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참 전상렬, "은퇴는 사절, 불혹까지 뛴다"


어린 시절부터 조숙한(?) 얼굴로 동료와 팬들에게 '할매'라고 불린 두산 베어스의 전상렬(37). 그도 어느덧 프로 17년차에 접어들었다. 게다가 올 스토브리그서 장원진이 공식 은퇴했고, 안경현이 SK로 이적하면서 그는 팀내 최고참 선수가 됐다. 우스갯소리로 진짜 '할매'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열정만큼은 여전하다. 팀내 최고참 선수로서 이천 베어스 필드에 머물고 있는 그의 상황은 자칫 자존심이 상할 수 있지만, 이미 그는 그런 부분까지 모두 포용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이른 선수였다. 차분한 목소리와 정감있는 말투로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한 전상렬, 그에게 이번 시즌은 여느 때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번 시즌 결과에 따라 은퇴 여부를 가늠할 것이라고 내심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상렬, 소리없는 강자

전상렬은 1992년 삼성에서 데뷔한 좌타 외야수다. 1997년 한화를 거쳐 1999년 두산으로 이적한 후 현재까지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빠른 발과 안정된 타격 솜씨, 그리고 성실한 자세로 오랜 시간 동안 두산의 감초 조력자로 뛰어오면서 두산 팬들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선수다.

사실 통산 기록만으로는 전상렬의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 전상렬은 16년 프로 생활동안 통산 타율 2할4푼3리, 221타점, 399득점, 114도루를 기록했다. 수치상으로는 여타 간판 스타들과 비교할 수 없지만, 그는 고참으로서 성실한 모습을 보여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등 존재만으로 든든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상렬은 2년 연속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했다. 때문에 매일 아침 8시 잠실구장에서 출발하는 이천행 구단 버스를 타기 위해 새벽부터 짐을 챙긴다. 다행히 구장과 집이 가까운 덕에 10분간의 늦잠은 벌었지만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38세인 전상렬에게는 고역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는 모든 현실을 수긍하고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실망감, 아쉬움 등 모든 잡념을 전상렬은 이미 초탈한 상태다.

"6시 50분에 일어나서 밥 먹고, 씻고, 7시 20분 정도에 집에서 나옵니다. 처음에는 사실 상당히 힘들었어요. 하지만 신인 선수 중에는 인천이나 군포에서 오는 녀석들도 있더라구요. 같은 처지이니 불평할 수는 없죠."

"스프링캠프에 합류 못한 실망감이요? 그런 건 없습니다.(웃음)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야죠. 사실 (이천에 있는 신인급 선수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말을 많이 섞지 않아요. 그건 창피하더라구요."

현역 생활의 끝자락... 소리없이 사라지긴 싫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전상렬은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있다. 어느덧 불혹에 가까운 나이가 됐고, 프로의 냉혹한 특성상 존재 가치가 없어지면 필연적으로 은퇴를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사실 16년간 꾸준히 현역생활을 한 선수는 많지 않다. 하루살이처럼 사라지는 선수들이 수도 없이 많은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그는 그야말로 성실함으로 지금까지 버텨왔다.

하지만 이제 그 역시 내심 은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다만 한가지 바람이 있었다. 후배들에게 밀려 소리소문 없이 은퇴를 종용당하기는 싫다는 것이다. 때문에 전상렬은 요즘도 최선을 다하고 있고, 체력 관리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 꾸준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전상렬은 오늘도 내일의 희망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은퇴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는 않았습니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현역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물론, 은퇴할 때는 언제가 오겠죠. 하지만 후배들에게 밀려나듯이 은퇴하기는 싫습니다. (임)재철이도 오고, 야수 신인들도 많이 뽑고... 더 힘들어지겠지만 기회가 왔을 때 활약할 수 있도록 항상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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