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 따뜻한 디지털세상] '붉은 청년들'의 러시아 방문기

 


'IT크라스나'. 손영광(24)씨와 김나현(23)씨가 지난 7월 21일부터 8월 14일까지 러시아에서 달았던 이름표다.

영광씨와 나현씨는 지난 5월 김성무(26), 장문희(34)씨와 'IT크라스나'란 이름의 팀을 꾸려 한국정보문화진흥원(KADO)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 활동에 참가했다.

이들은 3주 동안 러시아 야쿠츠크(Yakutsk)에서 현지 학생들에게 IT기술과 한국문화를 가르쳤다.

'크라스나'는 러시아어로 '붉은색'이란 뜻. 월드컵 이후 세계인들이 한국하면 '붉은 악마'를 떠올린다는 점에 착안했다.

KADO는 지난 2001년부터 매해 여름마다 IT기술이나 문화수준이 낮은 동남아시아, 독립국가연합, 중남미 등에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을 파견해왔다. 4명이 한 팀을 이룬 봉사단들은 한 달 정도 현지에 머물며 한국의 IT기술과 문화를 알리는 활동을 한다.

"우리 IT문화를 러시아에 알린 것도 뜻 깊지만 그쪽 친구들과 직접 만나고 얘기했던 시간들이 더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최근 잠실에서 만난 영광씨와 나현씨는 '수업시간' 보다 '러시아 친구들'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포토샵엔 '까르르', 홈페이지 제작엔 '갸우뚱'

'IT크라스나'는 러시아 야쿠츠크 국립대학에서 포토샵, 파워포인트, 홈페이지 제작법 등을 가르쳤다.

"7월부터 8월까지 시베리아 사람들은 피서를 떠나요. 학생들이 여행을 가 버려서 수강생을 모집하기가 힘들었어요."

섭씨 20도를 웃도는 시베리아의 여름은 생각보다 더웠다. 이들이 도착하기 전 야쿠츠크 대학에서 미리 수강생 모집에 나섰지만 학생들이 피서를 떠나는 바람에 쉽지가 않았다. 결국 한국어과 학생 중심으로 반이 짜여졌다.

"열두 명 정도되는 학생들 대부분이 한국어를 전공했기 때문에 오히려 수업 진도 나가기가 수월했어요. 한국에 관심이 많아 질문을 많이 하더라구요. 답을 해 주는 것만으로도 수업이 될 정도였어요."

이들은 야쿠츠크 대학 기숙사에 머물면서 오전 10시부터 12시, 오후 2시에서 4시까지 하루 4시간 수업을 했다. 컴퓨터 실습실이 강의실이었다. 컴퓨터는 11대로 '팬티엄4'급이었다.

영광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컴퓨터 사양이 좋아서 가져간 프로그램을 깔고 수업을 진행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가장 인기 있었던 수업은 나현씨가 진행했던 포토샵 강좌. 샘플을 많이 준비해 간 것이 도움이 됐다. 학생들은 그림의 명암, 색상 등을 바꾸고 자신의 얼굴까지 포토샵으로 '성형'하는 법을 배웠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프로그램을 그 학생들은 처음 접했다고 하더라구요. 학생들이 앞으로 수업 발표자료를 만들 때 포토샵이나 파워포인트를 많이 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학생들은 영광씨가 맡았던 홈페이지 제작 수업을 가장 어려워했다. 영광씨는 "HTML언어와 나모 프로그램 사용법을 가르쳤는데 많이 지겨워하더라"며 "수업 때마다 곤란해서 땀이 났다"고 털어놓았다.

수료식을 겸한 마지막 수업. 영광씨는 걱정을 덜었다. 학생들은 자신이 만든 포토샵, 파워포인트, 홈페이지 작품을 발표했는데 염려와 달리 각종 효과를 넣은 홈페이지가 많았던 것.

"3주 동안 모두 배우기에는 벅찰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학생들이 너무 잘 따라와서 뿌듯했어요."

