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세-안영학-홍영조, 북한 본선행 이끈 '해외파 3인방'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8강 신화를 쓴 이후 침체돼 있던 북한축구가 44년 만에 본선행을 이뤄낸 중심에는 정대세(가와사키 프론탈레), 안영학(수원 삼성), 홍영조(FK로스토프) 등 '해외파 3인방'이 있었다.

북한은 지난 18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마지막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3승3무2패, 승점 12점으로 본선행을 확정했다. 사우디와 동률이 됐지만 골득실에서 두 골 앞서 따낸 티켓이다.

경기 뒤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기쁨을 만끽했다. 2006 독일월드컵 지역예선에서 1승5패로 최하위로 떨어졌던 기억을 지운 것이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유니폼 상의를 벗고 그라운드에 주저앉은 정대세의 감정은 남달라 보였다. 일본에서 남북의 분단이 만든 산물 '조선적(朝鮮籍) 3세'인 그는 매번 한국의 월드컵 경험을 부러워하면서 언젠가는 자신도 큰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꿈꿨다.

정통 공격수 정대세의 활약은 한국에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황선홍 이후 공격수의 계보를 이을 대형 선수가 나타나지 않아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정대세의 그라운드 안팎 행동은 기존의 패쇄적인 북한의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효과도 가져왔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국내 취재진의 카메라를 향해 윙크를 하는 것은 물론 스스럼없이 인터뷰에 응하는 자유분방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최종예선에서는 지난해 9월 이란과의 원정 경기에서 터뜨린 한 골이 전부지만 저돌적인 경기 스타일은 자연스레 상대 수비를 집중시켰고 동료에게 기회를 이어주는 효과로 나타났다.

문인국과 함께 정대세의 뒤를 받치는 홍영조는 북한의 세트피스를 전담한다. 지난해 9월 한국과의 최종예선 첫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허정무호의 출발을 삐걱거리게 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홍영조 역시 월드컵 본선행을 간절히 기원하기도 했다. 지난해 3차 예선 6차전 한국과의 경기 뒤에는 말없이 우르르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가던 북한 선수들 가운데서 그만은 "열심히 노력해서 월드컵에 나가겠다"라는 한마디를 던져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중앙 미드필더로 공수를 조율한 안영학은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북한에 본선행을 선물했다. 소속팀 수원에서 제대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가운데 지난 4월 훈련 중 오른쪽 무릎 부상을 당해 경기 감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북한은 안영학을 애지중지 했다. 경고누적으로 지난 4월 1일 한국과의 경기에 출전할 수 없었음에도 대표팀에 소집돼 팀의 일원임을 증명했다. 이런 끈끈함은 팀워크를 단단하게 했고 사우디와 최종전에서 그는 수비진을 이끌며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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