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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먼곳에>


월남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노래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곳에>는 남편을 찾기 위해 전쟁터로 뛰어든 한 여인의 여정을 그린 전쟁드라마다. 영화는 올여름 극장가의 시선을 집중 받았지만 아쉽게도 흥행성적은 국민감독의 명성에 비해 실망스러웠다.

여주인공의 동기를 이해하는 법 이준익 감독의 전작들과 달리 <님은 먼곳에>를 관람한 관객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뉜 이유는 간단했다. 여인이 남편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줄리엣이 로미오를 따라 죽겠다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을 때도 공감이 가능했었던 건 ‘사랑’이라는 명백한 동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이 내포하고 있는 ‘맹목’이라는 조건 아래 두 사람의 동반자살은 충분히 정당화된다.

하지만 그녀에겐 그런 동기가 없었다. 강요된 결혼이었으며, 남편도 그녀를 따스하게 안아준 적이 없다. 차라리 사랑이라도 있었으면 전쟁터로 향하는 여인의 발걸음은 훨씬 가볍고 힘찼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이가 홀로 베트남으로 떠난 이유는 사랑보다 더 외롭고 견디기 힘겨운, 아내로서의 의무감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여자의 자존심을 건드린 그 한마디 남편 상길(엄태웅 분)에게는 대학시절 서울에서 교제하던 애인이 있다. 순이(수애 분)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순이의 답답함을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동네아줌마들 앞에서 부르는 가요가 유일한 위로다.

어느 날 상길에게 사고가 터진다. 전 애인이 보내온 이별통지서를 뺏어 읽은 선임병을 야삽으로 후려치는 바람에 월남행 강제파병이 결정된 것이다. 남편의 파병이 결정된 것도 모른 채 순이는 매달 그랬듯이 다시 한 번 면회를 온다. 상길은 싸늘한 등을 보이기 전에 '니... 내 사랑하냐?'고 순이에게 묻는다. 이상하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월남으로 향하는 배에 올라탔을 때도 그 질문은 그녀의 귓가에 맴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민간인 신분으로 월남에 갈 수 없자 순이는 돈이라면 사랑까지 팔 비열한 남자 정만(정진영 분)의 밴드에 합류하게 된다. 내용도 알 수 없는 팝송가사를 외우고 끊임없는 구박 속에 율동을 배우면서도 그녀는 남편을 찾겠다는 의지 하나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미군 부대에서의 공연이 순이의 실수로 실패하자 그녀와 밴드 간의 갈등은 깊어진다. 그러나 한국 군부대에서 부른 가요들이 성공하면서 그녀는 밴드의 주인공이 된다. 자신을 보며 환호하는 군인들을 보면서 순이는 처음으로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 전쟁터를 뚫고 마침내 상길을 찾은 순이는 자신만의 방법대로 남편을 용서하고 응징한다. 이준익 감독은 그녀가 남편을 뺨을 때릴 때마다 의미를 부여했다고 한다.

관객이 성숙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영화 젊은 관객들에 비해 중장년 관객들이 훨씬 더 쉽게 <님은 먼곳에>에 눈물을 흘릴 수 있었던 이유는 비단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나 귀에 익숙한 옛 가요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건 아마도 '의무감'이란 연륜은 인생의 중반 후에나 찾아오는 레슨이라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조이뉴스24 /김주환 DVD 칼럼니스트 aimloc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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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드라마

감독 : 이준익
출연 : 수애, 정진영
시간 : 126분
등급: 15세
출시사: 케이디
출시일: 11월 20일
가격: 2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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