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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격전지에서 '금맥'찾자]④금융 수출 선봉장 'IT거래 시스템'


# '거래소 시스템 마비로 일부 종목에서 매매가 원활하지 않습니다.'

2007년 9월 12일 아침 9시.

'단타족' 김 씨는 이 메시지를 본 순간 눈 앞이 캄캄해졌다.

당장 매도 주문을 내야 할 종목이 있었는데, 주문을 내기도 전에 '시스템 마비' 신호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에 주거래 증권사의 HTS시스템이 서버 폭주로 인해 오전 중 수십분 간 마비됐던 사고를 떠올렸다. 그는 그 동안 거래를 못해 상당한 손실도 봤다.

몇 번의 항의전화 결과, 거래소에서는 "이제부터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며 "오는 2009년까지 동시호가 4천만건을 감당할 수 있는 새 시스템을 준비 중이니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김 씨는 미심쩍었지만, 거래소의 말을 믿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2009년 9월 12일 9시.

증시가 사상 최대 거래량을 기록한 이날, 단타족 김 씨는 별 사고 없이 안정적인 주식투자를 할 수 있었다. 거래소가 새로 도입한 차세대 IT시스템 덕분이었다.

김씨 뿐 아니라 동남아 각국에서도 우리가 설계한 거래시스템에 의해 채권과 주식이 거래되고 있다.

그의 주식 거래를 도와주는 시스템들은 해외 거래소에서도 사용중일 만큼 성능과 안정성을 입정받고 있는 것이다.

◆금융 해외진출 선도하는 금융 IT시스템

최근 정부는 동북아 금융 허브 정책을 펴고 있다. 자본시장 통합법 시행을 통해 자본시장과 글로벌 플레이어를 육성해 차세대 산업으로 금융업을 키워내겠다는 의지다. 금융업의 특성상 이를 현실화 하려면 적잖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금융업중에서도 앞서가는 분야가 있다. 바로 자본시장 거래를 위한 기반이 되는 거래 시스템이다.

특히나 증권선물거래소(KRX)를 중심으로 한 거래시스템과 차세대 시스템은 국내 금융 수출의 전초병으로 맹활약 중이다.

정부가 국내 금융시장의 국제화와 해외 진출을 요구하는 상황서 차세대 시스템과 주요 거래 시스템은 일차적인 해외 진출 발판이 되고 있다.

거래 시스템 수출은 한국 금융시장의 신뢰성도 높여주는 연쇄 효과를 가진다. 금융은 곧 신뢰다. 안정성과 신뢰가 담보되지 못한다면 해외 진출은 어렵다. 하지만 거래 시스템이 먼저 진출할 경우 금융 한국에 대한 신뢰를 구축해 향후 본격적인 금융인프라 수출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이미 KRX는 말레이시아에 국내서 개발한 채권거래 시스템을 제공했다. 한나라의 국가 채권 거래망이 우리 기술로 개발된 것이다.

KRX는 베트남 증권거래소 차세대시스템 구축사업 수주에도 나섰고 이 외에도 라오스·캄보디아·몽골 등 신흥 아시아 시장에 IT시스템 수출을 추진 중이다.

앞선 IT시스템 수출을 통해 해외 거래소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지분 투자도 노리는 셈이다.

KRX는 거래소가 자체 개발한 코스피200선물 옵션은 세계적으로 거래량면에서 최상위권이면서도 아무런 문제 없이 정상적으로 운영중이다. 이러한 신뢰가 해외 진출의 기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정환 이사장은 "말레이시아 채권 시스템의 경우 해외 유명 거래소들도 포기한 것으로 KRX가 완결지었다"며 현지의 신뢰가 높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뿐 아니다. 증권예탁결제원 역시 해외 시장에 이미 진출한 상태다.

태국에 대차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에 국산 대차시스템을 심는다는 계획이다. 현재 수익성보다는 동남아시장 양성 및 국가이미지 제고에 중점을 두어 사업을 진행 중이다.

◆경쟁력 강화 위해 거래 시스템 업그레이드 한창

현재 증권선물거래소(KRX)는 선물·현물시장을 통합하는 '대공사'를 진행 중이다.

차세대 IT시스템을 구축해 현재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으로 나뉘어 있는 현물 및 선물시장 시스템을 통합하는 작업이다. 3개 거래소 통합 이후 별도로 운영돼 온 시스템을 하나로 묶는 대 역사다. 국내외 유력 IT업체들이 이 사업에 대거 참여했다. 이 경험이 향후 그들의 성공사례에도 중요한 예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이정환 KRX 이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차세대 시스템의 성공적인 완수를 추진하자고 강조했다.

차세대 시스템은 신속한 상품개발을 가능케 해 KRX의 국제 경쟁력도 한층 높여줄 전망이다. 국제 거래소간의 경쟁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첨단 거래 시스템은 거래소 자체의 경쟁력을 배가시켜준다.

KRX는 차세대 시스템 가동시 신상품 상장과 제도변경을 1개월 내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만큼 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시스템 처리성능도 현재보다 2배 가량 늘어난다. 호가 처리 4천만건, 응답시간은 평균 0.08초까지 줄인다. 주문이 몰려 시스템에 부하가 걸리는 일은 이제 옛말이 된다.

