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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거' 설기현, '진짜 도전이 시작된다'


 

'6년만에 꿈을 이뤘다. 그러나 기뻐할 틈은 없다.'

'프리미어리거'. 설기현이 그토록 자신의 이름 앞에 달고 싶어하던 수식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설기현은 자신의 꿈을 이뤘다.

지난 2004년 8월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이 보장됐던 안더레흐트(벨기에)을 떠나 홀연 잉글랜드로 건너올 때 설기현은 자신의 목표로 '프리미어리그 입성'을 분명히 했다.

챔피언십리그(2부리그) 울버햄튼서 대표팀 동료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토트넘)가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며 2년간 남몰래 칼을 갈던 설기현이 새롭게 둥지를 틀게 된 팀은 창단 135년 만에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한 레딩.

레딩은 지난 6일 오후(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설기현의 현 소속구단인 울버햄튼과 이적료 협상을 마무리지었다고 발표했다. 이적료는 100만파운드(약18억원). 경기 출장 회수에 따라 50만파운드를 레딩이 울버햄튼에 더 지급할 수도 있다.

2000년 광운대 재학시절 벨기에 주필러리그 로얄 앤트워프를 통해 유럽으로 진출한 이후 벨기에 최고 명문인 안더레흐트와 잉글랜드 챔피언십 울버햄튼을 거치며 6년 동안 가슴 속에 품었던 꿈이 마침내 현실로 발표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 뿐이다. '프리미어리거' 타이틀을 달게 됐다는 즐거움을 누릴 충분한 자격을 지닌 설기현이지만 앞으로의 여정은 지난 행보보다 오히려 더 중요하다. 진짜 도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우선 설기현은 자신이 프리미어리그서 뛸 충분한 기량을 갖췄다는 사실을 팀과 동료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물론 레딩이 설기현을 영입했다는 것은 충분히 프리미어리그서 활약할 능력을 갖췄다는 점을 인정했기에 가능한 결과다. 그러나 그의 실력에 의문을 품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분명하다.

울버햄튼의 제크 목시 회장은 7일 BBC와의 인터뷰서 설기현의 이적을 발표하며 "설기현은 인간적으로 훌륭하고 기량도 우수한 선수다. 그러나 그를 벨기에 안더레흐트에서 영입할 당시 기대했던 만큼의 활약은 펼치지 못했다"며 설기현이 울버햄튼에서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05-06시즌 전만 하더라도 울버햄튼의 '에이스'로 지목됐던 설기현은 지난 시즌 후반기 들어 출전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물론 기량 외에 감독과의 관계 등도 출전 여부에 영향을 미쳤지만 프리미어리그 재입성을 노리던 울버햄튼의 전력에 큰 보탬이 되지 못했다는 점은 엄연한 사실이다.

특히 2년 동안 울버햄튼에서 활약하며 FA컵 등에서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팀들을 만날 때마다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도 설기현의 향후 극복 과제다.

실력으로 모든 것을 말하라

지난 04-05시즌 아스날과의 FA컵 32강전에 선발출전해 전반 5분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는 등 힘찬 출발을 보였지만 이후 솔 캠벨 등 정상급 수비수들에게 철저히 막혀 별다른 돌파나 슈팅을 시도하지 못했고 팀도 0-2 완패를 당했다.

2006년 1월 FA컵 무대서 가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맞대결서도 설기현은 별다른 활약을 선보이지 못한 채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돼 아쉬움을 남겼다. 별다른 크로스나 돌파는 눈에 띄지 않았고 백패스로만 일관하는 모습이었다.

설기현의 또 다른 과제는 소속팀 레딩을 프리미어리그에 잔류시키는 것이다. 이는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설기현이 뛰던 챔피언십리그와 프리미어리그 사이에는 현격한 수준차가 존재한다. 아무리 챔피언십리그서 승승장구했던 레딩이라 하더라도 결코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다가 1시즌 만에 다시 2부리그로 떨어지는 팀은 부지기수다.

프리미어리그 대부분 구단은 설기현이 속한 레딩보다 객관적 전력서 우위에 있다. 경기중 자신의 주임무인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해야 할 순간이 많아질 것이다. 우선 팀내 주전 경쟁을 이겨내야 하지만 막상 경기에 나서더라도 그에게 오는 공격 찬스 역시 이전보다 적다.

'프리미어리거'의 꿈을 이루는 데 6년이 걸렸지만 다시 떨어지는 데는 채 1년도 필요치 않다. '프리미어리거'라는 타이틀을 1시즌 만에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설기현은 더 바짝 축구화 끈을 조여야 한다.

조이뉴스24 이지석기자 jsle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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