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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시티즌, 통영에서 부르는 '생존의 노래'


지난달 8일부터 맹훈련, 1-2군으로 나눠..."주전은 없다"

"그래, 다른 팀들은 잘 돼가고 있답니까."

여유롭게 그라운드를 내려보던 백발의 노(老) 감독은 다른 팀들의 훈련 상황이 어떤지 몹시 궁금했던 모양이다. 취재를 위해 운동장에 들어선 기자에게 인사를 건넨 뒤 꺼낸 첫 마디가 '남의 안부'였으니 말이다.

다른 팀의 사정을 물어보는 것은 이해할 만했다. 대전 시티즌의 지난해 성적을 생각하면 남보다 더 많은 훈련과 연습으로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혹은 오랫동안 승부사로 살아온 김호 감독의 몸에 베인 말투와 습관일지도 모른다.

대전 시티즌의 2008년 성적은 정규리그 13위, 컵대회는 B조 6개 팀 중 4위였다. 정규리그 최하위는 시즌 시작 후 대략 5개월은 지나야 서서히 조직력이 다져진다는 '군인팀' 광주 상무. 대전은 사실상의 꼴찌나 마찬가지였다. 최악의 성적은 2007년의 화려했던 기억을 단번에 잊게 했다. 2007년 대전은 정규리그 마지막 라운드서 '숙적' 수원 삼성에 1-0으로 승리하며 극적으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바 있다.

아픈 상처를 신속히 치유하기 위해 이 팀은 지난해 12월 초 조기소집하는 강수를 던졌다. 지역사회 경제에 보탬이 되기 위해 충청남도 대천에서 체력 훈련을 중심으로 1차 지옥 훈련을 끝낸 뒤 지난 1월 8일부터 김호 감독의 고향인 경상남도 통영과 거제에서 1, 2군으로 나눠 생존 훈련을 하고 있다.

'생존'이라는 단어는 쉽게 표현할 수 없지만 상황을 보면 살아남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40여 명의 선수 중 통영에는 25명만이 남는다. 거제에는 나머지 선수들과 테스트 선수들이 언제든 통영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지척의 거리지만 숙소는 따로 쓴다. 거제에는 지난해 주전이었던 외국인 선수 에릭 오비나도 머무르고 있다. 김 감독은 "대규모의 선수들이 한꺼번에 훈련할 수 없다. 그저 선수단 운영을 편하게 하기 위해 나눈 것"이라며 1, 2군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코칭스태프나 구단 관계자들은 '1군(통영)', 2군(거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음을 분명히 했다. 1군에 든 25명 만이 열흘 일정으로 짜인 일본 오사카행 항공권을 받을 수 있다. 오사카 전지훈련을 간다고 해도 낙오하면 바로 2군행이다.

시즌 개막이 한 달여 정도 남았지만 대전 시티즌의 주전 경쟁은 안갯속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얼굴을 알 만한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 17명의 신인과 이적해온 선수들을 포함하면 절반 이상이 새로운 얼굴들이다. '주장' 김길식의 말마따나 '새로 창단하는 팀'이나 다름없다.

4-3-3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전술을 주로 사용할 예정인 가운데 J리그에서 국내로 돌아와 2009 드래프트에서 대전에 1순위로 선발된 신인 박정혜가 중앙 수비수, 수비형 미드필더에 '김호의 아들' 권집, 오른쪽 공격수에 '제2의 고종수' 고창현, 왼쪽 공격수 '루마니아 특급' 김길식, 중앙 공격수 '박니' 박성호 정도가 확실한 1군 잔류를 보장받았다.

대전은 12일까지 통영에서 전지훈련을 한 뒤 14일 오사카로 출국해 빗셀 고베, 감바 오사카 등과 빡빡한 연습 경기를 치르며 주전 옥석을 가린다.

조이뉴스24 통영=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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