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 "대중의 무관심이 가장 두렵다"


"대중에게 선택받는 배우이기에 무관심이 제일 두려워요."

부산영화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폐막작을 들고 2년여만에 돌아온 현빈은 조금 설레고 흥분돼 보였다. 폐막작의 기자 시사회가 끝나고 30분 후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은 현빈은 고된 작업을 끝냈다는 안도감과 그 후에 쏟아질 평가에 대해 애써 담담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폭발적인 인기를 뒤로 하고 영화 '백만장자의 첫사랑'과 드라마 ‘눈의 여왕’에 출연한 그는 1년이 넘는 공백기를 가졌다. "하나의 작품을 끝내고 나면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는 현빈은 "공교롭게도 쉬는 시간이 조금 길어졌다"고 오랜 공백의 이유를 설명했다.

"현빈과 이보영이라는 스타가 출연하는 작품이 아닌, 그저 영화 자체만으로 보여지길 원했다"는 이유로 비밀리에 진행된 영화 '나는 행복합니다'에서 현빈은 밑바닥 인생을 경험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도박에 빠져 가산을 탕진한 폭력적인 형을 둔 '만수'가 바로 그가 연기한 캐릭터다. 너무도 고된 생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미쳐버린 남자, 과대망상증을 통해 현실을 도피하려 하는 안쓰러운 청년 '만수'를 통해 현빈은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낯설고 새로운 모습을 스크린에 내비쳤다.

시사 이후 영화 속 연기에 대해 만족하는지 묻자 현빈은 "단 한번도 내 연기에 만족해 본 적이 없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제 연기에 대해 만족스러운지 묻는다면 아니에요. 매번 똑같아요. 잘했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해 본적이 없어요. 오늘도 왜 저렇게 연기했지, 다르게 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만 들더군요."

오랜 공백의 이유가 혹시 '김삼순'의 짙은 잔영 탓은 아니었을까. 현빈은 '삼순이'가 다시는 못 누릴 것 같은 인기를 경험시켜준 작품이었다고 말한다.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놀라운 인기를 가져다 준 작품이었어요. 하지만 그 이미지에 대한 부담으로 작품을 쉰 것은 아니었어요. 흥행이나 시청률 때문에 작품을 못 고른 건 더욱 아니고요. 지금까지 그런 결과를 생각하며 작품을 선택해 본 적은 없어요."

영화 '나는 행복합니다'에서 현빈이 연기한 캐릭터가 과대망상증 환자라는 파격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에 그는 주위에서 많은 만류를 받았다고 한다.

"주위에서 다 말렸어요. 하지 말라고. 왜 그렇게 힘들고 잘 하지 못할 것 같은 작품을 하느냐고요. 이번 작품은 100% 도전이었어요.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감정과 상황을 연기해야 했으니까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적으로 제가 하고 싶어서 이기적으로 선택한 작품이죠. 윤종찬 감독님에 대한 믿음과 너무 마음에 든 시나리오가 저를 이 작품으로 이끌었어요."

말 그대로 미친 사람을 연기하면서 현빈은 외려 편안한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미친 사람이니까 멋대로, 법칙 없이 연기해도 됐기 때문이라고. 매번 감정에 이입하기가 힘들었지만, 그 과정을 견뎌내며 희열을 느꼈다고 한다.

열띤 촬영 현장에서 행복감을 느끼고, 집으로 돌아와 혼자가 되면 주체할 수 없는 공허함에 시달렸다고도 그는 털어 놓는다.

"무관심이 제일 무서운 것 같아요.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니까요. 제가 이 일을 선택했고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사람들이 제게 무관심해지면 저는 이 일을 할 수가 없잖아요. 배우로서의 내가 없어지는 거죠. 이번 작품은 제가 좋아서 출연했지만, 선택을 받는 배우이기 때문에 대중이 제게 원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 이 두가지를 조화롭게 균형적으로 해내고 싶어요."

영화 '나는 행복합니다'를 통해 다른 무엇보다 현빈이라는 배우가 좀 더 다른 것도 할 수 있는, 하려고 하는 욕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얼마 후 다가올 30대가 기다려진다고, 그래서 세월을 통해 쌓은 경험을 연기로 보여주고 싶다고 현빈은 은근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부산=정명화기자 som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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