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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꿈꾸는 대학 4년 유망주] 스카우팅 리포트② 우완투수


작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총 76명이 프로의 부름을 받았다. 그 중 대졸 출신은 30명으로 최근 들어 가장 많은 수가 지명되었다.

1차지명 제도가 폐지된 후 괜찮은 고졸 대어급 선수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 대졸 선수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 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2~3년의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하는 고졸 선수에 비해 4년간의 경험이 쌓인 '즉시 전력감'을 프로 구단들에서 선호한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30명의 대졸신인 중 투수는 11명이었는데 이는 드래프트를 앞두고 '대학 선수 선호' 의향을 밝힌 삼성 선동열 감독의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결과이기도 했다. 삼성은 9명의 지명 선수 중 6명을 대졸 예정자로 골랐고, 그 중 우완투수를 4명이나 지명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임진우(고려대. 전체5번), 김현우(한민대. 전체 11번), 김재우(인하대. 전체 38번), 이규대(대불대. 전체 53번)에 이르기까지 한 마디로 대학 우완투수 싹쓸이를 시도했다.

올해 전체 1번으로 LG에 지명돼 화려하게 프로에 진출한 신정락의 활약도 각 구단에서 대졸 선수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들의 활약과 가능성 여하에 따라 대졸 투수들의 진로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주목할 만한 대졸 예정 우완투수들의 면면을 소개한다.

▶ 성균관대 이경우(183cm 77kg)

이경우는 2009년 투수 개인 순위 부문에서 7위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는데 같은 학년에서는 좌완 윤지웅(동의대4)-이희성(성균관대4)에 이어 전체 3위권에 해당하는 준수한 성적이다.

총 45⅓ 이닝을 던져 8자책점, 평균자책 1.59에 2승 1홀드 9세이브로 세이브 부문 1위를 마크했다. 2학년 때 3승1패 평균자책점 2.54였던 것에 비해 경험이 늘면서 제구력과 경기운영 능력의 향상을 보이고 있다.

경동고를 졸업하고 성균관대에 입학할 당시만 해도 체중이 85kg이었다는 이경우는 매년 치러왔던 동계훈련이었지만 올 시즌엔 대학 마지막이라는 긴장감을 느껴 훈련에 열중한 탓인지 체중이 줄고 있는 점이 걱정거리다.

"훈련이 고되고 힘들다 보니까 아무리 먹어도 살로 가지 않는 것 같아요.(웃음) 입학 이후 조금씩 체중이 줄기 시작했거던요. 투수의 기본 체력을 키우기 위해 달리기를 많이 해서인 것 같기도 하고..."

이경우는 지난해 KBO 총재기 대학야구 선수권대회 2연패를 달성할 당시 우수투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회 MVP는 팀 동기 이희성에게 돌아갔다.

"라이벌요? 가까이에 있는 우리 팀의 (정)태승이나 (이)희성이가 아닌가 싶어요. 같이 지내다 보니까 실력이 느는 것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거든요. 태승이는 직구가 낮게 컨트롤이 잘 되고 희성이는 변화구 제구 능력이 뛰어나고... 제 주변의 투수는 모두 경쟁상대죠."

팀 내 확실한 에이스급 투수들이 한데 모여 있는 탓에 늘 자신이 뒤처진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는 그의 솔직함 속엔 '강팀' 에이스가 느낄 수 있는 행복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프로 진출에 대한 꿈도 있지만 그 전에 국가대표가 되고 싶은 욕심도 앞섭니다. 모두가 똑같은 마음이겠죠?"

▶ 중앙대 김명성(180cm 83kg)

장충고 시절엔 3루수로 활약했던 김명성은 대학진학 이후 강한 어깨를 앞세워 투수로 전향했다. 2학년까지 투수 수업을 받으며 기회를 노리던 그는 지난해 제64회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에서 마침내 존재감을 드러냈다.

건국대와의 결승전에 선발 출전한 김명성은 1회 1실점 이후 6회 마운드를 내려오기 전까지 피안타 3개 사사구 4개 탈삼진 2개로 선전했다. 비록 팀은 1-5로 패하며 대회 2연패 목표 달성에 실패했지만 중앙대로서는 걸출한 에이스를 보유했다는 것을 보여준 데 위안을 삼았다.

이 대회에서 김명성은 30이닝을 던져 3승 평균자책점 1.20에 삼진 21개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과 다승 1위, 탈삼진 2위를 차지하는 등 투수 전향 성공을 예고했다. 이어 6월 중순부터 열린 하계리그에서도 평균자책점 1.50(24이닝 4자책)을 기록하는 등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결국 이 두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제25회 아시아 야구선수권대회 출전 엔트리는 총 20명. 그 중 투수는 8명으로 구성되었는데 그 속엔 올해 프로무대에 진출한 신정락, 문광은, 정회찬, 김재우 등 4학년들이 주축을 이뤘다. 나머지는 3학년생이던 윤지웅(동의대), 2학년 나성범(연세대), 그리고 김명성이 한 자리를 차지했다.

