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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온다]고창현, '제2의 고종수'에서 '대전의 루니'로


"고종수와 함께 미드필드에서 호흡 맞추지 못해 아쉬워"

박박 민 머리, 흡사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악동 웨인 루니와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멀리서 봐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외모다. 그는 연방 머리를 매만지며 동국대학과의 연습경기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를 지켜보던 팀 동료는 "어휴, 저 녀석 때문에 고등학교 때 몇 번 당했어요. 오른발로 제친다 싶으면 금세 왼발로 속임수 동작을 하며 무섭게 돌파를 해버리니, 정말 대단한 아이에요"라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제2의 고종수' 고창현, 방황은 이제 없다

고창현(26, 대전 시티즌). '제2의 고종수'라는 애칭을 달고 K리그에 입문한 지 어느새 8년째다. 광주광역시의 축구 명문이자 고종수의 모교이기도 한 금호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수원 삼성에 입단해 대표적인 '김호의 아이들'로 불렸던 그는 한때 축구의 중심을 찾지 못한 채 방황했다.

2005년 부산 아이파크로 이적한 고창현은 2007년 광주 상무로 입대해 군복무를 한 뒤 지난해 11월 전역 후 대전 시티즌으로 팀을 옮겼다. 김호 감독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돌아오자마자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지옥 훈련이었지만 발바닥 건염으로 재활에만 매달렸다. 부상에서 회복한 뒤 올 1월부터 2월 중순까지 경남 통영에서 수 차례 연습 경기를 치르며 체력의 한계를 시험했다.

이를 악물고 뛴 데는 있었다. 그와 함께 이른바 수원 삼성시절 '김호의 아이들'로 묶였던 선수들이 대부분 '잘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웨스트브롬위치의 김두현, 일본 J리그 감바 오사카의 조재진과 터키 부르사스포르의 신영록, 조병국(성남 일화), 손대호(인천 유나이티드), 이종민(FC서울), 조성환(콘사도레 삿포로) 등 모두 전·현 국가대표 내지는 각 팀의 주전급 선수들이다.

다른 '김호의 아이들'은 다 잘 나가는데…

"그동안 딴 생각을 참 많이 하고 살았어요. 한마디로 정신을 못 차렸죠. 노는 것을 좋아해 다른 데 신경 쓰다가 보니 게을러지게 되고 체력이 떨어지더군요. 어느 순간 생각해보니 다른 '김호의 아이들'은 다 잘됐는데 저만 이러고 있으면 안되지 않나 싶기도 했어요."

뼈저린 자기반성을 한 고창현은 광주에서 2년간 군생활을 하며 규칙적인 생활로 체력 보강에 온 힘을 쏟았다. 다른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고 오로지 축구에 전념하게 하는 환경은 서서히 그를 변화시켰고 더 이상 주저앉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대전 선수들 중 선참급이라는 점과 경기경험이 풍부하다는 것도 그를 모범적인 선수로 돌아서게 했다. 395경기를 뛴 골키퍼 최은성을 제외하면 필드 플레이어에서 가장 많은 109경기를 소화했다. 그의 뒤에는 '주장' 김길식(108경기) 정도다.

대전에 입단하면서 가장 기대를 걸었던 것은 고종수와 함께 하는 선수 생활이다. 수원에서 같이 뛰어본 기억이 거의 없는 고창현은 대전에서 함께 중원을 누비며 고종수의 센스를 이식받고 싶었다. 그러나 지난 5일 고종수의 갑작스러운 은퇴 선언으로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종수 형이 수원에서 부상에 시달리고 힘들 때 제가 입단했잖아요. 서로 못(?) 나가던 시기에 있었으니 함께 뛴 기억도 거의 없어요. 대전으로 이적할 것 같아 형한테 전화를 했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어서 제대로 말도 못했어요. 그런데 은퇴를 한다고 하니 정말 아쉽더군요."

"종수형과 미드필드에서 호흡 맞출 수 있었는데…"

고종수가 떠난 뒤 그는 공격형 미드필더와 측면 공격수를 오가며 연습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김호 감독은 "올해 미드필드와 공격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체력만 좀 더 키우면 정말 좋을 것 같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긴 방황을 끝내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나선 그에게는 새로운 도전거리가 생겼다. 바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다는 것과 해외 진출이다. 물론 그 전에 '대전의 루니'로 거듭나 팀의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루는 것이 먼저다.

"우승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아요. 대신 이기는 경기를 하다가 보면 6강 PO는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이후 제가 못해본 해외 진출을 한 번 이뤄보고 싶어요."

올 시즌 고창현은 지난해 이루지 못했던 5골 5도움, 그리고 시원한 세리머니를 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4골 1도움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했지만 모두 만회골이나 추격골이어서 제대로 기쁨을 누린 기억이 없다.

"대전 팬들에게 고창현이라는 선수를 알리기 위해서 지난해 이루지 못했던 5골 5도움에 도전할 겁니다. 지금 자신감은 200% 이상이에요. 대전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을 기대합니다."

부산 시절 고(故) 이안 포터필드(영국) 감독이 플레이 스타일과 외모가 루니와 닮았다며 붙여줬다는 '한국의 웨인 루니'라는 애칭이 아깝지 않게 고창현은 '대전의 웨인 루니'로 화려한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조이뉴스24 통영=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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