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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 '잃어버린 6년', 그동안 무슨 일이…


최근 가요 시장에 돌아온 가수는 토이, 박진영, 양파, 한스밴드, 제이, 에메랄드 캐슬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컴백하는 데 걸린 기간이 6년이라는 점이다.

'재충전의 시간', '가수 이외의 활동', '유학' 등 개개인의 사정도 있었지만 이들이 6년 전 가요계를 떠난 시점이 가요계의 불황이 막 시작된 지난 2001년과 때를 같이 한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2001년 가요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또 그 이후 6년 동안 가요계에는 어떤 일들이 발생한 것일까. 그리고 그들이 다시 돌아온 지금 가요계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마지막 불꽃 '컴필레이션 앨범'

지난 2001년 가요계는 불황의 길로 접어든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요계 관계자들이 당시 음반 불황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 것은 '컴필레이션(편집)음반'이다.

2001년 당시 최고의 음반판매를 자랑한 것은 음반판매고 160만 장을 기록한 이미연의 '연가'였다. 히트곡 모음집 성격인 이미연의 '연가'를 기획한 제작사는 비교적 적은 제작비를 들여 막대한 수익을 챙겼고, 현장에서 이를 목격한 제작자들은 리스크와 비용이 상대적으로 큰 새로운 음악 제작 대신 기존에 히트해 이미 대중들의 귀에 익은 노래 모음집인 컴필레이션 음반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이후 이영애의 '애수'와 김석훈-장진영의 '러브' 등의 컴필레이션 음반 출시가 계속됐고 팝시장까지도 '맥스(MAX)8'이 23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컴필레이션 음반은 음반시장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쯤으로 여겨지게 된다.

그러나 이 거위가 낳는 '황금알'은 여기서 끝이었다.

기술의 진보로 인한 MP3의 폭발적 인기 속에 네티즌은 자신들이 직접 컴필레이션 음반을 만들기 시작했다. 네티즌이 컴필레이션 음반을 만드는 과정은 제작자들의 그것과 비교해 훨씬 더 간단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곡들을 다운 받아 하나의 폴더에 저장시키고 그에 이름을 부여하면 그것이 바로 컴필레이션 음반이 되는 것이었다.

이 때를 즈음해 컴필레이션 음반시장을 네티즌들에게 빼앗긴 음반 제작자들은 '불법 다운로드를 근절하자'는 목소리를 내게 된다.

이후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 산업발전법' 처벌조항 등이 마련되긴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제작자들과 대중이 음악과 음반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기술과 법규정은 숨바꼭질을 계속하고 있다.

◆'백만장 시대'의 종말… 늪에 빠진 가요계

2001년이 가요계가 불황에 접어든 시기였다면 그 이듬해인 2002년 가요계는 늪에 빠지게 된다.

2001년 문광부 발표에 의하면 음반 판매순위 1위에서 20위를 기록한 음반매출액은 총 1천억원으로 전년(1천170억원) 대비 약 170억원 줄어들었고, 2002년이 되면서 상위 20위권내 음반 총매출액은 770억원으로 230억원의 현저한 감소를 보이게 된다.

2001년 당시 100만 장 이상 판매고를 올린 음반은 컴필레이션 음반인 '이미연의 연가' 외에도 god 4집(143만장), 김건모 7집(135만장)이 있었으나 2002년에는 쿨의 7집이 65만 장으로 1위를 차지하는 초라한 성적을 보였고 이로써 음반판매 100만 장 시대는 막을 내렸다.

구분 2000년 2001년 2002년 2003년 2004년 2005년 2006년 2007년(추정)
음반시장 4,104 3,733 2,861 1,833 1,338 1,087 848 600∼700
디지털음악시장 - 911 1,328 1,811 2,112 2,621 3,500 3,700
무선(컬러링/벨소리) - 890 1,290 1,767 1,911 2,251 2,300 2,200
유선 - 21 38 44 201 370 1,200 1,500
총규모 4,104 4,644 4,189 3,644 3,450 3,708 4,384 4,400

<출처=디지털음악산업발전협의회, *표에서 총 시장규모는 음반시장과 디지털음악시장(무선+유선)만을 합한 수치입니다.>

◆가요계, 악재의 연속

음반이 불황의 늪에 빠진 데에는 가요 외적인 요소도 작용했다.