"국제대회 참가 소감이라면 제가 아직 멀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는 거죠. 떠날 때만 해도 자신만만했었는데..."

대만, 중국전에서는 연이어 덕아웃만 지켰던 김명성은 마지막 일본전에서 1-4로 뒤지던 6회 정회찬-윤지웅의 뒤를 이어 세번째 투수로 등판, ⅓이닝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볼 배합이나 마운드 운영능력, 또 변화구에 대한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는 기회였어요. 최고의 투수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경험이 되었죠."

평소 때와 달리 마운드에만 서면 강한 승부욕과 집중력, 거기에 카리스마까지 발휘하는 김명성은 실력 외적인 면에서도 프로구단들을 사로잡고 있다.

"어느 팀이건 저를 필요로 하는 팀이 있으면 좋겠어요. 근성만큼은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고 자부해요. 제구력을 키워 프로에서도 통할 수 있는 투수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 한민대 신정익(192cm 110kg)

'랜디민익'이라는 별명이 친숙해진 두산의 올 신인 장민익(207cm)은 최장신 프로야구 선수로 야구계에 이름을 알렸다. 신정익은 물론 장민익보다 15cm 정도 작지만 190cm가 넘는 큰 키의 신정익으로서는 이런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프로 구단마다 체격을 지명조건의 중요한 부분으로 여기고 있는 만큼 올해 드래프트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작년 초엔 출발이 좋았는데 잔부상이 끊이질 않았어요, 아마 쉬지 않고 계속 게임에 나선 것을 몸이 버티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기초체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판단으로 지난 겨울엔 제대로 운동했죠."

경주고를 졸업하고 국제디지털대학에 입학했지만 팀이 해체되는 바람에 한민대로 편입해 1년을 쉬었다. 운동을 그만둘 위기를 극복하면서 좋은 지도자를 만나는 행운을 맞았다.

작년 1월 투수코치로 부임한 진필중 코치는 처음 지도자로 나선 만큼 혼신의 힘을 다해 제자들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아낌없이 야구에 대한 지식을 전수했다. 볼 배합이나 구질을 처음부터 가르쳤고 마운드에서 지녀야 할 마인드도 알려줬다.

한민대 투수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면서 덩달아 성적도 좋아져 춘계리그 8강 진출을 이루기도 했다.

"사실 유명하지도 않고 창단한 지 얼마 되지 않는 팀에 프로에서 활약했던 진 코치님이 와주셨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감사했죠. 그런데 가르쳐주시는 것도 마운드에 서 계셨을 때만큼 열정적이시죠."

부상에서 회복해 꾸준히 기초체력을 다진 뒤 연습경기에 나서면서 최고구속 144km까지 찍은 바 있는 신정익은 작년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동기 김현우(삼성. 우완)의 상위권 지명을 바라보면서 자신감과 부러움을 느낀다. 김현우는 삼성에 입단한 이후 팀내에서 신인 중 유일하게 시범경기에 뛰면서 가능성을 테스트 받고 있다.

"(김현우가) 잘 되는 거 보니까 너무 기쁘죠. 제게도 충분히 희망이 있다는 걸 깨닫게 했어요. (김)현우만큼 하면 지명받을 수 있을 거라는 마음에 하루하루가 기대되고 기다려져요." 신정익은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다. '나도 할 수 있다'고.

▶경희대 안규영(185cm 84kg)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고명초등학교 4학년 시절 발이 빠르다는 이유로 야구를 시작한 안규영은 이후 건대부중-휘문고를 거쳐 경희대에 입학했다. 고교 때는 투수와 타자를 병행했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고 대학 진학 후에도 회복이 늦어지면서 대회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투수로 자리를 잡은 뒤에도 지난해까지 뚜렷한 활약을 보이지 못한 탓에 남은 1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초조한 입장이지만 안규영은 의외로 덤덤했다.

"글쎄요... 경쟁자요? 굳이 누구와 비교할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전 제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마운드에 나서거든요."

안규영이 자존심을 앞세우며 단호함을 보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단 지겹도록 달고 살았던 부상에서 탈출했고 겨울 내내 연습했던 것이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엔 변화구가 약했는데 올해는 많이 보완했어요.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모두 제가 만족할 만큼 좋아졌어요. 한 번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졸업을 앞두고 주변에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 염려가 크지만 정작 스스로는 편하게 마음을 먹고 있고 걱정도 하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프로 지명에 대한 걱정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죠. 하지만 크게 부담 느끼지 않고 지내려고 노력해요. 일단 춘계리그 뚜껑을 열어 보면 알겠죠."

진로에 선결되어야 하는 것은 역시 팀 성적이다. 지난해 경희대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 더불어 선수 각자의 기량을 꽃피울 기회도 적었다. 팀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과 동시에 개인 성적에 대한 목표가 뚜렷한 만큼 안규영은 '내가 최고'라는 자기 암시를 통해 올 시즌엔 한 번 큰 일을 내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내비쳤다.

<3편에서 계속~>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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