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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전쟁영화가 인류에 전하는 메시지


영화가 선사하는 최고의 스펙터클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군인들의 삶을 기념한다는 의미다. 유사 이래 군인들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전장에서 목숨을 바쳤다. 그 전장을 경험하지 못했어도 우리는 전쟁의 현장과 각 전투에서 군인들이 느꼈을 공포와 두려움들을 알 수 있다. 바로 전쟁을 다룬 영화를 통해서다.

디비디언 6월호는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해 비교적 최근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전쟁영화들에 관한 특집을 마련했다. 전쟁영화는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주기 때문에 오락적인 측면에서도 인기가 높다. 그러나 전쟁영화가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영화 테크놀로지의 구현이나 혹은 군인들의 영웅적인 모습보다 우리 인류에게 전쟁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반전의 메시지일 것이다. /김용운 기자 woon@inews24.com

고대 ‘영웅들의 전쟁시대’를 담은 작품들

백과사전은 전쟁의 역사를 원시전쟁시대, 고대전쟁시대, 근대기술전쟁시대, 현대전쟁 시대로 구분하고 있다. 원시전쟁시대는 지금으로부터 약 50만 년 전 원시인 사회가 일정한 언어를 사용해서 의사를 교환하게 된 무렵부터 전쟁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집단투쟁이 시작된 시기를 지칭한다. 하지만 세계 영화사에서 원시전쟁시대를 다룬 영화는 찾아보기 드물다. 기록된 역사가 전무한 까닭이다.

역사가들은 나일강 유역에서는 6천~1만 년전, 인더스강 유역에서는 약 4천∼5천년 전, 페루 등지에서는 약 3천∼4천년 전에 고대문명이 일어나서 고대전쟁시대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즉 이 시대의 전쟁은 각종 고대문헌을 통해 기록이 남아있고 문학작품을 통해서도 전해져 오고 있다. 그리스의 대서사시 호메로스와 일리야드 등이 고대전쟁시대에 남겨진 작품들이다.

할리우드는 주로 이 시대부터 전쟁영화의 소재를 찾고 있다. 이 시대의 전쟁을 다룬 영화 중에 대표적인 작품은 2004년 개봉한 브래드 피트 주연의 <트로이>다. 볼프강 페터젠 감독이 연출하고 브래드 피트 외에 에릭 바나와 올란도 블룸 등이 출연한 <트로이>는 고대 그리스의 영웅 서사시에 나오는 그리스군과 트로이군의 전쟁을 다룬 영화다.

기원전 1193년 고대 그리스 시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올랜도 블룸 분)와 아름다운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가 사랑에 빠져, 트로이로 도주한다. 아내를 뺏긴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우스는 자신의 형이자 미케네의 왕인 아가멤논에게 복수를 부탁하고, 그리스 도시국가들을 통합한다. 그리스 제국을 세울 야심을 가지고 있던 아가멤논은 동생의 복수를 명분으로 도시국가를 규합, 트로이를 공격한다.

강한 지도력의 프리아모스 왕과 용맹스러운 왕자 헥토로(에릭 바나 분)가 지키고 있는 트로이는 단 한번도 정복된 적이 없는 철통 요새. 아가멤논 왕은 이를 정복하기 위해서 바다의 여신 테티스와 인간 펠레우스 사이에 태어난 최고의 전쟁 영웅 아킬레스(브래드 피트 분)를 전쟁에 참가시킨다. 지루한 전쟁이 이어지고 양측 병사들이 지쳐갈 무렵, 이타카의 왕인 오디세우스가 거대한 목마를 이용, 트로이 성을 함락시키자는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트로이의 목마로 널리 알려진 트로이 전쟁을 다룬 <트로이>는 2억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고대전쟁영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특히 7만5천명의 어마어마한 숫자의 엑스트라를 동원해 벌인 전투장면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 하지만 원작 자체가 고대 영웅서사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헥토르와 아킬레스의 영웅담에 가려 전쟁 자체의 비극에 집중하지는 못했다.

최근 개봉한 잭 스나이더 감독의 <300> 또한 고대전쟁시대를 다룬 영화다. BC 480년 7월 제3차 페르시아전쟁 때 테살리아 지방의 테르모필레 협곡에서 일어난 테르모필레 전투를 다룬 <300>은 올해 3월 국내 개봉시 18세 관람불가의 핸디캡을 딛고 3백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미국에서 또한 3월 성인관람가 개봉작 중 역대 최고 수준의 관객동원으로 유명세를 탔다.