영화의 성장

지난 2001년 가요계에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그 이듬해 2002년은 월드컵, 아시안게임, 대통령 선거 등 국가적 행사들이 줄을 이었다. 당시 대중의 눈과 귀는 이들 행사에 집중됐고 때문에 가요와 음반에 대한 수요는 감소됐다는 게 가요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또한 영화의 질적, 양적 성장도 음반시장을 줄어들게 한 데 있어 일정부분 그 역할을 했다. 2002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가 베니스 영화제에서 역시 감독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한국 영화계가 인정받는 분위기 속에 영화 '집으로'는 무명의 배우들로만 400만 관객을 동원하는 쾌거를 이룩했고 코미디 영화 '가문의 영광'도 500만을 훌쩍 넘기는 기록을 세웠다.

PR비 파문

불황의 늪에 빠진 가요계에 악재는 계속된다.

시민연대가 연 초 연예기획사의 PR비 제공내역을 검찰에 제출한 것을 계기로 시작된 검찰의 수사로 그 해 7월 몇 몇 방송과 스포츠신문 관계자 등이 구속되며 일부 연예기획사 대표는 해외로 잠적하는 사태까지 벌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연예기획사들은 몸을 사리게 됐고 월드컵 이후 내놓으려 했던 음반들까지도 투자자를 찾지 못한 채 재고로 남게 된다.

◆6년 후 오늘…

가요계에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때로부터 6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음반시장은 지난 6년 동안 시련의 시절을 보낸 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불법다운로드 대신에 온라인상에 합법적인 유통경로가 형성돼 2007년 현재 디지털음악시장은 약 3천 700억원(디지털음악산업발전협의회 추산)의 규모로 오프라인 음반시장(약 700억원)에 비해 약 5배 이상의 규모를 갖게 됐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합산한 총 규모상으로도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전인 지난 2000년(4천 104억원)과 비교해 약 300억원이 늘어 약 4천 400억원대로 전체 음반시장의 규모 역시 커졌다.

'불황'을 이야기하면서도 가수들이 가요계에 돌아오고 음반을 내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자리를 잡아가는 음반시장에 대한 일말의 희망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요계가 '희망'을 말하기에는 아직 해결돼야 할 부분이 있다. 현 가요계 관계자들은 지금의 가요계가 불황을 겪는 이유는 이동통신사와 음원유통사가 음원을 유통시키고 받아가는 금액인 '음원 요율'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가수 측이 이동통신사와 음원유통싸이트 등에 음원을 제공하는 대가로 받는 지분은 음원당 25% 정도.

75%는 이동통신사, 음원유통싸이트 등이 50%에서 55% 정도를 갖고 10%에서 16%는 콘텐츠공급사(CP사)가, 나머지 9%는 저작권자가 나눠 갖는 구조를 갖고 있다.

물론 25%의 지분 모두가 가수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음악의 실현자인 가수는 지분의 75%를 제한 나머지 25% 중 일정부분을 소속사 측과 나눈 후 비로소 자신의 몫을 챙길 수 있다. 소속사와 계약관계가 5:5인 경우 가수는 자신의 노래로 약 12.5%의 지분 만을 갖게 되는 것.

즉 음원 구매자가 500원에 음원을 구입하면 가수(소속사와 5:5계약관계 기준)는 62원을 버는 것으로 1만 명의 네티즌이 곡을 구입하면 가수가 62만원을 벌때 이통사와 음원유통싸이트는 그것의 네 배가 넘는 250만원을 버는 구조가 된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합법적인 온라인 시장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지금, 이제 더이상 가요계의 불황을 두고 불법다운로드만을 운운할 단계는 지난 것으로 보인다"며 "온라인 음악시장의 수익분배 구조 개선이 해결되지 않는 한 6년 전 시작된 가요계 불황은 끝을 보지 못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이뉴스24 추장훈기자 sens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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