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희정의 아웃사이더]신인포수 이태원, '5년만에 드디어 LG 유니폼 입어요'


"용덕한 선수 만큼은 할 수 있을 자신이 있는데... 이런 말 하면 너무 건방진 건가요?(웃음)"

2010 프로야구 신인지명에서 전체순번 33번, LG에 5라운드 지명을 받은 이태원(23, LG)은 한창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두산과 SK의 플레이오프 경기를 재미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두산 주전포수로 활약 중인 용덕한(28) 정도의 활약은 자신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꺼냈다.

프로 5년차로 두산의 안방마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용덕한의 플레이가 만만해 보인다는 게 아니라 그 만큼 포수로서 수비에는 자신 있다는 뜻이라며 서둘러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대신 이태원은 타격에 대해서는 슬며시 꼬리를 내렸다.

"포수에게 타율 2할8푼? 3할? 그 이상을 바라는 게 아니잖아요. 포수는 포수로서 해야 할 몫이 따로 있는 거 같아요. 투수 리드 하나만 제대로 해도 최고가 아닌가 싶어요."

스스로의 플레이를 굳이 분류하자면 수비형에 가깝다고 보지만 썩 완벽하진 않다며 자신을 점점 낮췄다. 하지만 경기 외적인 것에 대해서는 결코 프로에서 뛰고 있는 포수들에 비해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게임운영이나 타자를 상대하는 입담, 투수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파이팅 만큼은 충분한 경험과 경력이 있기에 빠른 시간 내에 프로무대에 적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국가대표를 대학교 1학년, 3학년, 4학년 때 3번이나 했잖아요. 방망이 쪽이 약하다는 건 타자로만 평가할 때 내리는 판단이죠. 저만큼 태극마크 많이 달았던 포수가 또 있나 모르겠어요(.웃음)"

은근히 자랑을 늘어놓는 것이 얄미워보일 수도 있었지만 그런 만큼 자부심도 대단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국제대회에 한 번만 나가도 많은 걸 배우고 돌아오잖아요. 비록 남보다 늦은 편이지만 결코 뒤처져 있는 편은 아니라고 봐요. 제 경험도 소중하잖아요."

신인지명 행사가 있던 날 현장에 어머니와 함께 참석했던 이태원은 자신의 이름 석자가 불리워지길 애타게 기다리면서 지난 시절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가 밀려왔다고 했다.

"어머니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다시 떠오르더군요. 그 때 만약 제가 뜻을 굽히지 않았더라면 벌써 프로 5년차가 되어 있을 거잖아요. 물론 실력이 모자라 그만뒀을 지도 모르지만요. 그 때와 별 차이 없는 순번에 지명받은 것이 화도 나고 서운하고, 지금까지의 고생이 헛된 게 아닌가 허무해지기도 하고..."

충암고 시절이던 2004년 이태원은 2005 신인드래프트에서 이미 LG로부터 2차 7번으로 지명받아 프로 진출이 가능했다. 낮은 순번이라 실망스러운 감도 없지 않았지만 뚜렷한 팀 성적도 없었고 고졸포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괜찮은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함께 진로를 고민해주었던 이영복 감독(충암고)과 어머니의 만류가 거셌다. 결국 유급을 했고 이후 동국대학교로 진로를 틀었다.

먼 길을 돌아 다시 LG 지명을 받았으나 이번 신인지명에서도 순번은 기대만큼 높지 않았고 낙담하며 보낸 시간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마음도 달라졌다. 이영복 감독을 따라 충암고 후배들과 함께 개인 훈련에 전념하면서 새로운 목표와 다짐을 세웠다.

"만약 높은 순번이었다면 안일한 생각에 자만과 허영이 가득했겠죠? 조금 부족하다 싶은 곳에서 시작해야 더 독하게 맘먹고 하게 되는 거 아니겠어요?"

12일 오후 잠실야구장 내 LG 구단사무실에서는 신인 선수들이 집합해 첫 훈련을 앞두고 장비와 유니폼을 지급받았다. 최근 체중이 6kg이나 늘었다며 솔직히 조금 게으름을 피웠노라고 말한 이태원은 주변분들께 인사를 하러 다니느라 바빴다고 최근 근황을 밝혔다. 대학졸업과 프로입단 등 바쁜 일정 속에서 운동을 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면서 팀에 합류하면 이내 몸무게는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며 웃었다.

"감독님도 바뀌고 팀 분위기를 쇄신한다며 훈련이 만만치 않을 거라고 구단에서 겁을 주더군요. 저보다 더 잘 하는 선수, 상위권에 지명을 받은 애들도 많은데 제게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하시더군요. 부담 백배입니다."

자신을 상위 순번에 지명하겠다며 추파를 던진 몇몇 구단 관계자의 말에 현혹되기도 했었다든 이태원은 운명처럼 두 번 연속 자신을 지명해주었고 또 스스로도 원했던 구단인 LG에서 야구를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기쁘고 감사할 뿐이라며 거듭 그 마음을 잊지 않겠노라 약속했다.

이동 시간을 아끼기 위해 구리구장과 잠실야구장이 가까운 잠실 쪽으로 이사도 계획 중이라는 이태원은 꿈에 그리던 LG 트윈스 유니폼을 5년만에 입게 되었다. 그 어떤 선수보다 남다른 감회와 상념이 교차되는 듯 새 유니폼을 두 손 모아 소중히 받아들었다. 그 순간 그의 손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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