수 없었던 재활 훈련법을 실시해 화제를 모았다.

윗몸일으키기와 팔굽혀펴기 등으로 몸을 푼 후 스프링 점프대 위에서 공을 차는 동작을 반복하는 모습이 국내 기자들의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다양한 방법이 총망라된 재활훈련의 효과가 있었던 탓인지 베컴은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그리고 본선 아르헨티나 전에서는 '복수의 페널티킥'을 넣는 등 팀을 8강으로 이끄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16강 아르헨티나 전에서 퇴장을 당하며 잉글랜드 팬들과 언론으로부터 '얼간이' 등 비난을 받기도 했던 베컴이 4년만에 '월드컵의 한(恨)'을 말끔히 털어내는 순간이었다.

이동국의 '투혼', 2002년의 베컴 못지 않다

이동국이 지니고 있는 '월드컵에 대한 회한'은 2002년 당시의 베컴 못지 않다.

98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차범근호의 영건으로 생애 첫 월드컵 무대를 밟았던 이동국은 2002년 히딩크 감독의 눈에 드는데 실패하며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 히딩크 사단의 4강 신화를 멀리서 구경만 해야 했다.

기나긴 방황기를 거치기도 했지만 이동국은 절치부심 끝에 아드보카트호의 확고한 '원톱'으로 자리매김했다. 월드컵 무대를 다시 밟겠다는 소망은 그가 8년간 간절히 바란 꿈이었고, 그라운드로 이끄는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동국은 자신의 꿈을 송두리 채 뒤흔들고 있는 '부상 악령'에 시달리고 있다.

이동국의 재활에 대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독일 월드컵에서 이동국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협회나 국민적 차원에서 최대한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2002년 잉글랜드 대표팀이 베컴을 회복시키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 정도는 필요한 것 아니냐."

지난 8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K리그 경기를 앞두고 만난 노정윤은 이동국의 부상 소식에 장탄식을 터뜨렸다.

노정윤 자신도 1998년 프랑스 월드컵서 멕시코전서 무릎 부상 사실을 숨기고 출전해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 후반 초반 교체됐던 기억을 안고 있다.

자신의 부상 사실을 숨기고 경기에 나설 정도로 월드컵에 남다른 열망을 지니고 있었기에 그는 현재 월드컵에 참가하고픈 이동국의 열망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물론 이동국이 월드컵 전에 재활에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만약 성공하더라도 월드컵서 제 기량을 발휘할 지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이동국이나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서도 그의 재활에 총력을 기울일 필요는 있다고 본다. 만약 독일 월드컵서 후반 교체 출전 정도라도 뛸 수 있다면 이는 충분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이동국 본인은 재활에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만큼 국내보다는 해외로 나가 치료받고 싶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현재 이동국의 재활을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입장이다. 현재 안정을 취하고 있는 이동국이 재활 훈련에 본격 돌입하는 시기는 7~10일 후다.

물론 월드컵 직전까지 이동국이 완치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2002년의 베컴은 성공했지만 이동국도 마찬가지 길을 걸을 지 여부도 미지수다. 2002년 베컴이 겪었던 부상보다 지금 이동국이 안고 있는 부상의 정도가 훨씬 심각하다.

그러나 이동국은 축구장 안에서 통하는 '불가능은 없다'는 명제가 축구장 밖에서도 유효하다는 믿음을 잃지 않고 있다. '라이언 킹'의 꿈이 이뤄지려면 그 혼자 만의 노력 뿐 아니라 축구협회 차원의 전방위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이뉴스24 이지석기자 jsle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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