페르시아 전쟁 당시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가 300명의 스파르타 정예군과 함께 페르시아의 왕 크세르크세스가 이끄는 수십만 페르시아군을 저지한다는 <300>은 전쟁영화의 오락성을 극대화 시킨 작품이다. <씬 시티>로 유명한 프렝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을 화면에 옮긴 <300>은 특히 뛰어난 3D효과를 통해 고대 전쟁의 여러 가지 전술을 새롭게 보여주며 남자성인 관객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300>은 전쟁에 참전하는 스파르타 군인들의 용기를 영웅적으로 그렸지만 지나친 백인남성우월주의가 눈에 거슬린다는 비판도 받았다.

<트로이>나 <300>은 고대의 전쟁과 전투를 물량공세와 탁월한 그래픽으로 재현했다는 측면에서는 영화사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전쟁 자체의 본질을 묻는 영화는 아니란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다.

신의 이름으로 치러진 중세 십자군 전쟁 역사가들은 전쟁의 역사를 구분하는데 있어 인쇄술과 화약의 발명 및 세계적 교통의 약진을 가져온 15세기부터가 근대기술전쟁시대라고 지칭한다. 15세기 이후 세계사는 비약적인 문물의 발전과 더불어 전쟁의 규모와 빈도 또한 늘어나기 시작한다. 중세의 십자군 전쟁 이후 종교전쟁과 전체정치시대의 전쟁, 국가의 탄생과 더불어 산업혁명에 따른 국가주의전쟁시대, 그리고 20세기 세계대전시대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역사가 곧 세계사라 칭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다.

2005년 개봉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킹덤 오브 헤븐>은 고대와 근대의 중간 지점인 중세 십자군 전쟁을 다룬 작품이다. 11세기 말에서 13세기 말까지 약 200년에 걸쳐 서유럽의 기독교도들이 팔레스티나와 예루살렘을 이슬람교도들로부터 탈환하기 위해 8차에 걸쳐 감행했던 십자군 전쟁은 종교적 신념을 빌미로 한 대규모 침략과 약탈이 숨겨져 있던 전쟁이다.

로마시대 검투사의 이야기를 다룬 <글래디에이터>로 고대사극액션영화의 한 획을 그은 리들리 스콧 감독은 성지수호의 기치를 내건 십자군 전쟁(제2,3차 십자군 원정 시기) 중 볼드윈 4세가 통치하던 성지 예루살렘을 배경으로, 기독교와 이슬람간의 뿌리 깊은 종교적 갈등 이면에는 인간의 탐욕이 있음을 주장한다.

그간 할리우드가 십자군 전쟁을 소재로 다룬 영화들에 비해 십자군 전쟁의 본질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려 했다는 <킹덤 오브 헤븐>은 2002년 9.11테러 이후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충돌을 이야기한 세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에 대해 고찰해볼 기회를 마련해 준다. 결국 테러나 전쟁의 본질은 권력 집단의 탐욕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리틀리 스콧 감독이 하고픈 말이었다.

<킹덤 오브 헤븐>은 특히 DVD 애호가들 사이에서 환영 받은 타이틀이기도 했다. 지난 3월, 4디스크의 감독판으로 재출시 되었던 <킹덤 오브 헤븐> 감독판에는 2005년 10월 출시되었던 극장판에 약 50분을 추가해 재편집한 러닝 타임 194분의 본편과 영화 제작 과정을 여섯 개의 파트로 구분하여 각각 다큐멘터리, 동영상 자료, 사진 자료, 스태프의 음성 해설 등을 담은 다채로운 서플먼트가 수록되었던 것. 리틀리 스콧 감독은 감독판 DVD를 통해 당시 역사의 현장을 두루 살피며 십자군 전쟁의 실체에 보다 근접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전쟁영화의 분수령 제2차 세계대전

전쟁을 다룬 영화 중에 숫자로 꼽으면 20세기에 발발한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 세계 영화제작을 좌우하고 있는 미국의 할리우드가 직접 경험한 전쟁인 까닭이다.

제2차 세계대전은 미국이 처음으로 자국 외 전쟁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먼로주의를 깨고 타국간의 전쟁에 끼어든 전쟁이다. 일본에게 진주만을 침공당하며 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을 다양한 시선으로 해석하며 이를 영화에도 고스란히 반영했다.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최근 영화 중에 대표작으로 꼽는 작품은 아무래도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아카데미를 안겨준 <쉰들러 리스트>와 <라이언 일병 구하기>다. <쉰들러 리스트>는 2차 세계대전 중 폴란드에서 유대인을 구해준 오스카 쉰들러의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 제66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7개 부분을 수상한 <쉰들러 리스트>는 세계2차 대전 당시 대표적인 희생자였던 유대인과 그들을 외면하지 않은 쉰들러의 모습을 통해 전쟁의 와중에도 꽃핀 인간애를 담은 작품이다.

