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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국 게임에 접속하다


국산게임 중 최고의 성과를 냈던 히트작들이 북미 시장에 연이어 도전장을 내고 있다. 게임하이의 ‘서든어택’을 비롯해 엔씨소프트의 ‘아이온’,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등이 현지 시장에 진출한다. NHN, 한빛소프트, 제이씨엔터테인먼트 등은 영문 버전의 글로벌 서비스를 통해 현지 시장을 노크한다.

북미 시장 진입의 ‘포문’을 연 것은 지난 8월20일부터 공개서비스를 시작한 게임하이의 1인칭 슈팅게임 ‘서든어택’이다. ‘서든어택’은 2008년 겨울 ‘아이온’이 등장하기 전까지 2년여 간 국내 게임 중 단연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게임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본 시장에서 동시접속자 1만 명을 상회하는 성과를 올린 데 힘입어 슈팅게임 본고장인 미국 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낸 것이다.

9월22일부터 현지 상용화에 돌입한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은 하반기 북미 시장에 진출할 한국게임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게임으로 꼽힌다. ‘길드워’의 성과로 북미 시장에 뿌리내리는 듯 했으나 ‘타뷸라라사’의 참패로 쓴 맛을 본 엔씨소프트의 현지 위상을 가늠할 게임으로 꼽힌다. 북미지역의 게임 클라이언트 판매 사이트 ‘스팀’에서 사전예약판매분 만으로 전체 판매순위 2위를 차지하는 등 기대이상의 호응을 얻고 있다. 향후 전망도 밝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메이플스토리’로 북미 시장에 안착했으나 ‘카트라이더’가 부진한 성적을 낸 끝에 서비스를 종료, 체면을 구겼던 넥슨은 하반기 중 ‘던전앤파이터’의 공개 서비스를 단행하며 다시 한 번 승부수를 던진다. 한국 시장에서 동시접속자 18만, 중국 시장에서 150만 명을 유지하는 이 게임이 미국 시장에서도 성공할 경우 넥슨은 한국 게임사 중 엔씨소프트와 함께 북미 시장에서 가장 굳건한 토대를 마련한 기업으로 꼽힐 전망이다.

북미 시장 ‘게임 코리아’ 열기 PAX 전시회 달구다

엔씨소프트는 9월 미국 출시 예정인 MMORPG ‘아이온’과 제작단계에 있는 ‘길드워2’, 3D MMORPG ‘시티오브히어로(City Of Heroes)’를 전시했다. 올해 처음으로 PAX에 게임을 출품한 넥슨은 지난 7월 북미지역 CBT를 마치고 올해 오픈을 앞둔 ‘던전앤파이터’와 2010년 오픈 예정인 MORPG ‘드래곤네스트’, 국내보다 북미에서 먼저 상용화된 FPS게임 ‘컴뱃암즈’를 선보였다. ‘아이온’은 9월22일 공개서비스 전 사전 판매에서 약 30만 장의 주문이 몰리며 출시 전부터 이미 화제가 되고 있다.

엔씨소프트 부스를 찾은 앤디(30세)는 “비주얼이 숨 막히도록 아름답다. CBT로 플레이를 해봤는데 내용이 기대된다”고 소감을 말했다. 특히 9월4일 오후 열린 아이온 유저 초청 세션인 ‘Aion and the Evolution of the MMO genre’는 준비된 300석이 유저들로 꽉 차고도 긴 줄이 늘어설 만큼 관객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이 세션에서는 ‘아이온’ 기획팀이 관객을 대상으로 아이온의 기획과 개발에 대한 질의응답 및 토론 시간을 가졌다. 세션이 진행되는 동안 아이온을 기획한 지용찬 팀장에게 팬들의 문의와 사인 요청이 쇄도해 아이온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이재호 엔씨소프트웨스트 대표는 “부스나 세션에 참가한 관객의 호응에 놀랐다”면서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블리즈컨처럼 엔씨소프트만의 행사를 기획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이플스토리’로 북미 시장 공략에 성공한 넥슨 부스에도 많은 관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샌디에이고에서 왔다는 한 남성 관객은 “메이플스토리때문에 넥슨을 알게 됐다”면서 “CBT를 한 던전앤파이터의 오후 시연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넥슨 게임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주요 작품들을 출품한 PAX2009는 미국 시애틀에서 매해 열리는 소비자 대상 비디오 게임 축제다. Penny Arcade Webcomic의 작가들인 제리 홀킨스(Jerry Holkins)와 마이크 크라훌릭(Mike Krahulik)이 콘솔 게이머, PC 게이머, 보드 게이머 모두에게 공평하게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쇼를 만들자는 취지로 2004년부터 시작됐다.