◆백야의 땅에서 싸이월드 '일촌' 맺다

'IT크라스나'팀과 현지 학생들은 나이가 비슷했다. 러시아어에는 존칭이 없었기 때문에 선생님과 학생으로 만났지만 서로 이름을 부르며 금새 친구가 됐다.

공식 수업은 하루 4시간이었지만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도 집에 가지 않았다. 크라스나팀이 머무는 기숙사에 몰려오기 일쑤였다. 반갑다고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크라스나팀은 매일 저녁 식사를 대접했다.

"팀원끼리는 김치, 김, 참치 만으로도 밥을 먹을 수 있었지만 학생들과 있을 때는 잘 차려진 한국음식을 내놓아야 할 것 같아 부담이 컸어요. 수업준비로도 벅찬 데 저녁마다 10인분 이상씩 음식을 하다보니 나중에는 요리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2주 정도 계속된 백야도 고역이었다. 새벽 한 두시가 돼도 밖이 환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수업하랴 저녁식사 준비하랴 피곤했던 팀원들은 수면부족에도 시달려야 했다.

시베리아 모기의 '독한' 공격도 잊을 수 없다. 미리 준비해 간 모기퇴치 제품도 청바지를 뚫고 피를 빨아대는 모기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그러나 몸의 피로가 한계에 다다를수록 러시아 친구들과의 우정은 깊어갔다. 맘모스 박물관, 레나강 등지를 함께 여행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의 나라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야쿠츠쿠 곳곳에서 삼성전자, LG전자 광고판을 볼 때마다 뿌듯했어요. 한국 전자제품, 휴대폰이 인기더라구요.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관심도 높구요. 토요일마다 한국의 날 행사를 열어서 학생들, 주민들과 함께 우리 영화를 봤는데 다들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한국에 대한 호감이 강했던 학생들은 한국문화 체험시간을 유독 좋아했다. 옷고름 매기, 김밥만들기, 한지공예, 매듭공예 등을 함께 하며 자연스레 한국을 알릴 수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새벽 2시 비행기를 타는 팀원들을 배웅하러 학생들 모두 공항에 나오기도 했다.

"서로 보고 싶을 땐 싸이월드에 어설픈 영어로 방명록 남겨요."

해외인터넷봉사단의 공식 활동은 3주였지만 백야의 땅에서 싸이월드 '일촌'을 맺은 팀원들과 학생들은 방명록을 통해 교류를 계속하고 있다.

◆팀 구성과 독특한 활동계획이 당락 좌우

KADO는 매해 여름마다 30여개의 나라에 약 300명 정도의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을 파견하고 있다.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이 주로 신청한다. 봉사활동의 성격이 명확해 향후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고, 항공비와 약 60만원 정도의 생활비가 지원되기 때문에 체류비용 부담없이 해외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IT크라스나'는 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됐다. 나라마다 경쟁률이 다른데 해가 갈수록 신청자가 늘고 있다는 게 영광씨의 설명이다. 한 사람이 세 번까지 봉사단 활동을 신청할 수 있다.

봉사단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인력구성이 중요하다. 한국의 IT기술과 문화를 현지에 전파해야 하는 만큼 IT교육 2명, 언어 1명, 문화 1명으로 팀을 구성해야 한다.

나현씨는 "영광씨와 성무씨는 이공계 전공자고 문희씨는 러시아어 번역가여서 면접 당시 팀 구성이 좋다는 얘길 들었다"며 "봉사단 활동을 원한다면 적절한 팀 구성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독특한 활동계획을 적는 것도 선정에 도움이 된다. 지난해 타지키스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봉사단 활동을 한 영광씨는 "매듭공예, 한지공예를 가르치기 위해 나현씨가 한 달 정도 직접 실습강좌를 들었다"며 "우리 문화가 다양한 만큼 톡톡 튀는 활동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여름 봉사단 활동으로 나름의 노하우를 쌓은 영광씨와 나현씨는 내년 5월 다시 한 번 봉사단 신청서를 낼 계획이다.

김연주기자 tot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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