<쉰들러 리스트>가 전쟁의 후방에 있는 민간인들의 비극에 주안점을 주며 전쟁영화의 스펙터클보다 메시지에 집중했다면 1998년 개봉한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전쟁영화의 스펙터클 구현에 일대 혁신을 가져온 작품이다. 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앞당긴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오마하 상륙 작전을 오프닝으로 보여준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이전의 어떤 전쟁영화에서도 보여주지 못한 생생한 전투 장면을 구현했다.

특히 오마하 상륙작전을 보여준 도입부 25분과 결말 부분의 치열한 전투 장면은 실제 전투의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 영화 개봉 후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참전했던 퇴역군인들이 영화가 보여준 사실성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지금도 전장의 참혹함과 전투의 급박함을 가장 탁월하게 연출한 영화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꼽히고 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DVD 타이틀로서도 뛰어난 음향재생과 생생한 화질로 전쟁영화의 레퍼런스급 타이틀로 자리를 굳혔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처음 호흡을 맞췄던 톰 행크스는 이후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제작해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최고의 드라마 시리즈를 완성하기도 했다.

2차 대전을 다룬 작품 중에 테렌스 맬릭 감독의 <씬 데드 라인> 또한 역작으로 꼽힌다. 제작 당시 스티븐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비교되며 할리우드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린 <씬 레드 라인>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다른 방식으로 2차 세계대전을 비춘다.

1962년 발표된 제임스 존스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씬 레드 라인>은 2차대전 중 과달카날 섬을 배경으로, 찰리(Charlie)라는 육군 소총 중대가 일본군을 상대하면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투를 그린다.

<황무지>(73)와 <천국의 나날들>(78) 단 두 편으로 거장으로 추앙받는 테런스 맬릭 감독은 <씬 레드 라인>을 통해 인류학적인 방법으로 전쟁영화에 접근한다. 아열대 섬의 아름다운 자연과 그 안에서 서로 살육을 벌이는 군인들의 모습을 비교하며 객관적인 시선으로 전장을 비추는 테렌스 맬릭 감독의 <씬 레드 라인>은 전쟁 영화들 가운데 독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밖에 올해 아카데미에서 주목을 받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또한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최신작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2차 대전을 미국인의 관점에서 본 <아버지의 깃발>과 당시 적대국이었던 일본인의 관점에서 본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두 편을 동시에 선보이며 전쟁자체에 대한 통찰과 전쟁의 명분 이면에 희생되는 개인들의 삶에 대한 관심과 위로를 보여준다.

할리우드의 영원한 상처 베트남 전쟁

패전을 모르던 미국이 유일하게 패한 전쟁이 바로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중반까지 이어진 베트남 전쟁이다. 베트남 전쟁에는 한국군도 파병되었기 때문에 우리 영화사에서도 <하얀전쟁><알포인트> 등의 작품으로 베트남 전쟁의 상흔을 엿볼 수 있다. 결국 베트남전에서 미국은 베트남의 공산화를 막지 못하고 상처만 남긴 채 물러나야 했다.

최근 할리우드는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영화들의 제작 추세가 감소했다. 이미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후반까지 프란시스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룩>이나 스탠리 큐브릭의 <풀 메탈 자켓>, 올리버 스톤의 <플래툰> 등의 작품으로 베트남전을 반성하고 되돌아본 까닭이다.

대신 최근 할리우드는 90년대 아프리카 소말리아의 내전 당시 미군의 희생을 그린 <블랙호크다운>이나 동시대 걸프전을 소재로 한 <커리지 언더 파이어>로 군인들의 입장에서 전쟁의 본질과 군인들의 희생을 되돌아보고 있다. 조지 클루니 주연의 <쓰리 킹즈>는 걸프전의 본질이 결국 미국의 석유확보를 위한 것임을 풍자하며 전쟁영화의 전형을 깨기도 했다.

전쟁영화의 메시지에 관심을

미국의 41대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전쟁에 대해 “인류가 전쟁을 전멸시키지 않으면 전쟁이 인류를 전멸시킬 것이다”는 격언을 남겼다. 그러나 케네디의 이런 고언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크고 작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미국은 이라크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으며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는 내전 상황에 빠져 있다. 남한과 북한도 1950년 북한의 남침으로 야기된 한국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다.

전쟁영화를 볼 때 자칫 스펙터클과 액션 등 오락성에만 치중하며 관람하기가 쉽다. 사람의 생과 사가 오가는 극적인 현장인데다가 매번 당대 최고의 음향효과와 시각효과가 동원되는 덕분이다. 하지만 전쟁영화를 한낱 오락적인 재미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전쟁은 인류가 저지르는 최고의 패악이다. 따라서 전쟁영화를 볼 때 영화 메시지와 감독들의 문제의식에 비판적인 관심을 가지고 보는 관객들이 세상에 더 많아진다면 전쟁을 영화관에서만 볼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이 한층 더 빨리 오지 않을까? 결국 전쟁영화의 주제는 반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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