시장관리 시스템도 업그레이드한다. 기존 1시간 이상 걸리던 시장내 이상매매종목 적출과 가공을 30초 이내에 처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적출종목에 대한 호가와 체결 현황 파악도 현행 3분에서 5초 내로 줄어든다.

상장 공시시 정기보고서 접수처리도 현행 분당 4건 접수 가능했던 것을 분당 8건까지 늘린다.

응답시간도 건당 0.008초, 체결통보도 건당 0.08초 내로 줄인다.

◆증권 유관기관 증권사 등도 동참

증권예탁결제원도 세이프 시스템과 펀드넷 시스템을 구축 이후 처음으로 업그레이드한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따른 증권사들의 새 업무와 상품 프로세스를 담고, 유연성과 확장성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온라인에 접속해서 일을 처리하면서 일처리 시간이 단축되고, 수작업을 시스템화하는 과정에서 업무 효율성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증권사들도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 열중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9월 발빠르게 차세대 IT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동안 주식, 투신, 채권 등 상품별로 나뉘어 있던 계좌를 HTS나 홈페이지에서 하나의 종합계좌로 관리할 수 있게 했다.

CMA등 투신 상품의 경우 각종 거래 내역의 표기방법을 기존의 매도·매수 방식에서 은행통장과 동일한 입·출금 방식으로 변경해 고객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잔고증명서 및 연말정산을 위한 납입증명서 등도 홈페이지에서 직접 발급받을 수 있으며, 지점에서 작성하는 각종 신청서도 별도 작성 없이 확인 서명만 하면 서비스 받을 수 있다.

주식매매에 중심이 맞춰져 온 증권사 시스템을 오는 2009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맞춰 자산관리 환경중심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대우증권 역시 차세대 시스템을 가동한 상태다.

다른 증권사 들도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한창이다. 굿모닝신한증권도 200억~250억원을 들여 오는 4월부터 2009년 7월까지 차세대 IT시스템 구축을 진행한다. 동양종금증권은 2010년까지 차세대 IT시스템이 완성된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맞춘 유연한 시스템 구조 및 내부 체계 구축이 주요 목적이다.

SI 업계는 금융권 차세대 시스템 관련사업 규모가 2008년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차세대IT시스템과 관련, 자본시장통합, 국제회계기준 등의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향후 이 분야의 시장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에만 약 1천600억원 가량을 들여 차세대시스템 및 자산관리시스템, 투자관리시스템 등등 자통법 시행에 맞춘 시스템들을 개발한다.

김정우 KRX IT통합추진단장 "동아시아 거래시스템 사업 진출 본격적인 시작 단계"

국내 순수기술을 기반으로 한 거래시스템이 해외에 수출된 첫번째 예다. 그 뒤에는 KRX의 차세대IT시스템을 총괄하는IT통합추진단의 노력이 있었다.

IT통합추진단 김정우 이사는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몽골 및 캄보디아,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신흥시장에 거래시스템을 수출할 예정이다"라며 "아직은 작은 규모지만, 현재 100억원 규모로 수주를 받고 시작한 프로젝트가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시장에서의 매출은 15억원 규모. 들인 공에 비하면 큰 수입은 아니다.

그러나 김 이사는 초기임을 감안하면 좋은 성과라는 생각이다. 그는 "역내에서 금융IT선진국으로서 한국의 영향력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한국식 시스템을 아시아 시장에 널리 전파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글로벌 진출 사업을 평가했다.

KRX 차세대 IT사업의 계기는 원래 유가증권, 코스닥, 선물거래소 세 개의 시장을 한데 합치는 데서 시작했다. 각 시장이 외면적으로는 통합됐지만, 시스템상으로는 아직 통합되지 않고 남아 있어 애초에 기획한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시스템마저 통합하게 되면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의 수도 늘어날 뿐만 아니라, 제도 및 규제에 대한 반영 속도도 빨라진다.

김 이사는 "시스템 구축에 소요된 기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다"며 "올해는 글로벌 KRX 2015 달성을 목표로 IT부문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해 경쟁력을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왜 KRX는 자꾸 세계로 나가려고 하는 걸까.

김 이사는 "세계적으로 거래소들이 IT SI업체들 사들이는 것이 대세"라며 "나스닥이 스웨덴의 SI업체 OMX를 인수한 것이나,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유명 SI업체 인수를 추진한 것처럼 거래소와 IT와의 관계는 필수불가결"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고유가 시대를 맞아 서남아시아의 산유국들에도 눈을 돌리는 등 새 먹거리 찾기에 분주하다.

그는 "우리나라의 IT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일본이나 홍콩에도 앞선다고 자부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단호하게 '일본과의 비교는 거부한다'고 말했다. 세계 제 2의 규모를 자랑하는 일본시장이지만, 서비스 면에서는 따라올 수 없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스템에 비해서는 '트레이딩 모델'이 약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래서 아시아에서는 '최고'를 달리겠다는 각오다.

김 이사는 "최근 거래소 구호가 '글로벌 KRX'에서 '글로벌 KRX 2015'로 바뀌었다"며 "역내 대형 시장들과의 경쟁을 통해 차별성을 확보하고 아시아 시장에서도 금융IT시장을 선도하는 시장 선도자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기자 leez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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