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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 미친 '루마니아 특급' 김길식, "후배들아, 승리욕을!"


직선제 주장으로 대전 이끄는 김길식..."고종수 은퇴는 안타까워"

작전판에 4-3-3, 4-4-2 등의 포메이션을 그려놓고 수많은 상황에 대해 혼자 고민한다는 대전 시티즌의 2009 시즌 주장 김길식(31)은 부질없는 짓이라며 웃었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도 실제로는 어떤 변수가 발생할 지 모르기 때문. 하지만 그는 고민을 멈추지 않았고, 그만큼 축구에 미쳐 있다.

10일 저녁 대전이 전지훈련 중인 경상남도 통영 충무관광호텔 205호에서 김길식을 만났다. 방안 여기저기에는 훈련 용품과 유니폼 등으로 빼곡했다.

축구인생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뛴다

기자를 반갑게 맞이한 김길식은 축구광(狂)답게 자기관리가 철저했다. 콜라,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 대신 단백질 생성에 좋다는 검은콩이나 홍삼 등 건강식만 고집한다. 오죽하면 단국대학교 1학년 재학 때 선배가 골려주기 위해 숙소 불을 끈 뒤 오렌지 주스에 콜라를 섞어 반강제로 마시게 했을 정도였다. 그것이 유일한 탄산음료 경험이었다.

취침 시간은 밤 10시 30분 전후, 자정을 넘기는 일이 없다. 휴가를 받아 집에 돌아가면 등산과 조깅으로 몸의 흐트러짐을 막는다. 이 때문에 부인에게는 원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제발 좀 집에 왔을 때는 쉬면 안되냐"고 말이다.

그래도 김길식은 뛰어야 한다. 어쩌면 올해가 축구 인생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되면 과감하게 축구화를 벗어던질 준비도 되어 있다. 훈련 틈틈이 즐겨 읽고 있다는 마빈 토케이어의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고 내일 죽을 것처럼 살아라'라는 책 제목처럼 그의 축구공부는 현재진행형이다.

2001년 전남 드래곤즈를 통해 K리그에 데뷔한 김길식은 2004년 부천 SK(현 제주 유나이티드)를 거쳐 2007년 1월 루마니아 1부리그 오첼룰 갈라치에 진출했다. 입단하자마자 세 경기 연속 골을 터뜨리는 등 한국축구의 힘을 보여준 김길식은 그 해 7월 터키의 트라브존스포르와의 인터토토컵에서 결정적인 도움으로 팀을 UEFA(유럽축구연맹)컵 본선에 진출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허리 부상을 당한 뒤 치료 과정에서 오첼룰과 마찰을 빚었다. 이후 K리그로 유턴, 대전에 입단했지만 오첼룰이 나머지 연봉 지급을 거부하고 국제이적동의서(ITC)의 발급을 거부해 후반기가 시작하고서도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고, FIFA(국제축구연맹)가 나서 중재하고서야 어렵게 이적 문제가 해결됐다.

"후배들아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어라"

난관을 거친 뒤 대전으로 돌아오며 '루마니아 특급'으로 불리게 된 그의 마음은 더욱 단단해져 있었다. 지난해 정규리그 13위를 기록한 팀성적에 대한 일말의 책임도 느끼고 있다. 선수단 절반 이상이 갈렸고 대부분이 20대 초, 중반이다. 김길식은 플레잉코치로 나서는 골키퍼 최은성 등 선참급과 함께 팀을 이끌어야 한다.

더군다나 중원에서 같이 호흡을 맞춰보려 했던 축구 천재 고종수가 전격 은퇴를 선언하면서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고종수의 은퇴는 너무나 안타깝다. 앞으로 한국에서 그만한 미드필더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직선제로 고종수의 뒤를 이어 주장에 뽑혀 축구 인생에서 처음 완장을 차게 된 그는 선수들의 승리욕이 발휘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8일부터 경상남도 통영에서 2차 동계훈련을 시작한 대전은 1, 2군을 통영, 거제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1군에서 낙방해 2군으로 내려간 선수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다시 올라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는 뜻이다.

김길식은 "옛날 선수들은 알아서 휴식 시간에도 운동을 하는 등 자기 발전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요즘 어린 선수들은 그런 면이 보이지 않아서 걱정이다"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사생활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경기에서는 치열한 승리욕으로 상대를 제압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개인적인 목표보다 팀 성적이 우선이라는 김길식은 "솔직히 올 시즌은 중위권 정도를 내다보고 있다. 물론 6강 플레이오프 진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며 웃었다.

조이뉴스24 통영=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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