사흘간 진행되는 행사에서는 콘솔, PC 온라인, 보드 게임 등 다양한 장르의 최신 게임들이 일반인들에게 소개되며 콘서트, 게임 토론회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첫 회에 3천여 명의 방문객을 기록한 PAX는 2005년 9천 명, 2006년 2만여 명, 2007년 3만9천 명에 이어 2008년 5만8천 명으로 관객 수를 급속도로 늘리며 북미 최대 게임쇼로 자리매김했다. 방문객의 평균 연령은 24세이며 78%가 남성, 22%가 여성으로 남성 비율이 높은 편이다.

넥슨, 북미 서비스 포털 리브랜딩 착수

넥슨아메리카가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현지 게임포털 리브랜딩(rebranding) 작업에 착수했다. 현재 nexon.net으로 북미 시장에서 서비스 중인 넥슨아메리카의 홈페이지 URL이 새로운 URL ‘블록파티닷컴(blockparty.com)’으로 변경된다. ‘blockparty’란 임의로 거리의 한 구간을 막아 자유롭게 사람들과 어울리며 즐기는 파티를 뜻한다.

PAX전시회에 참여한 다니엘 김 넥슨아메리카 대표는 “북미 문화에서 누구나 경험해 봤을 ‘블록 파티’라는 개념을 도입해 많은 사람들이 쉽게 즐기고 소통하는 게임 포털을 만들자는 취지”라고 리브랜딩 배경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넥슨아메리카가 북미 최고의 온라인게임 퍼블리셔로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 리브랜딩과 함께 부분 유료화 확산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넥슨이 2007년 선불카드 개념을 최초로 도입했다”면서 “국내에는 많은 결제 수단이 있지만 미국, 특히 미성년에게는 결제 기능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초판으로 30만 장을 찍어낸 선불카드는 출시 이틀 만에 동이 났을 정도다. 현재 넥슨의 선불카드는 북미 전역 2만9천 개 상점에서 판매 중이며 올해 연말까지 약 4만4천 개 상점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주 고객층이 신용카드를 쓰지 못하는 10대 이하인 관계로 선불카드는 굉장히 중요한 결제수단”이라면서 “북미 최고가 되기 위해 플랫폼 부분을 놓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서비스 통한 현지 시장 공략도 연이어

NHN은 ‘헉슬리’ ‘카르마2’ 등 1인칭 슈팅게임들을 하반기 중 연이어 이지닷컴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이지닷컴의 기존 게임들 중 ‘스페셜포스’가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에서 1인칭 슈팅 장르의 후속작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헬게이트: 런던’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했으나 초기의 기대감을 이어가지 못하고 실패했던 한빛소프트는 ‘에이카’를 통해 복수전을 꿈꾼다. 한국과 대만에서 ‘에이카’의 상용화를 진행한 한빛소프트는 해당 게임의 영문 버전 글로벌 서비스 혹은 더나인을 통한 중국 서비스 중 하나를 택일할 예정이다.

제이씨엔터테인먼트는 최근 개설한 글로벌 게임포털 ‘게임키스닷컴’을 통해 ‘프리스타일’과 ‘니다 온라인’의 영문 버전 글로벌 서비스를 진행하며 설욕을 벼르고 있다. 제이씨엔터테인먼트는 간판게임인 ‘프리스타일’이 현지 시장에서 흥행에 실패해 작년 상반기에 서비스를 종료시켰다. 현지 배급사였던 시에라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프리스타일’의 글로벌 서비스를 다시 론칭하며 북미 시장에서 재기를 꿈꾸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모두 북미 시장에서 성공과 실패를 함께 맛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성공을 통한 노하우와 실패로 얻은 교훈을 잘 조화시켜 새로운 성공스토리를 쓸 경우 한국 게임산업의 지상과제인 북미 시장 개척에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글|서정근 기자 antil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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